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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댓글리뷰] 망이용대가는 망중립성에 위배되지 않나요?

권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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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망중립성은요?”

얼마 전 넷플릭스와 SK브로드밴드간 망 이용대가 소송을 다루는 기사에 짧은 댓글이 하나 달렸습니다. 콘텐츠제공사업자(CP)가 인터넷제공사업자(ISP)에 망 이용대가를 내는 것이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되지 않느냐는 물음으로 보입니다. 이는 망 이용대가 논쟁을 둘러싸고 항상 제기되는 의문 중 하나이기도 합니다.

사실, 망 이용대가와 망 중립성의 연관관계를 딱 떨어지게 설명하기는 어렵습니다. 학계에서도 의견이 엇갈리기 때문이죠. 몇 가지를 간략히 소개하자면 ①‘망 이용대가를 내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을 위반하는 것이다’ ②‘망 이용대가를 내는 것은 망 중립성 원칙과 무관하다’ ③‘망 중립성 원칙 자체를 재정립할 필요가 있다’의 의견으로 나뉩니다.

우선 망 중립성 원칙이 무엇인지부터 살펴보겠습니다. 망 중립성이란 ISP가 합법적인 인터넷 트래픽을 그 내용·유형·제공사업자 등에 관계없이 동등하게 처리해야 한다는 원칙입니다. 쉽게 말해 누구나 차별 없이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어야 한다는 얘긴데요. 2003년 컬럼비아 대학교의 팀 우(Tim Wu) 교수에 의해 정립됐습니다.

SK브로드밴드에 망 이용대가를 낼 수 없다며 채무부존재 소송을 제기한 넷플릭스는 재판 과정에서 “CP가 망 이용대가를 부담하는 것은 데이터 트래픽 종류에 따른 부당한 차별을 금지하는 망 중립성 원칙에 위배된다”고 주장합니다. 망 중립성 원칙을 강하게 옹호하는 학계 일각에서도 이러한 주장에 힘을 싣고 있습니다.

하지만 망 이용대가와 망 중립성은 전혀 상관이 없다는 반박도 있습니다. 망 중립성 원칙에 의해 금지되는 행위는 구체적으로 3가지입니다. 데이터 트래픽에 대한 불합리한 ▲차단 ▲조절 ▲우선처리 등인데요. 이 가운데 망 이용대가와 비슷하다고 여겨지는 게 ‘비용을 더 받고 특정 트래픽을 우선 처리’하는 행위입니다.

하지만 망 이용대가는 데이터 트래픽 증가에 따른 접속 및 확장 비용을 지불해달라는 의미이지, 트래픽을 우선처리해주고 받는 ‘웃돈’과는 조금 다른 개념으로 보여집니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도 이런 맥락에서 “망 이용대가는 데이터 트래픽의 불합리한 차별을 금지하는 망 중립성 원칙과는 무관하다”고 설명합니다.

실제, 망 중립성 원칙의 본토인 미국에서도 망 이용대가를 주고받은 사례가 있습니다. 더군다나 미국에서 망 중립성 규제가 강했던 2015년 무렵 얘기인데요. 당시 미국 케이블TV 회사인 차터가 타임워너케이블·브라이트하우스를 인수하자 미국 연방통신위원회(FCC)는 ‘망 이용대가 지급 금지’를 인수합병 승인조건으로 부과한 바 있습니다. 이는 거꾸로 말해 그 전까지 망이용대가를 내고 있었다는 의미가 되죠.

참고로 FCC가 망 이용대가 지급을 금지한 이유는 유료방송 사업자인 차터가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에 가입자를 뺏기지 않기 위해 과금할 것을 우려했기 때문이지, 망 중립성 원칙 때문은 아니었습니다. 이후 미국 워싱턴D.C 연방항소법원은 망 이용대가 부과금지 인가조건을 해제하며 “통신사는 종단에 위치한 기업이 전송하는 콘텐츠를 가입자에게 전송하며 상호 연결계약을 통해 비용을 지불 받는다”고 판시하기도 했습니다.

망 중립성 원칙 자체가 낡은 개념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무려 20년 전 만들어진 망 중립성은 문자나 이메일 트래픽 정도를 처리하던 시절에나 적합한 것이고, 동영상 시대에 접어들며 트래픽이 폭증한 지금에는 적용하기 어렵다는 것입니다. 구글이나 넷플릭스 등 초대형 기업이 유발하는 대규모 트래픽은 앞으로도 빠르게 늘어날 겁니다.

김성환 아주대 경제학과 교수는 “망 중립성은 절대적 종교나 신앙이 아니다”라고 강조하기도 했습니다. 그는 “20년 전 그때 망 중립성을 주장한 사람들에게 넷플릭스의 등장을 예상했냐고 하면 아닐 것”이라며 “망 중립성 원칙이 인터넷의 본질인 건 맞지만, 넷플릭스 같은 서비스에는 적용되기 어렵다는 것을 솔직히 인정해야 한다”고 지적합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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