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법무법인 민후, 코인거래소 해킹 소송 첫 승리 이끈 저력은?

박세아

[디지털데일리 박세아 기자] 최근 가상자산에 대한 사회적 관심이 뜨거운 가운데 가상자산과 관련한 피해도 늘어나고 있다.

법무법인 민후는 최근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레일(운영사 주식회사 리너스)의 500억원대 해킹사고에 따른 피해자 손해배상을 이끌어 내며 주목받고 있다. 여기에 '야놀자·여기어때' 크롤링 사건부터 '상어가족' 저작권 침해 등 IP·IT전문소송을 승리로 이끌고 있다.

법무법인 민후 김경환(사법연수원 36기) 대표변호사는 <디지털데일리>와 인터뷰를 통해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레일 해킹사고 건'과 관련해 최근 가상자산 관련 유사사건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라고 지적했다.

민후는 가상자산 거래소 코인레일(운영사 주식회사 리너스)의 500억원대 해킹사고에 따른 손해배상 관련해 승소를 이끌어 냈다. 구체적으로 이 사건 거래소는 2018년 6월 10일 신원 불명 해커에게 이더리움 1927개 등 10종 가상자산 약 500억원어치를 도난당하는 피해를 입었다. 이 피해로 인해 회사가 관리하는 전자지갑에 보관돼 있던 이용자들 가상화폐 중 일부가 외부로 유출됐다.

김 변호사는 "지금까지 이와 같은 거래소 해킹사고에 따른 손해배상 소송에서 피해자들이 거래소 과실을 입증해 승소한 적은 없었다는 점에 주목했다"고 언급했다. 즉, 해당 사건을 승소로 이끌기 위해서 불법행위 해킹 책임을 거래소가 짊어져야 한다는 것이 아닌 새로운 논리가 필요했다는 설명이다.

사건 본질을 들여다본 결과, 중요한 것은 해킹 경로 등 피해자가 입증하기 어려운 기술요소에 집중하기보다 '거래소가 피해자들이 가상자산 반환 청구를 요구할 때 반환하지 않았다'는 점이었다. 결국 민후는 이 주장을 입증함으로써 법원은 사건 피해자들에게 4억원 가량을 지급하라는 판결을 이끌어 낼 수 있었다.

당시 재판부는 회사는 원고들이 전자적인 방법으로 가상화폐 반환을 요구할 경우, 그 즉시 원고들에게 원고들 계정에 예치돼있는 가상화폐를 반환할 의무가 있다는 점 등을 인정했다. 다만, 재판부는 해킹사고가 발생함에 있어서는 피고 회사에 고의 또는 과실이 있다고 보기 어렵고, 원고들 가상화폐가 유출되지 않도록 할 의무를 위반했다고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그는 가상자산 관련 유사한 사건이 향후 지속해서 증가할 것이라고 바라봤다. 김 변호사는 "즉시 환급이 가능하다는 코인거래소 특성상 해커들이 범죄대상으로 삼기에 유리한 환경일 수밖에 없다"며 "이번 승소가 단순한 승리라기보다 향후 빠르게 증가할 해킹 피해소송에서 피해자들에게 유리한 판례가 만들어졌다는 점에서 의미있다"고 평가했다. 즉, 해킹 등 피해에도 이용자와 거래소 간 채무관계가 유지된다는 점을 보여준 전례로 남게됐다는 것이다.

당시 소송에 참여했던 원준성 변호사는 "가상자산 관련 소송은 아직 법제도화되지 않은 부분이 많다"며 "따라서 기존 법제도 안에서 유사한 부분을 빗대어 법리적 해석을 하고 있어서 전례가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야놀자, 상어가족 소송 건도 승리로


김 변호사는 민후에서 승리로 이끈 다른 사건으로 숙박 플랫폼 야놀자(의뢰인)와 여기어때 사이에 크롤링 소송 건도 언급했다. 이 소송 역시 민후가 '기업 핵심 자산인 데이터를 무단으로 크롤링하는 것은 데이터베이스권을 침해한다'는 판결을 최초로 받아냈다. 크롤링은 많은 컴퓨터에 분산 저장된 문서를 수집해 검색 대상 색인으로 포함시키는 기술이다. 산업계 후발주자가 선두 기업을 빠르게 따라잡기 위해 시도하는 방식이다.

당시 민후는 야놀자를 대리해 여기어때 창업자 심명섭 전 대표를 고소하고 민사소송도 동시에 진행했다. 상대 형사 소송 변호인이 김앤장, 민사 소송 대리인이 지평이었다는 점에서 쉬운 법리적 다툼은 아니었다고 회상했다. 검찰 수사 결과 여기어때는 2015년부터 야놀자 웹과 앱에 접속해 제휴 숙박업소 목록과 가격 정보 등을 확인하고 공유했다.

이밖에 백상아리를 묘사한 동요 '상어가족' 저작권 침해 소송 건도 기억에 남는다고 전했다. 상어가족 소송 건은 작곡가 조니 온리가 구전가요 바탕으로 창작한 노래 저작권을 국내기업 스마트스터디(의뢰인)가 침해했는지였다. 이 소송에서도 조니 온리 창작물이 저작권법 보호 대상이 아니라는 점 등을 입증해 승소했다.

법무법인 민후는 아직까지 작은 로펌이라고 생각한다는 김 변호사는 체급은 작지만 체력은 큰 로펌이라고 정의했다. 김 변호사는 기술이 점점 더 복잡해지고 비즈니스 모델이 복잡해지는 상황 속, 법적으로 논리를 만들어 내는 데 있어 민후가 가진 장점은 전문성이라고 자평했다.

김 변호사는 "야놀자 소송건 같은 경우도, 이미 2010년 전례가 없던 데이터베이스권 침해를 주장해 승소한 경험이 있었다"며 "채용정보 플랫폼 잡코리아(의뢰인)와 사람인 간 소송에서 1심부터 3심까지 모두 승소했다"고 설명했다. 당시 소송에서는 크롤링 사건 역사상 최고 액수인 10억원이라는 손해배상액을 받아냈다.

그는 최근 비즈니스 모델이 복잡해지면서 기술 현상 등을 법리적으로 해석하는 데 조금 더 많은 전문성이 요구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변호사는 "IT 전문 로펌이기 때문에 지금까지 만들어온 소송 경험으로 향후에도 축적된 전문성을 통해 많은 소송을 이끌어 갈 것"이라고 말했다.

박세아
seea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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