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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딜라이트닷넷 창간⑪] AR·VR 하드웨어 시장 성장 기대감…빅테크 경쟁 치열

정혜원
가상현실(VR)과 증강현실(AR)을 포함한 확장현실(XR)이 점차 눈앞에 펼쳐지고 있다. 관련 하드웨어(디바이스) 출시와 판매가 점차 확대되면서 산업 전반의 폭발적 성장에 기대감이 커진 것이다. AR·VR 하드웨어는 메타버스 구축을 위한 선결 과제로 꼽힌다.

메타(옛 페이스북)는 오는 10월 새로운 기기를 공개할 예정이다. 애플도 내년 1월 AR 글라스 출시 전망이 나오고 있다. 22일(현지시간) 틱톡과 같은 그룹인 피코는 오는 VR 신규 디바이스 '피코4'를 공개했다. 삼성전자, 구글, 마이크로소프트(MS) 등 글로벌 빅테크 기업도 관련 하드웨어 개발에 앞다퉈 참여하면서 VR·AR 디바이스 시장 경쟁이 본격화될 조짐을 보인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은 올해 관련 디바이스를 출시해 판매량이 약 3000만대까지 증가할 것으로 전망했다. 시장조사기관 IDC는 지난해 VR·AR 헤드셋 출하량을 1120만대로 집계했다. 전년 대비 2배 가까운(92.1%) 증가율을 보였다.

◆VR 디바이스 대중화에 앞장서는 메타=앞서 마크 저커버그는 회사 이름까지 바꾸며 ‘메타버스 대중화’를 추진하고 있다. 메타는 AR·VR 디바이스시장 선두주자다. 누적 판매량이 지난해 1000만대를 넘어섰다. 2016년부터 제품을 출시해 지난해 기준 VR·AR기기 통합 시장 점유율이 78%에 이른다.

메타는 오는 10월11일(현지시간) VR 및 AR 관련 전략을 논의하는 행사 '메타 커넥트'를 개최하고 기존 제품의 후속작 '캄브리아'를 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다만 가격은 지난 5월 예고한 대로 800달러(약 105만원) 이상일 것으로 관측된다. 현재 메타는 VR 헤드셋 ‘메타 퀘스트 2’를 판매하고 있으며 가격은 한국 공식홈페이지 기준 55만9900원이다. 신제품은 기존 제품 대비 가격이 2배가량 뛰는 것이다. 다만 행사에서 공개되지 않을 경우 내년 초에 출시될 가능성도 있다.

메타는 앞서 시제품(프로토타입)으로 ▲VR 헤드셋 ‘버터스카치’ ▲연구용 VR 헤드셋 하프돔3 ▲밝기 1만니트 스타버스트 헤드셋 등을 선보이기도 했다. 저커버그 CEO는 “현실과 가상을 분간하기 어렵게 하는 3D(3차원) 디스플레이는 문화마저 바꿀 것”이라면서 “앞으로 사람들은 VR를 더 쉽게 받아들이게 되고, 그 다음 새로운 예술이 우리 세상에 나타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안경 형태 AR 기기 개발 중인 애플=애플 전문가로 알려진 대만TF증권 궈밍치 애널리스트 애플의 AR 헤드셋 출시 시기를 내년 1월로 예상하고 있다. 코트라 이지현 실리콘밸리무역관에 따르면 애플은 지난 5월 이사회에서 혼합현실 헤드셋과 AR 글래스를 비공개로 선보여 정식 출시가 임박한 것으로 알려졌다.

애플은 디바이스로는 VR보다 AR에 더 많은 관심을 둔 것으로 알려졌다. VR은 사용자가 가상세계에 완전히 몰입하도록 시야를 차단해야 한다. AR은 현실에 가상 이미지를 덧씌우는 방식으로 헤드셋보다 훨씬 가볍고 일상적으로 착용할 수 있다. VR 디바이스에서 비롯되는 한계를 해소할 수 있다. 전자 전문매체 나인투파이브맥은 애플이 2023년 출시할 AR 헤드셋이 2000~3000달러에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

◆구글, 스마트 글라스로 승부수=구글은 올해 실리콘밸리 마운틴뷰에서 열린 연례 개발자 회의(I/O)에서 하드웨어 제품 6개를 출시하겠다는 계획을 밝혔다. 또 같은 날 제품명을 특정하지 않은 프로토타입 AR 스마트 글라스를 함께 선보였다. 당시 공개한 데모 영상에서는 AR 스마트 글라스를 착용하면 다른 사람의 말이나 글이 실시간으로 번역돼 글라스에 캡션으로 제공됐다.

순다르 피차이 구글 CEO는 지난 5월 온라인으로 진행한 언론사 라운드 테이블에서 “과거 구글 글라스가 처음 나왔던 시기(2013년)에는 인공지능(AI)과 같은 기술이 지금처럼 발달하지 않았는데 (지금은) 많은 게 변했다”며 “증강현실 안경이 지닌 힘은 강력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이어 “증강현실로 할 수 있는 것이 완성되고 있으며 이제 안경이라는 형태로 담아내기만 하면 된다”고 설명했다.

앞서 구글은 2012년 ‘구글 글라스’를 공개하면서 스마트 글라스 시장의 포문을 열었지만 성과는 미진했다. 그럼에도 스마트 글라스에 대해 꾸준한 관심과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구글은 2017년 파트너를 대상으로 ‘구글 글라스 엔터프라이즈 에디션’을 발표하고 2020년에는 스마트 글라스 제조기업인 노스를 인수했다.

◆삼성·LG, 일본 소니도 시장 개회 대비 중=국내 주요 기업들도 일찍이 디바이스를 내놨다. 삼성전자는 2014년 오큘러스와 협업해 만든 스마트폰을 연결해서 사용하는 방식의 '기어 VR'을 공개했지만 시장 개화가 늦어지자 2018년 사실상 단종 수순을 밟았다. VR 시장이 기대만큼 활성화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빅테크기업들이 제품 출시와 상용화에 속도를 내면서 삼성전자도 신규 디바이스를 출시할 가능성이 높아졌다.

LG전자도 앞서 '360VR' 등을 선보였다. 2019년에는 'AR글래스' 상표권을 출원하는 등 AR·VR 시장 본격 진입을 지속하고 있다. 소니도 내년에 VR 디바이스 신제품 '플레이스테이션 VR2'를 내놓을 예정이다. 2016년 이후 7년 만이다.

전자업계 관계자는 "AR·VR 디바이스는 아직 시장이 본격 개화한 것은 아니지만 앞으로 성장이 기대되는 시장이라는 점이 가장 중요하다"며 "관련 기업들이 시장 선점을 위해 기술 개발에 속도를 내고 있다"고 전했다.
정혜원
w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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