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동유연화=크런치확대정책"…IT노동계, 포괄임금제 폐지 주장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 유연화 정책’은 ‘크런치 확대 정책’입니다.”
일각에서 정부가 추진 중인 노동유연화 정책이 도입되면, 연장근로 시간을 한주에 몰아넣어 1주 최대 92시간 근무까지 가능한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오고 있는 가운데, 정보기술(IT) 노동계가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추진을 중단함과 동시에 ‘공짜노동’을 부추기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정부는 최근 ‘주(週)’ 단위로 관리하는 연장근로시간을 ‘월(月)’ 단위로 확대하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도입을 추진하겠다고 밝혔다. 기업들이 현재 ‘주 최대 12시간 단위’로 운영 중인 연장근로 시간을 ‘월 최대 52시간’ 단위로 운영할 수 있도록 허용하겠다는 것이 정부의 도입 취지다. 이에 따르면 기업은 이론적으로 주 최대 92시간(기본근로 40시간+연장근로 52시간)까지도 연장근로를 시행할 수 있게 된다.
이와 관련 오세윤 민주노총화섬노조 IT위원장은 13일 국회의원회관에서 개최된 ‘윤석열정부의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 대응 토론회’에서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고 있는 유연화 정책은 사실상 ‘크런치 모드 확대정책’이라고 비판했다.
그러면서 해당 정책 추진을 중단하고, 일선 노동자 목소리를 반영해 정책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크런치 모드란 IT업계 근로자가 서비스 출시·업데이트를 앞두고 야근과 연장근무 등 장시간 연장근로에 돌입하는 것을 말한다.
오 위원장은 “윤석열 정부가 추진하는 노동유연화 정책에 따르면, 이번 주는 매일 2시간 자고 다음 주는 14시간을 자라는 이야기”라면서 “사람은 기계가 아니며, 잠을 몰아서 잘 수는 없다”고 주장했다.
오 위원장은 포괄임금제 폐지를 대안으로 제시했다. 포괄임금제는 기업으로 하여금 초과근무에 따른 수당을 지급하지 않아도 되도록 만들었으며, 수당 지급 의무가 없어진 기업은 근로시간을 측정할 필요가 없어졌다는 것이 오 위원장의 설명이다. 이는 결국 기록되지 않는 ‘공짜노동’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것.
오 위원장은 “IT업계는 창의적인 아이디어로 글로벌 기업과 경쟁해야 한다”라며 “노동시간보다 노동 질에 초점을 맞춰야 하고, 이를 위해서는 공짜노동을 부추기는 포괄임금제를 폐지하는 것이 선행돼야 한다”고 말했다.
이와 관련 오진호 직장갑질 119 집행위원장은 “기업이 직원에게 포괄임금제를 제시하면 이를 쉽게 거절할 수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정부는 노동시간 유연화 정책을 도입할 것이 아니라, 불법·편법 포괄임금제를 규제하고 이에 대한 관리감독을 강화해야 한다”고 첨언했다.
하지만 이날 토론회에 정부 측 인사로 참석한 박종필 고용노동부 근로감독정책단장은 “1주일 92시간 근로가 가능해진다는 계산은 실현 불가능한 이야기”라며 “근로일간 11시간 연속 휴식 등 근로자 건강보호 조치를 병행할 계획”이라고 해명했다. 다만, 박 단장은 포괄임금제와 관련된 지적에 대해서 “이 자리에서 말씀드릴 수 있는 내용이 아니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날 토론회에서 김형렬 가톨릭대학교 직업환경의학 전문의는 발제를 통해 장시간 노동이 노동자에게 미치는 악영향에 대해 설명했다. 김 전문의가 제시한 논문 ‘장시간 근로와 교대근무에 따른 위험요인 분석’에 따르면 하루 8시간 근무 날에 발생한 사고건수보다 하루 시간 근무 날에 발생한 사고건수가 15% 많았으며, 12시간 근무할 때와 12시간 초과 근무할 때는 각각 38%·147%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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