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지난달 SK C&C 판교데이터센터 화재로 발생한 카카오 먹통 사태 이후 정보통신시설물에 대한 관심이 높아지고 있는 가운데, 유지보수·관리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을 조속히 마련해 이를 예방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22일 한국정보통신공사협회는 "정보통신설비 블랙아웃으로 인한 통신망 장애로 국민 일상생활 전 영역에 지장을 주는 재난"이라며 "카카오 데이터센터 장애와 같은 사례를 막기 위해선 건축물의 고도화된 정보통신 시설물에 대한 철저한 유지보수·관리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현재 정보통신설비의 경우 정보통신공사업법, 방송통신발전기본법, 전기통신사업법, 주택건설기준 등에 관한 규정, 건축 관련 법령에 설치에 관한 사항은 명시돼 있으나, 설치 이후 유지보수·관리에 대한 법·제도적 기반이 미흡한 것이 현실이다.
정보통신을 제외한 건축, 전기, 소방, 기계설비는 각 개별법령에 유지보수 및 관리에 대한 법·제도 근거가 마련돼 있어 해당 분야의 안전사고를 예방하고 줄이는 데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그러나 협회에 따르면, 정보통신의 경우 근거 법령 부재로 인해 정보통신설비의 고장 방치 및 훼손 등의 문제가 초래되고 있다.
이에 지난 9월 26일 김영식 의원(국민의힘) 정보통신공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했으며, 개정안은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전체회의에 상정된 바 있다. 개정안은 정보통신설비의 유지보수에 관한 사항과 유지보수·관리자 선임의 근거를 마련하는 내용이다. 정보통신설비 유지보수·관리기준의 내용, 방법, 절차 등의 근거를 마련하고 미준수시 과태료 부과 등의 규정을 신설하는 내용이 포함돼 있다.
협회 측은 “정보통신설비의 고장 방치 및 훼손 등의 문제를 예방해 국민안전에 기여하고 통신 재난을 줄일 수 있도록 조속한 입법이 필요하다”며 “카카오 사태 뿐만 아니라 2018년 KT 아현지사 통신구 화재사건, 2020년 부산 초량지하차도 관측설비 고장 사망사고, 지능형 홈네트워크 해킹 사건 등 그동안 통신재난으로 인한 국민안전 부재를 해소할 매우 적절한 시기”라고 말했다.
이와 함께 정보통신설비의 설계 및 감리의 중요성도 강조했다. 현행 법령에 따르면 건축물에 설치되는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설계와 감리를 정보통신 용역업자가 아닌 건축사가 수행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실제 정보통신기술자가 작성한 국민청원에는 “정보통신 기술력이 부족한 건축사가 정보통신설비의 설계 및 감리업무를 수행함에 따라, 부실시공 및 불법 저가하도급이 만연하고 있다”고 호소했다.
감사원에서도 정보통신공사 설계·감리에 대한 시장진입 규제로 인한 건축사의 수주기회 독점은 저가 하도급 구조와 수직적 협력관계를 고착화시켜 시장질서를 왜곡할 우려가 있고 설계 및 감리 품질의 저하로 연결될 수 있음을 지적한 바 있다.
이에 정보통신시설의 설계와 감리가 체계적으로 이뤄질 수 있도록 반드시 정보통신 전문가인 정보통신용역업자가 수행해야 한다는 것이 협회 측의 주장이다. 지난 9일 과기정통부가 발표한 ‘디지털 산업 활력제고 규제혁신 방안’에는 현재 건축사만 수행하도록 규정돼 있는 건축물 내 정보통신설비에 대한 설계 및 감리 업무를 정보통신 용역업자도 수행할 수 있도록 개선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이미 김정호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이같은 내용을 담은 정보통신공사업법 일부개정안을 발의해 국회 계류중에 있다. 협회 관계자는 “최신 정보통신설비가 급속도로 전문화·고도화가 진행되고 있는 점을 고려할 때 정보통신설비의 설계 및 감리를 전문 기술력을 보유한 정보통신용역업자가 수행할 수 있도록 현행법을 조속히 개선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