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

"SK브로드밴드, 넷플릭스에 연 1465억 편익 제공"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통신사업자(ISP)와 콘텐츠제공사업자(CP) 간 망사용료 논쟁은 ‘공유지의 비극’ 사례와 유사합니다.”

변상규 호서대학교 교수는 12일 방송학회가 진행한 ‘한국방송학회 2022 가을철 정기학술대회’ 세미나에서 이 같이 말하면서 “현재 넷플릭스의 이용자들은 자신이 유발한 트래픽에 비해 상대적으로 적은 요금을 지불하고 있다. ISP 공동체가 감당할 수 있는 트래픽을 초과하는 경우 네트워크에 대한 투자가 이뤄져야 하지만 종량제가 아닌 정액제에서 추가 재원을 확보할 수 없는 상황이다. 결과적으로 인터넷 품질이 저하하면 인터넷 이용자의 효용이 하락하고 이는 다시 ISP 가입자의 감소로 이어질 것”이라고 우려했다.

이날 세미나에서는 공정한 망 사용을 위한 정책 마련을 위해 정부부처·학계 관계자들이 머리를 맛댔다. 변상규 호서대 교수와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이 발제를 맡고, 강재원 동국대 교수, 김정현 고려대 교수,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 홍종윤 서울대 교수, 진성오 과학기술정보통신부, 등이 토론자로 참석했다.

이 자리는 최근 세계 각국에서 다량의 트래픽을 유발하는 넷플릭스 등 빅테크기업에 망사용료를 부과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는 가운데 마련됐다. 과거와 달리 빅테크기업이 ISP의 망에 방대한 양의 트래픽을 유발하기 시작하자, ISP는 부담을 호소하며 그에 대한 대가를 요구하기 시작했다.

국내에선 주요 CP들이 이미 ISP에게 망 사용료를 지불하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변상규 교수에 따르면 2016년 기준 네이버는 734억원, 카카오는 300억원, 아프리카TV는 150억원의 망 사용료를 지불했다. 반면 2021년 말 기준 국내 인터넷 트래픽의 27.1%와 7.2%를 각각 차지하는 구글과 넷플릭스는 망사용료를 내고 있지 않다.

변상규 교수는 “(구글과 넷플릭스의 망 무임승차 행위가) CP간 경쟁력을 왜곡시키는 원인이라는 불만이 나오고 있다”라며 “망사용료는 결국 인터넷 전송에서 시장의 실패를 예방하기 위함이다”라고 꼬집었다.

특히 이날 세미나에선 가입자 증가 등 CP가 ISP에 가져다준 이익들 역시 고려돼야 한다는 의견이 일각에선 제기된 가운데, 과연 ISP의 트래픽 증가에 따른 비용부담을 상쇄할 수준인지에 대한 계산결과도 공유됐다.

변 교수에 따르면 국내 전체 ISP는 매월 428.3억원, 연간 5139억원의 편익을 넷플릭스 구독자에 제공하고 있다. 올 9월 전국 응답자 35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을 통해 ‘귀하는 넷플릭스 이용을 위해 매월 얼마를 추가로 지불할 의사가 있냐’고 질문, 응답자의 월 평균 지급의사액은 3724원이었으며 여기에 월간 넷플릭스 순이용자수인 1150만 명을 곱해 이 같은 결론을 도출했다는 설명이다. 이 가운데 SK브로드밴드는 매월 122억원, 연간 1465억원의 편익을 넷플릭스 구독자에게 제공하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변 교수는 “이런 연구가 (ISP와 CP 간) 공정한 협상의 출발점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라며 “개별 소비자에게 제공하는 효용을 근거로 (망사용료를) 산정할 필요가 있겠다”고 조언했다.

최소한의 협상력을 담보해주기 위한 정부 차원의 제도적 조정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잇따랐다.

이종관 법무법인 세종 수석전문위원은 “협상력의 역전 현상을 네트워크의 관점에서 보면 CP는 ISP에 대해 ‘라우팅’과 ‘품질’에서 힘을 행사할 수 있다“라며 최근 트위치의 사례를 예로 들었다.

앞서 게임방송스트리밍플랫폼 트위치는 국내 시청자의 원본 화질을 최대 1080p에서 720p로 낮춘 가운데, 이 전문위원은 CP가 콘텐츠 품질을 통제함으로써 ISP에 대해 자신의 힘을 행사한 사례라고 봤다.

이 전문위원은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될 때 시장이 잘 작동할 수 있다”라면서도 “협상력의 과도한 격차가 필요할 땐 정부의 조정 작업이 필요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이런 부분들에 대해 별도 입법할지 등에 대해 고민할 수 있겠다”라며 “플랫폼에서처럼 협상력 격차가 구조적으로 존재할 땐 규정적 규제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조대근 법무법인 광장 전문위원도 “협상력의 우위는 제도적인 측면에서도 발생한다. 국내에서는 CP와 ISP 간 분쟁에도, ISP가 CP에 망을 일방적으로 끊을 수 없다. 빅테크기업들이 협상력 우위를 가져갈 수 있는 이유”라며 “협상력 균형을 위한 조율이 시장에서 복구되지 않을 것 같으면 제도에 의해 맞춰주는 방법이 있겠다”고 조언했다.

김정현 고려대학교 교수는 “망 이용계약과 관련한 여러 법안들이 발의돼 있는데 계약을 체결해야한다만 적혔지, 얼마를 내야한다는 내용은 부재하다”라며 “이 정도의 법률 조항으로 ISP와 CP 간 망사용료 문제를 해결 할 수 있을까 싶다”고 우려했다.

홍종윤 서울대 교수는 CP가 오히려 망중립성을 위배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새로운 관점을 제시했다. 이는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망사용료를 지불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로, 전송하는 정보의 양에 따라 데이터 전달에 차별을 둬서는 안된다는 개념이다.

홍 교수는 “사실상 트래픽은 이용자가 유발하는 것인 가운데 향후 CP들이 이용자에게 트래픽에 따라 과금할 가능성이 높다”라며 “이미 CP는 용량 퀄리티에 따라 요금을 다르게 받고 있는 가운데 원칙적으로 보면 이는 망중립성과 대치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현재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에서 망사용료와 관련해 발의된 법안만 총 7건이다. 다만 주무부처인 과학기술정보통신부는 입법에 대해 조심스러운 입장을 전했다.

진성오 과기정통부 정책보좌관은 “국회 내부서도 의견이 양분된 상황으로, 입법까지 장기화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라며 ”저희 과기정통부에서도 여러 방안들을 같이 논의하고 있지만 국회 입장이 안나온다면 결국 당분간 결론 내리긴 어려울 것 같다“고 귀띔했다.

이어 ”정부의 기조가 어떻게 가고있냐도 핵심이다. 윤석열 대통령이 작은 정부를 추구하고 시장 자율 강조하고 있는 상황”이라며 “망사용료는 우리나라 뿐 아니라 유럽은 물론 아시아 각국에서 다같이 주목하고 있는 상황이기 때문에 최소한의 기준을 만들면 전세계적인 스탠다드가 되지 않을까 기대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강소현
ksh@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