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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육강식 논리에 생사 방치된 유료방송…정부·사업자 의지 중요”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국내 유료방송 활성화를 위해서는 단순 시장경쟁 논리를 적용할 것이 아니라 정부와 사업자들의 적극적인 회생 의지가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왔다.

안정상 더불어민주당 정보통신방송미디어 수석전문위원은 최근 ‘유료방송 규제개선 방안 검토’ 보고서를 통해 이 같은 문제의식을 공유했다.

현재 국내 유료방송 시장은 치열한 가입자 쟁탈전이 벌어지는 가운데, 다양한 결합상품과 저렴한 요금제를 무기로 한 IPTV가 시장 과반을 장악하고 있는 실정이다. 특히 주요 복수종합유선방송사업자(MSO)를 중심으로 케이블TV방송이 IPTV를 보유한 통신사에 인수합병(M&A)되면서 그 추세는 더 강해지고 있다.

현재 남은 MSO는 딜라이브(점유율 5.6%)와 CMB(4.1%), 그리고 9개의 개별 SO뿐이다. 하지만 이들조차 독자적인 생존 모색보다는 M&A를 통한 퇴출전략을 고민하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더욱이 통신사들은 IPTV와 케이블TV라는 두 개의 유료방송 플랫폼을 병행 운영하기보다, IPTV 중심으로 가입자를 서서히 이동시킬 가능성이 크다.

안 위원은 이 같은 상황을 들어 “현재 논의되는 유료방송 규제 개선방안들은 일시적 효과를 낼진 몰라도 실효성을 담보하기에는 역부족”이라고 지적했다. 안 위원이 지적한 현행 규제 개선 방안들은 ▲SO의 지역채널에 전국 보도를 허용하고 해설·논평 제한을 폐지하는 것 ▲IPTV에 대한 직접사용채널(직사채널)을 허용하는 것 등이다.

하지만 SO의 전국 보도와 해설·논평을 허용할 경우, 질적인 유료방송 활성화의 효과를 얻기는 어려운 대신 지역채널과 직사채널이 정치적으로 악용되거나 기업적 목적을 위한 수단으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는 게 안 위원의 생각이다. 이에 안 위원은 유료방송 활성화 정책 추진을 위한 총 4가지 전제조건을 제시했다.

먼저, 통신사들이 MSO를 인수합병하더라도 IPTV와 쌍두체제를 변함없이 유지한다는 확실한 약속이 전제되어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들 통신사가 정부로부터 인수합병 승인을 받은 유효기간이 경과되면 SO를 IPTV로 일원화하는 작업을 진행하는 일이 절대 발생하지 않을 것이라는 사회적 약속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둘째로, SO를 인수합병할 때는 지역성 강화, 공정경쟁, 시청자 권익보호, 방송‧미디어 산업 발전, 상생협력 등을 위해 필요한 승인조건을 철저하게 준수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인수합병 시 방송·미디어 산업 발전을 위해 약속한 콘텐츠 투자 계획을 차질없이 실행하는 것은 물론, 끊임없이 다양한 장르의 콘텐츠 개발·공급을 위한 투자가 이뤄져야 한다는 설명이다. 그렇게 되면 시청자는 콘텐츠로 플랫폼을 평가하고, 방송사업자는 우수한 콘텐츠로 시청자를 묶어둘 수 있을 것으로 봤다.

셋째로, 정부 역시 태도를 바꿔야 한다고 일갈했다. 정부가 유료방송을 일반 기업들과 같이 단순히 시장경쟁원리에만 내버려 두고, 약육강식으로 방송사업자의 생사가 결정되도록 방치하려는 자세를 버려야 한다는 것이다. 유료방송의 위상 재정립과 실질적 활성화 정책을 통해 IPTV와 차별화된 특성을 살리는 정책 추진 의지가 중요하다는 지적이다.

마지막으로, 유료방송 사업자들 역시 독자 회생을 하려는 적극적인 자세가 필요하다고 역설했다. 아직 통신사에 복속되지 않은 MSO 소유주나 대주주들은 인수합병되기만을 학수고대하고 있는 게 현실인 실정이다. 하지만 통신사에 포섭된 MSO들이 전체 유료방송 활성화를 위해 선봉으로 나서야만 시장의 기사회생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안 위원은 “위 4가지 사항이 명확하게 실천될 수 있다는 전제가 확고하다면 현재 논의되고 있는 여러 가지 유료방송 규제 개선 및 시장 활성화 방안이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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