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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LAY IT] 싱가포르에서 접속한 ‘이프랜드’…다양한 피부색 ‘눈길’

싱가포르=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SK텔레콤이 ‘이프랜드(ifland)’를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도약시키기 위한 첫걸음을 뗐다.

4일 업계에 따르면 SK텔레콤은 최근 ‘이프랜드’를 북미, 유럽, 중동, 아시아 등 49개국에서 동시 출시했다. 이프랜드는 SK텔레콤의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국내외 통신사 가운데 메타버스 서비스를 선보인 곳은 SK텔레콤이 유일하다.

아직 현지화를 위한 본격적인 작업은 이뤄지지 않은 상태. 현시점에서 이프랜드에 대한 글로벌 시장의 반응은 어떨까.

◆ 기능상 차이 없어…경제시스템은 제외

지난달 29일 오후 싱가포르에서 이프랜드에 접속했다. 글로벌 버전을 따로 설치할 필요 없이, 기존 앱을 그대로 실행하면 된다. 앞서 SK텔레콤 측은 이프랜드 글로벌 버전은 기존 앱에서 국내외 통합된 서비스를 제공하는 방식으로 제공되며, 해외에서 접속하면 ‘글로벌 설정’으로 자동 실행된다고 밝힌 바 있다.

국내 서비스와 기능상 차이점은 없다. 이용자는 자신의 랜드(가상공간)를 구축하거나, 다른 이용자가 이미 만들어둔 랜드에 참여 가능하다. 랜드에 입장하고 나면 이용자는 방향키를 조작해 자신이 원하는 장소로 움직일 수 있으며, 랜드 곳곳에 배치된 큰 화면을 통해 영상이나 이미지, PDF 파일 등을 공유 가능하다.

마찬가지로, 랜드를 만드는 목적에 따라 이프랜드가 제공하고 있는 테마를 적용할 수 있다. 벚꽃 엔딩·크리스마스 파티 등 기념일을 위한 테마나 컨퍼런스홀·타운홀 등 사내 행사에 최적화된 테마 등 무려 41종의 테마를 제공하고 있다.

랜드를 다채롭게 즐길 수 있도록 각 테마마다 서로 다른 아이템들도 제공된다. 예컨대 ‘골프랜드’ 테마를 적용한 랜드를 구축한다면 카트가, ‘센트럴파크’ 테마라면 ‘스카이보드’ ‘미니 농구’ 등의 아이템이 제공되는 식이다.

다만 국내와 달리, 글로벌 이프랜드에선 경제시스템이 제외됐다. 앞서 SK텔레콤은 업데이트를 통해 이프랜드 내 포인트를 현금으로 환전할 수 있는 경제시스템을 도입했다. 포인트는 매달 마지막 7일 동안 현금으로 환전 가능하다. 환전 가능 금액은 최소 10만 포인트로, 환전 신청 뒤 입금 완료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10일에서 최대 1달이다.

◆ “이국적인 가상공간”…다양한 피부색 아바타 도입


외관상 가장 눈에 띄게 달라진 부분은 피부색이다. SK텔레콤은 이프랜드 글로벌 진출에 맞춰 주요 기능에 대한 업데이트도 진행한 가운데 다양한 피부색의 아바타들을 도입했다. 특히 한국에선 익숙하지 않은 옷과 머리를 한 아바타들이 가상공간을 활보하는 가운데, 이국적인 분위기가 물씬 들었다.

유저 프로필도 달라졌다. 국내와 달리 유저의 국적이 프로필에 표시되는 것이 특징이다. 글로벌 서비스의 경우 싱가포르·인도네시아·필리핀 등 아시아 국적의 이용자가 주를 이뤘으며, 간간이 미국인 이용자도 볼 수 있었다.

“Do you like animation?”(미국인 이용자 ‘G3NO’)
“I’m filipina. My father is Korean”(필리핀 이용자 ‘hima’)

지난 4일동안 다양한 시간대에 접속해봤지만 매 시간 이용자는 많지 않았다. 10명 이상이 참여하는 랜드는 2~3개에 불과했다. 그나마도 이전부터 아시아의 문화나 한국에 이미 관심을 가지고 있었던 이용자가 대부분이었다.

특히 대부분의 해외 이용자가 이프랜드가 제공하는 서비스에 낯설어하는 것처럼 비쳤다. 메타버스가 처음인 해외 이용자들을 지원하는 ‘글로벌 라운지’가 있음에도 불구, 이용자들은 이프랜드가 제공하고 있는 기능들을 사용하는 데 어려워했다. 이에 다양한 기능을 사용하기 보단, 이프랜드를 활용해 보이스 채팅을 하는 경우가 다반사였다.

랜드 설립의 목적이 다양하지 않은 부분도 아쉬웠다. 구축된 랜드 자체도 많지 않았지만, 모두 친목 도모의 목적이었다. 최근 국내에선 이프랜드를 통해 함께 공부하는 ‘스터디 윗미(Study with me)’나 NFT(대체불가능토큰)·성공습관 등을 주제로 강의를 진행하는 등 활용 범위가 넓어지고 있는 추세다.

◆ 추락하는 메타 '호라이즌 월드'…이프랜드 과제는 현지 킬러콘텐츠



한편 국내외 IT기업들도 이런 SK텔레콤의 이런 시도에 주목하고 있다. 최근 다른 IT 기업들 역시 자사가 보유한 여러 정보통신기술(ICT)을 활용해 이런 메타버스를 구현해내는 데 집중하고 있기 때문이다. 신종코로나바이러스감염증(코로나19) 발발로 비대면 활동이 확산한 것이 계기가 됐다.

메타버스에 대한 회의적인 시각도 공존한다. 최근 미국 정보기술(IT) 매체 텔레콤닷컴은 SK텔레콤의 이프랜드에 대해 “이프랜드의 누적 이용자 수는 올초 300만명에서 1280만명으로 급증했다. 2021년 7월 서비스를 출시할 것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은 성과”라면서도 “하지만 누적 수치가 성공의 좋은 척도는 아니다. 올초 연말까지 월간활성화이용자수(MAU) 50만명을 달성하겠다던 메타(Meta)의 메타버스 플랫폼 ‘호라이즌월드(Horizon Worlds)’의 대부분 이용자는 불과 6개월 후 사용을 중지했으며, 50명 이상의 사용자가 방문하는 랜드는 9%가 안 된다”고 지적했다.

하지만 호라이즌월드의 경우 접속을 위해 고가의 VR(가상현실) HMD(Head Mounted Display·안경처럼 머리에 쓰고 대형 영상을 즐길 수 있는 영상표시장치) 구매를 요구한다는 점에서 이프랜드와 큰 차이가 있다.

결국 이프랜드의 과제는 현지 이용자를 확보하기 위한 킬러콘텐츠의 개발이다. 향후 SK텔레콤은 현지 사업자들과 해당 지역을 타깃으로 한 특화 기능을 개발하고, 현지 성격에 맞는 콘텐츠도 공동 제작하겠다고 밝힌 가운데 이프랜드가 글로벌 메타버스 플랫폼으로 거듭날 수 있을 지 귀추가 주목된다.

싱가포르=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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