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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투넘버시대①] 단말기 1대, 번호 2개…'e심'을 둘러싼 궁금증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오는 9월1일부터 휴대폰 한 대로 전화번호 두 개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 e심(eSIM·embeded SIM)이 상용화되면서다. 이용자는 이미 탑재된 유심(USIM) 외 e심을 추가로 내려받을 수 있게 되면서 용도에 따라 번호를 분리해 사용할 수 있게 된다. 이에 따라 소비자 편익도 증대될 것으로 기대된다. e심을 둘러싼 궁금증들을 정리해봤다.

◆ 소프트웨어 형태의 유심, e심

유심에는 각 통신사의 망에 접속할 수 있는 가입자의 정보가 담겨있다. 이에 단말기에서 유심을 제거하는 경우 가입자의 망 사용은 제한된다. 통화를 할 수도, 문자를 보낼 수도 없다. 최근에는 유심에 주소록이나 금융정보와 같은 개인정보까지 저장할 수 있게 되는 등 그 역할이 커지면서 ‘모바일 신분증’으로도 불린다. e심은 이런 유심을 소프트웨어 형태로 구현해낸 것이다.

◆ e심 이점은 ‘간편한 개통절차·저렴한 가격’


e심 상용화에 따른 이점은 다양하다. 먼저, 이용자의 요금제 가입이 간편해진다. 대리점·판매점을 직접 방문할 필요 없이 가입을 원하는 통신사의 홈페이지에 접속해 요금제에 가입한 뒤 문자 혹은 이메일로 받은 QR코드에 접속해 휴대폰에 e심을 내려받으면 된다. 물리적인 형태의 유심와 달리, e심의 경우 분실의 우려도 없다.

유심과 비교해 가격도 저렴하다. 통신3사가 판매 중인 유심의 가격이 7700원인 반면, e심의 다운로드 수수료는 2750원이다. 다만 단말기를 교체하는 경우 수수료를 내고, 재다운로드 받아야 한다는 한계가 있다.

◆ 유심과 e심, 가입자 명의·통신사 달라도 될까?

무엇보다 e심 상용화로 가장 기대되는 부분은, 휴대전화 한 대에서 두 개의 번호를 사용할 수 있게 된다는 것이다. 이용자는 일상용·업무용 혹은 국내용·해외용으로 용도를 구분해 메인회선과 보조회선을 각각 설정할 수 있다. 용도에 따라 메인회선은 데이터만, 보조회선은 음성·문자만 사용하는 요금제에 가입할 수도 있다. 다만 e심 가입 시 유심과 꼭 같은 명의를 사용해야 한다.

또 이용자는 유심과 e심에서 각각 서로 이동통신사에 가입할 수도 있다. 메인회선은 SK텔레콤, 보조회선은 KT 요금제에 가입하는 방식이다. 이용자는 보조회선을 사용하고자 하는 목적에 따라 적절한 이동통신사를 선택해 가입하면 된다. 예컨대 장기간 미국으로 출장을 가는 경우, 현지 이동통신사인 버라이즌·AT&T·T모바일 앱을 통해 e심 요금제에 가입해 로밍보다 저렴한 가격에 통신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다.

사실 두 개의 번호를 만드는 것은 이전에도 가능했다. 통신3사는 이를 부가서비스 형태로 제공해 왔다. SK텔레콤은 ‘넘버플러스’, KT는 ‘투넘버플러스’, LG유플러스는 ‘듀얼넘버’다. 가격은 월 3000원 수준이다. 다만 메인회선과 보조회선 모두 같은 통신사에서 가입해야하며, 통신사를 바꾸는 경우 자동 해지된다는 불편함이 있었다.

◆ e심 요금제, 어떤 형태일까…지원 단말 '제한적'



e심이 이미 보편화된 해외 국가와 달리, 국내에선 스마트워치에서만 제한적으로 사용됐다. 국내 통신환경의 특성상 e심 도입이 크게 필요하지 않다는 이유에서다. 미국과 유럽 등 영토가 큰 국가의 경우 통신사마다 지역별로 제공하는 서비스 품질의 차이가 커서 e심을 일찍이 도입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지난해 12월 소비자 편익 증진 차원에서 ‘스마트폰 e심 도입방안을 발표했다. 이어 통신사·제조사 등과 함께 ‘e심 협의체’를 꾸리고 e심 상용화를 위한 제도·기술적 기반을 마련해왔다.

제조사와 통신사가 오는 9월1일 상용화를 목표로 막바지 작업에 돌입한 상태다. 특히 통신3사 e심 서비스를 위한 전산망 구축에 한창이다. 3사는 현재 기존 요금제를 그대로 가져갈지 혹은 e심 전용 요금제를 만들 지를 두고 고심 중이다. 하지만 부수적인 용도로 활용되는 e심의 특성을 고려했을 때 전용 요금제를 개발할 가능성이 높다고 업계를 통해 전해진다.

현재 국내에선 한국케이블텥레콤(KCT)이 유일하게 e심 요금제를 판매 중이다. KCT는 자사 알뜰폰 브랜드인 티플러스를 통해 총 14개의 e심 요금제를 두고 있다. 음성 100분·문자 100건 제공하는 e심 표준 요금제 기준 2900원이다.

다만 e심이 당장 활성화되긴 어려울 전망이다. e심을 지원하는 단말기가 제한적이기 때문이다. 애플의 경우 아이폰XS시리즈, 아이폰11시리즈, 아이폰12시리즈, 아이폰13시리즈, 삼성전자의 경우 갤럭시Z플립4·Z폴드4에서만 e심을 지원하고 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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