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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용히 힘키우는 공공배달앱…지속성장 가능성 우려도

오병훈
-0~2.2% 저렴한 중개수수료, 입점사 부담↓
-지역화폐, 할인쿠폰 등 이용자 혜택
-상생+성장 지속하려면 자체경쟁력 확보해야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자주 시켜먹던 분식점 배달비가 3900원에서 6600원으로 올랐습니다. 반면, 공공배달앱 배달비는 3000원이더군요. 자연스럽게 공공배달앱을 이용하기 시작했습니다.”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 배달플랫폼 대표 3사 배달비가 상승하자 이용자가 공공배달앱으로 유입되고 있다. 이에 공공배달앱이 처음 내세웠던 ‘상생’ 가치를 실현하고 배달시장 내 입지 확보에 성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관심이 집중된다. 다만, 공공배달앱 특성상 상생과 성장을 동시에 가져가기엔 역부족이라는 목소리도 있다.

모바일인덱스에 따르면 7월 서울시 공공배달앱 땡겨요 월간활성이용자(MAU)수는 38만명으로 서비스 출시 시점인 지난 1월 1만8462명에 비해 20배 넘게 증가했다. 2020년 12월 출시한 경기도 공공배달앱 배달특급 지난달 MAU는 47만8833만명이다.

물론 공공배달앱 MAU는 민간앱과 비교하면 매우 저조한 편이다. 공공배달앱 중 성공사례로 평가받는 배달특급과 땡겨요 MAU를 합쳐도 100만명이 채 되지 않는 반면, 지난 7월 배달의민족 MAU만 약 2020만명이다. 그 다음으로 요기요가 약 760만명, 쿠팡이츠 419만명 순이다.

주요 배달앱 3사가 시장 점유율 90% 이상을 차지한다는 점을 고려하면 공공배달 앱은 한자릿 수 점유율에 그친다는 의미다. 단 사업 초기에 비해 이용자 수가 빠르게 늘어나고 있다는 점에선 고무적이다.

공공배달앱은 상생을 목적으로 출시됐다. 낮은 수수료로 지역 소상공인 비용 부담을 줄이고 지역화폐 사용 등으로 소비자 물가 부담을 줄여 기존 배달플랫폼 3사 대체재가 되겠다는 취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공공배달앱이 출시 초반부터 인기를 끌었던 건 아니다. 초기엔 입점업체가 적어 이용자를 유입시키기 쉽지 않았다. 주문할 수 있는 음식이 없으니 이용자가 들어올만한 동기를 주지 못했던 것이다. 서비스 지역 또한 한정돼 있어 기존 배달플랫폼 3사를 대체하기엔 역부족이라는 시각이 우세했다. 지난 1월 신한은행이 땡겨요를 출시했을 때 업계 반응은 시큰둥한 이유다.

하지만 최근 물가상승 기조가 이어지면서 공공배달앱이 재주목 받기 시작했다. 이용자들이 공공배달로 이동하게 된 가장 큰 요인은 무엇보다 ‘저렴한 배달비’ 때문이다. 실제 배달음식 주문을 위해 각 앱에 접속하면, 같은 음식점임에도 불구하고 땡겨요 배달비는 500~1500원, 요기요는 3000원을 제시하고 있다. 높아진 배달비에 주문을 망설이던 소비자들에겐 희소식인 셈이다.

공공배달앱이 낮은 배달비를 책정할 수 있는 요인은 배달앱이 입점업체들에게 걷어가는 중개수수료가 낮기 때문이다. 공공배달앱 수수료를 살펴보면 ▲2.2%(서울시 땡겨요) ▲1%(경기도 배달특급) ▲0%(강원도 일단시켜) ▲0%(부산시 동백동) 등이다. 반면 배달 플랫폼 3사 경우 이보다 높은 수수료 12.5%(요기요), 9.8%(쿠팡이츠) 6.8%(배달의민족)를 받고 있다.

예를 들어 이용자가 1만원 음식을 주문했을 때, 땡겨요 내 음식점 사업자는 220원 수수료만 내면 되지만, 요기요 경우 최대 1250원 수수료를 지불해야 한다. 수수료에서 5배 이상 차이가 발생하는 셈이다. 배달의민족 측은 “서비스 효율과 만족도를 위해 (중개수수료를) 마케팅에 쓰는 등 투자가 돼야하기 때문”이라고 부연했다.

특히 땡겨요는 첫 주문 시 5000원 혜택 쿠폰을 제시하고, 한류스타 싸이를 앞세운 매스 미디어 광고 등 공격적인 마케팅도 신규 사용자를 유입시키는 데 주효했다. 브랜드 인지도가 높아지면서 자영업자와 이용자들은 비교적 배달비와 수수료가 낮은 공공배달앱으로 눈을 돌리기 시작했다.

땡겨요 관계자는 “수입 상당부분을 포기했다. 기존 배달플랫폼 3사 경우 배달수수료를 높게 받았지만 땡겨요는 낮은 수수료로 입점사가 최대한 많은 수익을 가져갈 수 있도록 했다”며 “단순히 수익을 내기 위한 사업으로 출시했다기보다 배달업계 구성원인 배달기사, 가맹점주, 소비자 3주체가 윈-윈(win-win)할 수 있는 배달앱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에서 시작했다”고 말했다.

공공배달에서만 누릴 수 있는 할인혜택도 있다. 바로 지역화폐 결제 시스템이다. 지역화폐는 지자체에 따라 일정금액 저렴하게 충전 가능하다. 예를 들어 현금 9000원으로 지역화폐 1만원을 충전하는 식이다. 지자체 지원금을 통해 발행하는 할인쿠폰 등 추가적인 혜택도 받을 수 있다.

다만, 공공배달앱이 안정적으로 시작에 안착하기 위해서는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았다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배달의민족·요기요·쿠팡이츠는 막대한 마케팅 비용 투자를 통해 이용자 유입 및 유지에 만전을 기하고 있다. 배달의민족 운영사 우아한형제들의 광고선전비는 지속 상승세다. 우아한형제들 한국채택국제회계기준(IFRS) 연간 광고 선전비는 ▲371억원(2019년) ▲490억원(2020년) ▲743억원(2021년)이다.

공공배달앱도 서비스를 유지하기 위해서 이용자 유입·유지에 힘써야 한다. 그러나 이에 따른 마케팅 및 인프라 비용을 공공배달앱이 감당하기 어려울 것이라는 지적이다. 상생을 잡으려다 성장을 놓칠 수도 있다.

일단시켜 관계자는 “이용자가 꾸준히 늘어나고 있는 상황이며, 시민이 공공배달앱 혜택을 볼 수 있도록 홍보해 인지도를 높여나가면 성공할 수 있을 것”이라며 “하지만 (민간)배달앱 하고 경쟁하기엔 비용 측면에서 어려운 부분이 있을 수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고 지원금에만 의존할 경우 지자체 의존도가 높아져 지자체 정책에 영향을 받게 될 수 있다. 만일 지자체가 지역화폐 발행을 중단하거나 공공배달앱 지원금을 줄일 경우 혜택이 줄어들거나 사라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공공배달앱이 지속적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배달플랫폼과 차별화된 자체경쟁력을 갖춰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배달특급 관계자는 “예산과 별개로 자체수익 방안을 마련해 재투자하는 형태로 계획 중”이라며 “소상공인과 소비자가 얻는 실익을 모두가 공감할 수 있도록 더 많은 것을 제공하기 위해 지속적으로 외연 확장에 힘쓸 것”이라고 전했다.
오병훈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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