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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영우’도 이제 티빙에서”…티빙-시즌 합병 의미는? [IT클로즈업]

백지영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마침내 CJ ENM ‘티빙’과 KT의 ‘시즌’이 합쳐진다. 양사는 지난 14일 이사회를 개최하고 오는 12월 1일 합병하기로 했다. 티빙이 시즌을 흡수합병하는 모양새다.

업계에 따르면, 시즌은 연내 서비스를 종료하고, 시즌 고객을 티빙으로 이관·통합하는 작업을 진행한다. 현재 티빙은 CJ ENM를 최대 주주로 스튜디오룰루랄라(SLL), 네이버 등이 지분을 보유하고 있다. 또, KT 시즌은 KT스튜디오지니가 100% 지분을 갖고 있다.

합병 비율은 티빙과 시즌이 1대 1.573751로 KT스튜디오지니는 합병 법인 티빙 지분을 약 11.3% 보유해 3대 주주로 등극할 전망이다. 이후 시즌 법인은 소멸된다.

◆월 활성이용자수 기준 ‘웨이브’ 제쳐…국내 OTT 1위 등극

양사의 결합이 완료되면 앞서 지상파3사와 SK텔레콤이 협력해 만든 ‘웨이브’에 이어 국내 두 번째 통합 OTT가 탄생하는 셈이며, 월 활성이용자수(MAU) 기준으로는 국내 1위 OTT 사업자가 된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지난 6월 기준 티빙의 MAU는 401만9000명, 시즌은 156만7000명이다. 단순 합산만 해도 558만6000명으로 경쟁사인 웨이브(423만5000명)를 제치고, 국내 OTT 플랫폼 가운데선 1위로 올라선다.

물론 현재 MAU 기준 1위는 넷플릭스(1117만명)로 티빙과 시즌, 웨이브를 합친 것보다 많다. 다만 티빙의 경우, 1년 전 315만명에서 약 90만명 가량 늘어난 반면 시즌은 203만명에서 약 50만명 가량 이용자수가 감소한 것이 눈에 띈다. 시즌이 초창기 KT 가입자를 대상으로 무료로 제공되던 서비스였다는 점을 착안하면 이 수치는 더 줄어들 수도 있다.

이번 결합으로 양사는 단순 이용자 확대는 물론이고 콘텐츠 사업에서도 상당한 시너지를 낼 것으로 전망된다. 앞서 양사는 지난 3월 CJ ENM이 KT스튜디오지니에 1000억원의 지분을 투자하며 본격적인 협력에 나섰다.

KT의 미디어·콘텐츠 사업을 총괄하는 김철연 KT스튜디오지니 대표가 CJ ENM에서 20년 간 몸담은 콘텐츠 전문가라는 점도 눈이 띈다. 일각에선 김 대표가 지난해 KT로 옮기면서 CJ ENM과의 협력이 가시화됐다는 분석도 있다.

◆“우리 만남은 우연이 아니야”…콘텐츠 시너지에 유통 채널 확대

우선 KT는 지난해 3월 출범한 KT스튜디오지니를 중심으로 지식재산권(IP) 확보부터 콘텐츠 기획, 제작, 유통으로 이어지는 미디어 밸류체인을 구축하고 있다. 구독형 독서플랫폼 밀리의 서재를 인수해 스토리위즈와 함께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의 초석이 되는 원천IP 경쟁력을 강화했다.

또, HCN과 미디어지니 인수를 통해 기존 스카이TV 7개 채널에 5개 채널 추가와 동시에 1300만 가입자 기반 유료방송 1위 사업자 지위를 공고히 하고 있다. 이를 통해 KT는 오는 2025년까지 미디어콘텐츠 매출을 5조원으로 끌어올리겠다는 성장전략을 발표했다.

올해 KT스튜디오지니의 ‘콘텐츠 제작’과 스카이TV의 ‘채널’을 중심으로 오리지널 콘텐츠 제작 및 유통에 힘을 싣는다. 이 과정에서 CJ ENM과 콘텐츠 분야 협력을 위한 파트너십이 시작됐다. 최근 스카이TV와 미디어지니의 통합 브랜드 ENA가 내놓은 오리지널 드라마 ‘이상한 변호사 우영우’가 소위 말해 ‘대박’을 쳤다.

현재 ‘우영우’는 ENA채널과 올레tv, 시즌은 물론 넷플릭스도 방영 중이다. 지난주 넷플릭스 전세계 비영어권 TV 부문에서 1위를 기록하며 KT의 콘텐츠 기획, 제작 역량에 힘을 보태고 있다. 양사 합병 시 ‘우영우’와 같은 KT의 오리지널 콘텐츠를 ‘티빙’에서도 볼 수 있게 된 셈이다.

여기에 국내 이동통신 2위, IPTV 1위 사업자인 KT의 마케팅 채널도 티빙의 가입자 확대에 기여할 것으로 판단된다. 최근 KT는 티빙과 제휴한 신규 요금제를 출시하기도 했다. KT로써도 단순 OTT 결합을 넘어 티빙과 CJ ENM이 확보한 채널에 콘텐츠 유통을 다양화할 수 있게 됐다는 평가다. 해외 진출을 노리고 있는 티빙을 통해 해외 시장으로의 콘텐츠 유통도 가능해졌다.

◆통합 티빙, 넷플릭스 아성 넘을까…OTT 생태계 변화 주목

궁극적으로 양사는 이번 합병을 계기로 양질의 콘텐츠 제작과 교류, 다각적 유통 전략, 시청 품질 서비스 고도화에 적극 나서 ‘글로벌 넘버1 K콘텐츠 플랫폼’이 되겠다는 각오다.

양지을 티빙 대표는 “이번 양사의 만남은 최근 글로벌에서 위상이 강화된 K콘텐츠 산업의 발전과 OTT 생태계 변화에 적극적으로 대응하기 위함”이라며 “양사의 콘텐츠 제작 인프라와 통신 기술력을 통해 국내를 넘어 ‘글로벌 NO.1 K콘텐츠 플랫폼'으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KT 그룹트랜스포메이션부문장 윤경림 사장도 “글로벌 OTT의 각축장이자 핵심 콘텐츠 공급원이 된 국내 미디어·콘텐츠 시장에서 보다 신속한 경쟁력 확보를 위해 이번 통합을 결정하게 됐다”고 했다.

이같은 합병소식에 증권계도 긍정적인 시그널을 보이고 있다. 대신증권은 티빙과 시즌의 합병으로 시너지 효과가 기대된다고 밝히며 CJ ENM의 목표주가를 16만원으로 유지했다. 양사 합병이 발표된 CJ ENM의 14일 종가는 9만9000원으로 마감됐으며 15일 10시35분 현재 10만400원에 거래되고 있다.

김회재 대신증권 연구원은 15일 “이번 합병으로 티빙 가입자는 기존 230만명 수준에서 330만명 수준으로 증가하고 오는 2023년부터 티빙 사업은 손익분기점(BEP)를 넘어설 것으로 전망된다”며 “KT는 이미 티빙이 부가서비스로 포함된 5G 특화 요금제를 출시했고, 향후 KT의 스마트폰에 티빙이 기본으로 제공되는 협업도 가능할 것”이라고 판단했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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