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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놀자vs여기어때’ 크롤링 소송…법무법인 민후의 연이은 승소 비결은?

이나연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왼쪽)와 소송에 참여한 원준성 변호사
김경환 법무법인 민후 대표 변호사(왼쪽)와 소송에 참여한 원준성 변호사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숙박 플랫폼 시장에서 치열한 선두 싸움을 벌이는 야놀자와 여기어때가 민·형사를 넘나드는 법적 다툼을 펼치며 갈등을 빚고 있다. 지난 2016년 양 사간 크롤링 사건이 불거졌기 때문이다.

크롤링은 상대방 웹사이트, 하이퍼링크, 데이터, 정보 자원 등을 자동화된 방법으로 수집 및 분류, 저장하는 기술로, 통상 경쟁 관계에 놓인 기업 사이에서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당시 야놀자는 경쟁업체인 여기어때가 2016년 1월부터 10월까지 야놀자의 제휴 숙박업소 정보 등 데이터베이스를 무단 크롤링한 뒤, 이를 영업에 활용해 큰 피해를 보았다고 밝히며 여기어때를 고소했다.

◆법무법인 민후, 여기어때 상대 민사소송 2심도 승소=야놀자 측 법률대리인으로서 소송을 진행한 법무법인 민후는 이미 여러 ‘불법 크롤링’ 사건에서 승소한 경험이 있는 정보기술(IT) 전문 로펌이다. 지난달 25일 서울고법 민사4부(부장판사 이광만)에 따르면 민후는 데이터베이스권침해 금지 소송 1심에 이어 항소심에서 승소했다.

1심 재판부가 “야놀자가 축적한 데이터베이스를 무단으로 탈취해 사용한 행위는 부정경쟁방지법상 부정경쟁행위에 해당한다”며 여기어때에 10억원의 손해배상 책임이 있다는 판결을 내린 데 이어, 항소심 재판부 역시 기존 판결을 유지한 것이다.

이번 소송은 숙박 플랫폼업계에서 ‘기업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무단으로 크롤링하는 것은 데이터베이스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최초로 받아냈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다.

법무법인 민후 원준성 변호사(연수원 47기)는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저작권법상 데이터베이스 제작자 권리 측면에서 진행된 형사 소송에서는 여기어때가 최종 무죄 판결을 받았다. 민사 소송 역시 같은 행위에 대한 평가이기 때문에 결과를 뒤집기란 사실 쉽지 않았다”라고 회고했다.

원 변호사는 “데이터베이스권 침해 건은 민사 항소심 도중 대법원 확정판결로 무죄가 나왔기에 이를 존중할 수밖에 없었다”면서 결국 저작권법 쟁점을 철회하고 부정경쟁 방지법에만 집중했다고 전했다.

◆여기어때 ‘무죄’받은 형사 소송과 차별화된 전략 내세워=원 변호사는 무엇보다도 형사 소송에서 주장한 논리와 차이점을 드러내는 게 가장 중요했다고 강조했다. 저작권법은 하나의 유형화된 권리로서 누구든 침해나 복제할 수 없다고 명시된 반면, 부정경쟁 방지법은 권리 보호보다는 상대방 행위가 부정한지 판단하는 것이 핵심이기 때문이다.

그는 재판에서 이 부분을 강하게 부각했다. 여기어때가 야놀자 측 데이터를 가져간 궁극적인 목적은 숙박업소 정보와 주소, 전화번호, 이름 같은 정보를 넘어 야놀자가 실시간으로 관리하는 제휴점 정보를 확보하기 위한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원 변호사는 “여기어때가 일반적인 크롤링을 통해 야놀자가 공개한 일반 데이터를 얻으려고 했다면, 일회성에 그치거나 간헐적 정보 수집을 하는 것으로 충분했을 것”이라며 “여기어때가 야놀자 앱이 아닌 서버에 직접 들어가 전국권 정보를 실시간으로 모았다는 것은 경쟁사인 야놀자의 실시간 영업 정보가 필요했기 때문으로 보인다”고 지적했다.

실시간 영업 정보는 기업의 실적 현황과 더불어 앞으로 구축할 영업 전략의 토대가 되는 매우 중요한 내부 자료인 만큼, 시장 독점과 양분을 다투는 업체 사이에서 매우 민감하게 다뤄질 수밖에 없는 데이터라는 평가다.

통상적인 크롤링이라면 문제 소지가 없지만 그 범위를 벗어나 타인의 법익을 침해하는 건 전혀 다른 문제라는 것이다. 즉, 크롤링이 업계에서 빈번히 쓰이는 정보 수집 방법인 건 사실이나, 이번 사건의 방점은 크롤링 자체보단 이를 활용하게 된 이유와 목적의 적법성 여부에 있다는 주장이다. 통상적인 크롤링이라도 상황이나 목적, 이용된 이유에 따라 자체적인 행위의 평가는 충분히 달라질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결국 민후는 이러한 주장을 내세움으로써 여기어때가 민사에서는 야놀자에 10억원을 지급하라는 법원 판결을 끌어 낼 수 있었다.

한편 야놀자와 여기어때 간 민사 소송은 항소심까지 마쳤으나, 2016년부터 시작된 양 사 갈등은 여전히 현재진행형에 가깝다. 여기어때가 판결에 불복해 상고할 가능성도 존재하기 때문이다.

원 변호사는 “지금으로서는 여기어때의 상고 여부에 대해 아직 확인된 바가 없다”면서 “만약 최종심이 열린다면 이에 대한 구체적인 대응 전략은 여기어때의 상고 이유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나연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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