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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오-SK C&C, 책임공방 전조?…보상논의 어떻게 진행될까

이안나
[디지털데일리 이안나 기자] 카카오가 서비스 이용자에 대한 보상을 논의하는 가운데, SK C&C와 미묘한 입장차를 내비치고 있다. 당장 카카오는 SK C&C와 구상권 문제는 고려하고 있지 않다는 입장이지만, 본격 논의가 시작될 경우 책임 소재를 두고 양사가 갈등을 보일 가능성도 제기된다.

19일 카카오 홍은택 대표는 경기도 성남시 판교 신사옥에서 진행한 기자회견에서 SK C&C와의 구상권 논의는 시기상조라고 언급했다.

홍 대표는 “구상권 청구는 지금 논의할 단계 아니다”라며 “여러 사고 원인이나 조사가 끝나면 논의가 시작되지 않을까 싶은데, 구상권 여부와 관계 없이 할 일을 하겠다”고 말했다. 같은 맥락으로 남궁훈 대표 역시 “SK C&C와의 책임 소재를 다투기에 앞서 먼저 보상하겠다”고 했다.

하지만 카카오와 SK C&C 법정 공방으로 이어질 전조는 서비스 장애 1차 원인 때부터 비쳐졌다. SK C&C는 소방당국이 물을 쓰기 전력을 차단해달라고 해 “매뉴얼에 따랐을 뿐”이라는 입장이지만, 카카오는 “전체 전원을 내리기 전 서버 전원이 차단된 상태였다”고 반박했다. 양사가 상반된 주장을 한 셈이다.

관건은 화재 사고 책임이 있는 SK C&C가 어느 범위까지 카카오에 손해배상을 해야하는지 여부다. 카카오 구상권 청구 규모에 따라 SK C&C가 책임져야 할 부담은 커질 것으로 보인다.

이날 카카오는 데이터센터 화재로 인한 사업 피해 규모액을 밝히진 않았다. 그러나 업계에선 약 200억원대 달할 것으로 추산하고 있다. 유료 서비스 이용자 등에 보상액을 지급한다면 카카오 손실 규모는 더 커진다.

더군다나 홍 대표는 “기업 휴지보험에는 들지 않았다”고 말했다. 기업휴지보험이란 사고가 발생해 사업이 중단했을 때 기업이 유지하는 데 필요한 경상비를 지급, 기업을 계속 가동했을 때 생기는 이익을 보상하는 상품이다.

즉 카카오가 SK C&C 데이터센터 화재로 사업이 중단되는 사태를 겪고 유료 대상자들에게 보상금을 지급해야 하지만, 이 부분에선 보험사 힘을 빌릴 수 없다는 의미다. 홍 대표는 “배상자금 조달 및 범위는 보상 규모를 확정하지 않은 상태에서 말하기 어려울 것 같다”고 전했다.

카카오가 SK C&C에 청구하는 손해보상액이 조금이라도 높기 위해선 자체 운영과정에서 충분히 재난상황을 대비했다는 점을 강조해야 한다. 또한 카카오가 SK C&C 데이터센터가 어떤 계약으로 이뤄져 있는지도 중요하다.

통상 데이터센터 계약은 서비스레벨어그리먼트(SLA) 계약에 따라 이뤄진다. 이 계약은 데이터센터 장애거 발생해 일정시간 이상 멈추면 그 기간에 대한 요금 면제나 할인을 할 수 있도록 돼있는 게 일반적이다. 만약 SLA 99.9%로 계약했다면 1년 내 8시간가량 서비스 중단에 대해 발생한 손해에 대해선 데이터센터가 보상하지 않는다.

홍 대표는 “SK C&C 데이터센터엔 입주사가 우리 말고도 20군데가 더 있는데, 표준 계약을 적용하지 않았을까 싶다”며 “표준 계약에 카카오 요구사항이 반영됐을 수 있는데 면책 조항이 어디까지 적용되는지 따라 다를 것 같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계약을 보고 해석할 여지가 있어 이 부분은 양사간 주장이 다를 수 있을 것 같다”고 덧붙였다.

업계에선 데이터센터 계약과 관련 카카오가 구상권 청구는 어려울 것으로 보고 있다. 표준계약에도 재난시 백업 같은 재해복구 대책은 입주사 책임이라는 내용도 포함됐을 수 있다.

카카오에 따르면 재해복구(DR) 시스템이 구축은 돼 있었다. 작동이 잘 안했던 이유는 이중화 작업이 완전하게 이뤄지지 못한 데 있다.홍 대표는 “복구가 지연된 원인은 서비스 주요 데이터와 서비스 응용프로그램에 대한 이중화 조치는 되어 있었으나 개발자들 주요 작업 및 운영도구가 이중화되지 못한 데 있었다”고 설명했다.

다만 카카오는 판교 데이터센터 장비들을 다른 곳으로 옮기는 방안은 생각하고 있지 않다. 홍 대표는 “스토리지 장비 등이 굉장히 무겁고 크기 때문에 판교 데이터센터에 있는 3만2000대 서버를 다른 데로 옮긴다는 건 생각하고 있지 않다”며 “하지만 현재 운영하는 데이터센터 4곳 이중화를 더 완벽하게 하려 한다”고 말했다.
이안나
anna@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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