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취재수첩] 포스코인터내셔널, '투자자 보호'가 최우선 아닌가
- 국제 정세와 '미얀마' 현지 리스크 구체적으로 설명해야… 공시는 '투자자 보호'가 목적
[디지털데일리 정혜원 기자] 지난 4일 포스코인터내셔널은 공시를 통해 에너지기업으로의 청사진을 제시했다. 액화천연가스(LNG) 공급망 확충 등 오는 2025년까지 3조8000억원의 자금을 집중 투자하겠다는 내용이었다.
그런데 포스코인터내셔널은 LNG 개발사업과 관련해 ‘미얀마 마하가스전 개발’ 등을 구체적으로 공시에 명시하면서도 최근 고조되고 있는 ‘미얀마의 국가 리스크(Country Risk)’는 별도로 언급하지 않았다.
최근 국제 정세에 어느 정도 관심이 있는 개미투자자라면 지난해 2월, 미얀마 군부 쿠데타이후 이어지고 있는 정세 불안이 사업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가능성을 우려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특히 그동안 국제사회에선 글로벌 기업들이 달려들었던 미얀마의 에너지 개발 사업이 미얀마 군부의 ‘돈줄’이라는 의심이 계속 제기돼온 상황이다.
이런 가운데 지난달 20~21일, 국제기구인 국제자금세탁방지기구(FATF)는 프랑스 파리에서 개최된 총회에서 미얀마를 '조치를 요하는 고위험 국가'로 분류하고, '강화된 고객확인'(EDD, Enhanced Due Diligence)'요건을 새롭게 부여했다.
이 ‘강화된 고객확인’ 규정에 대해 FATF는 ‘자금세탁방지(AML) 제도에 결함이 있어 해당 국가와의 거래시 강화된 고객확인 등 특별한 주의가 필요하다’고 명시했다.
FATF가 기존 분류해왔던 ‘고위험 국가’는 북한과 이란으로, 사실상 국제 사회가 미얀마도 거의 이와 동급의 불량 국가로 지정한 것이다.
특히 미얀마의 군부 독재 정권을 봐주는 ‘뒷배’가 중국이라는 의심이 제기되는 상황이기때문에 앞으로 미-중 갈등이 폭발할 경우 자칫 미얀마로도 불똥이 튈 가능성이 높다.
미국을 비롯한 서방이 러시아에 대한 경제제재를 한 것 처럼, 미얀마 군부 정권에 대한 고강도 경제제재를 하게되면 자금 동결, 에너지수출 금지 등의 조치가 단행될 수 있다고 예상하는 것은 상식선에서의 우려다.
하지만 포스코인터내셔널의 공시에는 미얀마 리스크와 관련해, 이러한 시장 주변 정세와 관련한 충분한 설명이 제공되지 않았다.
미얀마 쿠데타가 발발한 직후인 지난 2021년 3월에 포스코인터내셔널이 공시한 사업보고서에는 ‘미얀마 가스전’ 사업과 관련한 리스크가 자세히 언급되지 않았다.
이후 올해 6월 기준으로 작성된 포스코인터내셔널의 반기보고서 재무제표 주석에 ‘미얀마 쿠데타 영향의 불확실성’이 언급됐다.
하지만 이마저도 미얀마에서 군부가 정권을 잡았고 아웅산수지 여사가 이끄는 국민민주연맹(NLD)을 해체할 예정이라는 단순 사실만 적혀있다.
또한 “사업에 미칠 영향은 보고기간말 현재 합리적으로 추정할 수 없었다”고 의견을 달았다. 미얀마의 국가 리스크 정도를 감안하면 무성의한 답변이 아닐 수 없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위험 발생 가능성’을 제대로 설명해야할 필요가 있다. 단순히 상황을 전달하는 것은 투자자가 어떤 위험을 감수해야 하는지 이해하는 데 부족하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의 주식을 산 투자자들에게 최근 '미얀마 리스크'가 다행히 쓸데없는 걱정, 즉 '기우'에 불과하다면 회사측은 공시를 통해 그에 맞는 충분한 설명을 해주면 될 일이다.
우리나라 공시 제도의 취지는 상장 기업의 주가를 관리하기위해 존재하기에 앞서 '투자자 보호'를 위해 존재하는 것이다.
포스코인터내셔널은 투명한 정보 공개가 결국 투자자 보호를 위한 최고의 덕목이라는 의미를 되새길 필요가 있다. 포스코가 가진 국제적 브랜드의 가치를 생각하면 아쉬운 대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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