에너지

SK C&C 데이터센터 화재 후폭풍…배터리, 점화원인가 가연물인가 [IT클로즈업]

윤상호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출처: 윤영찬 의원 페이스북>
지난 15일 발생한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현장<출처: 윤영찬 의원 페이스북>
- CCTV, 전기실 배터리 불꽃 포착…배터리 1세트 전소
- 화재, 점화원+산소+가연물 필요…‘불꽃 원인=점화원’
- 배터리 위험, 선입견…UPS·BMS·배선, 외부 요인 다양


[디지털데일리 윤상호 기자] “지하 3층 리튬배터리에서 화재가 발생했고 카카오 전산실과 연결된 전력 케이블이 손상됐다. 배터리와 무정전전원장치(UPS)가 같은 공간에 있었다. 그러면서 서버 전원이 내려갔다.”

19일 홍은택 카카오 대표는 경기 성남시 카카오 판교아지트에서 가진 대국민 사과 기자회견에서 이같이 밝히고 지난 15일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서비스 장애에 대해 사과했다.

홍 대표는 “화재 원인은 조사 중”이라고 했지만 “리튬배터리는 원래 화재에 취약하다고 알려져 있다”라고도 말하는 등 배터리를 이번 사태의 주범으로 보는 듯한 태도를 취했다.

홍 대표가 지칭한 리튬배터리는 통상 리튬이온배터리라고 부르는 제품이다. 리튬이온배터리는 우리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2차전지(충전과 방전을 반복할 수 있는 전지)다. 스마트폰 무선이어폰 전동공구 전기차 등에서 활용한다. 충전과 방전 효율이 좋고 가벼운 것이 장점이다. 단점은 안전성이다.

지난 17일 경찰은 폐쇄회로(CC)TV 분석 결과 지하 3층 전기실 배터리 1개에서 불꽃이 일어난 후 화재가 발생했다고 발표했다. 배터리랙(선반) 5개로 구성한 배터리 1세트가 전소했다. 선반 1개당 11개 리튬이온배터리팩이 들어간다. 국립과학수사연구원은 타버린 배터리 등을 수거해 정밀 감식 중이다. 결과는 3주 정도 뒤에 나올 전망이다.

UPS는 에너지저장장치(ESS)의 일종이다. 전력 공급이 갑자기 끊겼을 때 비상 전력원 역할을 한다. 노트북을 연상하면 이해가 쉽다. 어댑터를 연결했을 때와 연결하지 않았을 때다. 어댑터는 전력망 노트북 내장 리튬이온배터리로 전원을 이용할 수 있도록 해주는 하드웨어(HW)와 소프트웨어(SW)가 UPS다.

산업용 UPS의 경우 용량 확보를 위해 배터리실을 따로 구축한다. 전원을 복구할 때까지 시간을 벌어야 하기 때문이다. 배터리와 배터리관리시스템(BMS)으로 이뤄진다. BMS는 다량의 배터리를 1개처럼 충전과 방전할 수 있도록 관리하는 역할이다. 비상 발전기로 배터리 및 BMS를 대신하거나 둘을 병행 설치하는 경우도 있다.

UPS용 배터리는 납축전지 중심에서 리튬이온배터리 전환이 진행 중이다. 납축전지는 안전성은 높지만 효율성이 떨어진다. 시장조사기관 SNE리서치에 따르면 올해 UPS 리튬이온배터리 침투율은 31%다. 2025년 절반 이상을 차지할 것으로 추정했다. 2030년에는 80%를 넘을 것으로 여겨진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도 유사하다. 전소한 것은 리튬이온배터리 5개랙이지만 화재로 피해를 입은 배터리는 총 리튬이온배터리 57랙과 납축전지 11랙이다.

화재는 통상 ▲불을 붙일 수 있는 ‘점화원(열)’ ▲불을 지속시키는 ‘산소’ ▲불을 확산시키는 ‘가연물(원료)’이 동시에 존재해야 발생한다.

이번 화재에서 배터리는 가연물이다. CCTV에서 드러난 불꽃의 원인을 찾아야 점화원을 알 수 있다. 불은 배터리에서 시작했지만 점화원은 다양하다. 휘발유도 안전성이 떨어지지만 자체는 불이 나지 않는 것과 유사하다.

배터리가 점화원이라면 ▲설계나 제조 결함 ▲충방전 과정에서 생성된 이물질에 따른 내부 단락 등이 존재해야 한다.

그동안의 배터리가 점화원으로 추정된 사고를 보면 비슷한 시기 생산한 제품군이 같은 문제를 보였다. 2017년 삼성전자 ‘갤럭시노트7’ 단종과 2020년과 2021년 ESS와 전기차(EV) 배터리 리콜이 대표적이다. UPS용 배터리는 ESS 및 EV에 비해 안정된 상태를 유지한다. 아직 국내 다른 데이터센터와 금융권 등 UPS 고객사 중 배터리 탓에 불이 난 적이 없다.

실제 배터리 화재는 외부 요인으로 드러나거나 원인을 찾지 못한 사례가 많다. 앞서 언급한 리콜도 배터리가 점화원으로 확정된 것은 아니었다. 논란은 있었지만 고객사 요구 등에 따라 배터리 업계가 대응했다. 이번에는 ▲UPS와 BMS의 연동 ▲BMS의 배터리 제어 상태 ▲각각을 연결하는 배선 등 HW뿐 아니라 SW면에서도 따져 볼 것이 한두 개가 아니다.

이에 대해 SK C&C는 “원인을 조사 중이기 때문에 밝힐 수 있는 내용이 없다”라고 말을 아꼈다.

한편 이번 화재로 UPS 안전기준 마련 목소리가 커졌다. 특히 배터리 충전율과 설치 장소 등 화재 진압 애로를 감안한 규정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다.

UPS는 아직 정부가 정한 안전기준이 없다. UPS 안전기준 제정은 올해 본격화했다. 산업통상자원부는 지난 6월까지 업계 의견수렴과 특별 안전점검을 실시했다. 공청회는 지난 9월30일 가졌다.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 15일전이다.
윤상호
crow@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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