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완제품 수요 위축, 반도체 공급난 완화…업계, “생태계 재정비 시간 확보” [IT클로즈업]

윤상호
- 하반기, 파운드리 가동률 저하…D램, 가격 추락 예상보다 커
- 3분기, 시스템반도체 제조 불균형 조정 본격화
- 소부장 생태계도 지역별·업체별 ‘다각화’
- 인플레이션 충격, 반도체 업계도 사정권…캐파 확대 ‘위험요소’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세계적 반도체 공급난이 완화할 조짐이다. 반도체 생산시설(팹) 생태계 안정화 탓은 아니다. 수요가 줄었다.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이 유발한 세계적 인플레이션 충격이 심각하다. 가상화폐 부진에 따른 관련 시장 악화도 영향을 미쳤다. 반도체 생태계 재정비 시간을 벌었다.

13일 시장조사기관 등에 따르면 ▲스마트폰 ▲TV ▲PC ▲생활가전 등 대부분 완제품 수요가 감소세로 돌아섰다. 지난 2년 동안 있었던 코로나19 이동 제한에 따른 ‘보복 소비(펜트업)’ 효과가 사라졌다. 이에 따라 완제품 제조에 필요한 반도체 수요가 줄었다.

시장조사기관 트렌드포스는 “반도체 수탁생산(파운드리) 가동률이 떨어지고 있다”며 “8인치와 12인치 팹 모두 주문 취소 등이 이어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디스플레이구동칩(DDI) ▲전력관리반도체(PMIC) ▲CMOS이미지센서(CIS)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 ▲시스템온칩(SoC) 등의 주문이 줄었다.

트렌드포스는 “상반기까지 수급이 불안정했던 PMIC도 일부 제품 주문 취소와 재조정 등을 통해 하반기 상황이 나아질 것”이라며 “일부 8인치 팹은 가동률 90%를 지키지 못할 수도 있다”라고 평가했다.

완제품 시장 불안은 시스템반도체에 앞서 메모리반도체에 충격을 줬다. D램에 이어 낸드플래시 가격 하락이 본격화했다. 3분기 들어 D램 제조사가 먼저 가격 인하를 제안했다는 관측까지 나왔다. 재고 부담이 심화했기 때문이다.

3분기 D램 가격은 당초 예상보다 커진 전기대비 10% 이상 내려갈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왔다. PC와 스마트폰 제조사 재고도 만만치 않아서다. 서버 제조사의 경우 메모리 재고가 최대 8주치인 것으로 알려졌다.

반도체 생태계는 지난 2년 동안 다양한 불확실성에 시달렸다. 이 상황은 지금도 그대로다.

미국과 중국 갈등은 세계적 분업 체제에 균열을 냈다. 자국 중심 반도체 생산능력(캐파) 확대가 우선순위가 됐다. 2021년부터 시작한 캐파 증설 발표가 현실화하는 시점은 대부분 2025년이다. 투자비 부담은 지속 증가 중이다. 배터리 등 다른 업계는 이미 투자를 재검토 중이다. 공장을 지어도 장비를 넣을 수가 없다. 장비 입고 기간은 코로나19 이전 최대 6개월에서 최대 30개월까지 늘어났다. 장비 생산은 물론 물류까지 원활치 않다.

반도체 제조사뿐 아니라 반도체 소재·부품·장비(소부장) 생태계도 같은 문제에 빠졌다. 일본이 우리나라에 대해 시행한 수출규제가 대표적이다. 미국 중국 러시아 등도 반도체 소부장 무기화 대열에 발을 걸친 상태다.

다변화가 대안이지만 쉽지 않다. 반도체 10나노미터(nm) 이하 미세공정은 극자외선(EUV) 노광장비가 필수다. 네덜란드 ASML만 만든다. ASML 장비 획득력이 제조 경쟁력이 됐다. 미국은 반도체 설계·장비 중국 금수로 중국 반도체 산업 성장을 막고 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 중국 메모리 팹 증설·유지·보수 등도 영향권이다. 중국과 러시아는 소재를 꺼냈다. 각각 세계 시장에서 주도권을 잡고 있는 희토류와 가스를 내세웠다.

트렌드포스는 “인플레이션이 세계 소비자 수요를 억제하지만 공급 측면에서도 증설 지연 영향이 있다”라며 “수요 약화가 공급 부족 우려를 약화했지만 일부 공급망 혼란은 이어질 수 있다. 자원의 균형적 배분 등 다변화와 다각화 등이 절실하다”라고 설명했다.

한편 반도체 성장성에 대한 기대가 꺾인 것은 아니다. ▲5세대(5G) 이동통신 ▲인공지능(AI) ▲클라우드 등의 성장에 따른 수요는 그대로다. 업계는 현재 가격 구조가 ‘일시적’이라는 점을 강조했다.

난야테크놀로지는 지난 11일 2022년 2분기 실적발표를 통해 “높은 인플레이션율,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과 중국 코로나19 정책 등으로 단기적으로 반도체 수요가 하락했지만 ▲5G ▲AI ▲클라우드 등에서의 장기적 수요는 여전하다”라고 평가했다. 난야는 세계 D램 점유율 4위 업체다.
윤상호
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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