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3일(현지시간) 미국 증시는 이날 장 개장전 노동부가 발표한 8월 소비자물가지수(CPI)가 시장 예상치를 뛰어넘는 상승율을 기록한 것으로 나타나면서 3대 주요 지수가 일제히 큰 폭으로 급락했다.
미 연준(Fed)이 9월말 FOMC를 통해 '자이언트스텝'(0.75%p기준금리 인상)을 단행하는 것은 기정 사실화됐으며, 이같은 미국의 고금리 기조가 예상보다 강하고 길게 지속될 것이라는 우려가 커지면서 증시에 던지는 충격파가 컸다.
또한 글로벌 경제에 심각한 왜곡을 불러일으키고 있는 '강달러' 현상도 지속시킬 것으로 예상된다.
이날 다우존스지수는 3.94% 하락한 3만1104.97로 종료했고, 스탠더드앤드푸어스(S&P) 500 지수는 4.32% 급락한 3932.69로 마쳤다. 기술주 중심의 나스닥 지수는 5.16% 폭락한 1만1633.57로 거래를 마쳤다. 3대 지수 모두 신종 코로나19 사태 초기인 2020년 6월11일 이후 하루 최대폭의 하락이란 점에서 주목된다.
결과적으로 지난 며칠간 미 증시에 불었던 훈풍은 막연한 낙관론에 불과했다. 이날 발표된 8월CPI에서 시장이 충격을 받은 것은 CPI에서 식품과 에너지 등 계절적 변동이 큰 품목을 제외하고 산정한 '근원(Core) CPI'였다.
이 '근원 CPI'가 지난 7월 5.9%에서 8월에는 6.3%로 크게 상승한 것이다. 물가가 둔화될 것이라고 예상했던 시장 전망과는 정반대의 결과다.
물론 전체 8월 CPI 상승률은 8.3%로 지난 7월의 8.5% 보다는 낮았으나, 이 역시 기존 시장 전망치 8.1%보다는 높은 수준이다.
3대 지수가 워낙 크게 떨어졌기때문에 개별 기업들의 주가도 사실 무의미한 하루였지만 업종별로는 온도차가 있었다.
전기차 대표주자인 테슬라는 4.04% 하락한 292.13달러로 마감해, 다시 300달러선 밑으로 주저앉았다.
최근 벤츠와의 전기밴 합작사 발표 이후, 강한 반등을 보여왔던 리비안은 이날도 0.05% 상승해 폭락장속에서도 주목을 끌었다. 니콜라(-6.68%)와 루시드(-2.72%)는 약세로 마감했다.
반도체 섹터는 낙폭이 더 컷다. 큰 폭의 금리인상과 그에 따른 경기침체 및 소비둔화가 예상돼 전방산업인 PC, 스마트폰 등 소비재의 위축이 불가피하다고 본 것이다. 필라델피아 반도체가 6.18% 급락했다.
최근 미국의 중국 AI반도체 수출 규제 발표로 급락한 이후, 최근 다소 회복세를 보여왔던 엔비디아(-9.47%)는 다시 급락했고, AMD도 8.99%의 급락을 피하지 못했다.
전날 150억 달러 규모의 반도체 공장 설립을 본격화하겠다고 발표한 마이크론 테크놀로지도 7.46% 하락했다. 인텔(-7.19%), 퀄컴(-6.07%)도 큰 폭으로 하락했다.
아이폰14 출시이후 모처럼 전날 3%대의 강세를 보였던 애플은 이날 5.87% 급락했다. 금리인상에 따른 글로벌 경기침체와 스마트폰 수요 위축 우려, 또한 강달러의 지속에 의한 환율(FX)문제로 실적에도 악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졌다.
세계 최대 전자상거래 기업인 아마존닷컴도 소비둔화에 대한 우려로 7.06% 하락했고, 구글의 모회사인 알파벳(-5.90%), 메타 플랫폼스(-9.37%), 마이크로소프트(-5.50%)도 큰 폭으로 밀렸다.
오라클은 2분기 실적 호조에도 불구하고 강달러 현상으로 인한 글로벌 매출의 반감 우려로 1.35% 하락 마감했다.
트위터는 0.80% 상승 마감했다. 이날 머스크의 주주들은 이사회를 열어 머스크의 440억 달러 인수하는데 동의했기 때문이다. 물론 머스크는 이 거래를 거부하고 있다.
한편 큰 폭의 미 금리 인상이 불가피할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금리와 역관계인 위험자산 '암호화폐'도 이날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비트코인은 13일 오전 7시30기준 전일 같은시간 대비 9.7%대의 하락율을 보이고 있다. 다시 2만 달러대 붕괴를 걱정해야할 수준에서 거래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