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천재소녀’ 윤송이, 뇌에 자극 주는 창의성 교육 꺼낸 이유는?

왕진화
사진=왕진화 기자
사진=왕진화 기자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어딘가 모르게 조금은 떨렸지만, ‘창의성’을 말하는 눈빛만은 반짝였다. 지난 20일 만난, ‘천재소녀’라 불리는 윤송이 엔씨소프트 사장·엔씨문화재단 이사장의 모습이다. 김택진 엔씨소프트 대표는 엔씨문화재단 창립 10주년 기념 컨퍼런스에서 인사말을 건네는 그를 뒤에서 묵묵히 응원하고, 그간의 10년을 축하했다.

평소에도 김택진 대표는 ▲어린이 ▲청소년 ▲창의성 ▲과학 등에 큰 관심을 보여왔던 것으로 유명하다. 엔씨 사회공헌 활동도 어린이들이 과학에 더 쉽게 접근하고, 창의성을 키우는 데 집중돼 있는 편이다. 이런 와중에, 윤송이 사장은 게임 기업이 펼칠 수 있는 사회공헌 중 가장 엔씨소프트(이하 엔씨)다운 것을 찾고 싶었다고 말한다.

윤송이 사장이 콕 집어 ‘창의성’ 교육을 꺼내들게 된 배경에도 엔씨가 있었다. 게임 기업 특성상, 메인스트림(mainstream, 주류)에 가기 전 놓인 기술들도 게임 개발에 자주 활용하기 마련이다. 윤송이 엔씨 사장·엔씨문화재단 이사장은 이러한 기술의 변화, 그 기술이 갖고 있는 사회적인 변화를 항상 고민한다고 강조한다.

윤 사장은 이날 “기술의 혁신, 특히 인공지능(AI)은 우리 사회에 어떤 변화를 가지고 올까”라며 “그렇다면 우리(엔씨)는 어떻게 (아이들에게) 교육을 다르게 해야 할 것인가라는 고민을 하면서, 창의성 교육으로 이어지게 됐다”고 말했다.

엔씨문화재단은 엔씨가 지난 2012년 창립 15주년을 기념해 만든 사회공헌 재단이다. 동화 출판 사업, 장애인 의사소통 보조 앱 배포 등 청소년 및 사회적 약자를 위한 다양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현재 미국에 거주하며 엔씨 북미 법인 ‘엔씨웨스트’ 대표직을 수행 중이었다. 이번 창의성 컨퍼런스 참석을 위해, 윤 사장은 국내 공식 석상에 약 1년 3개월 만에 얼굴을 드러냈다.

사진=왕진화 기자
사진=왕진화 기자
이날 마이크를 든 윤 사장은 특히 일상적 창의성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사회나 조직의 인정 여부와 상관없이 스스로를 성장하고 발전하게 하는 요인이란 이유에서다. 이는 전문적 창의성과는 차이가 있다. 전문적 창의성은 사회에서 인정하는 창의적인 사람이 만든 산물이며, 특정 분야에 대한 장기간의 학습을 통해 나타난다.

일상적 창의성은 음악을 연주하거나 여행을 하고, 수많은 재료를 직접 만져보고 느끼는 등 일상활동에서 자연스럽게 발생한다. 배움에서 느껴지는 오감만족이 일상적 창의성으로 이어진다는 의미다. 엔씨문화재단은 아이들이 이러한 일상적 창의성을 마음껏 발현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기 위해, 지난 2020년 8월 서울 대학로에 ‘프로젝토리’를 개관했다. 프로젝토리는 프로젝트(Project)와 실험실(Laboratory)의 합성어다.

엔씨문화재단은 승효상 건축가가 설계한 구 쇳대박물관 건물을 매입, 2개 층을 프로젝토리를 위한 공간으로 리모델링했다. 대학로의 상징적인 건축물인 만큼, 최대한 외관을 보존했다. 내부는 다양한 사회공헌 사업에 활용이 가능하도록 열린 공간으로 꾸며졌다.

윤 이사장은 “게임사 엔씨 철학과 경험이 모두 녹아든 것이 바로 프로젝토리”라며 “창의성 교육 등을 비교적 접하기 힘든 소외계층 청소년들이 이곳을 통해 접해볼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설명했다. 이어 “이곳이야말로 엔씨문화재단 첫 걸음이나 마찬가지”라며 “그간 효율성 중심의 교육에서 벗어나 아이들에게 유연하게 움직일 수 있도록 하는 사고를 심어줄 것”이라고 덧붙였다.

한편, 엔씨소프트는 지속가능경영을 강화하기 위해 국내 게임사 중 처음으로 ‘ESG(환경·사회·지배구조) 위원회’를 신설한 바 있다. 윤송이 사장은 엔씨 ‘인공지능 센터(AI Center)’ 설립을 주도해 다양한 연구개발 성과를 기업경영에 접목하고 있다. 스탠포드 인간 중심 AI 연구소(Human-Centered AI Institute, HAI) 자문 위원과 메사추세츠공과대학(MIT) 이사로도 활동 중이다.

1975년생인 윤 이사장은 카이스트(KAIST) 전기공학과를 졸업했다. 이후 미국 매사추세츠공대(MIT)에서 컴퓨터 신경과학 박사 학위를 취득했다. SK텔레콤에서 최연소 상무, 전무 등을 거쳐 엔씨 부사장 및 최고전략책임자(CSO)로 취임한 바 있다. 김택진 엔씨 대표와는 2007년 결혼했다.

지난 2004년 미국 월스트리트저널로부터 ‘주목할 만한 세계 50대 여성 기업인’으로 뽑혔고, 지난 2006년 세계경제포럼에선 ‘차세대 지도자’로 선정되기도 했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