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가칼럼

[스타트업 법률상식115] 내가 먼저 쓰고 있던 상호, 상표권 침해금지 청구를 받는다면?

안태규

[법무법인 민후 안태규 변호사] 개인이 사업을 시작하든, 회사를 설립하여 사업을 하든, 가장 먼저 하게 되는 것이 가게나 회사의 상호를 만드는 일이다. 상호의 경우, 회사는 그 종류에 따른 회사의 문자를 사용해야 하고, 회사가 아니면 회사라고 표시할 수 없다거나, 동일한 특별시·광역시·시·군에서 동종영업으로 타인이 등기한 상호는 사용하지 못하는 등 상법상의 제한 외에는 비교적 자유롭게 정할 수가 있다.

다만, 내가 만든 상호 또는 상호의 일부를 상표등록없이 나의 상품 또는 상품의 포장에 표시하는 등 상표로서 사용하고 있었는데, 누군가가 나의 상호 또는 상호 일부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내가 판매하는 상품이나 하고 있는 영업과 동일·유사한 상품, 서비스를 지정상품으로 하여 먼저 상표등록을 마친 경우, 등록상표권자로부터 상표권 침해금지, 손해배상을 청구받거나 형사 고소를 당하게 될 수도 있다.

이러한 경우, 상표법은 부정한 목적없이 타인이 상표출원을 하기 전부터 먼저 계속해서 해당 상표를 사용해서 사업 등을 하던 사람이 불의의 피해를 입지 않도록 일정한 요건을 갖춘 경우 해당 상표를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는 권리를 인정해주는 이른바 상표의 선사용권을 규정하고 있다.

먼저, 타인의 등록상표와 동일·유사한 상표를 그 지정상품과 동일·유사한 상품에 사용하는 경우에도, ①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고, ②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하여 먼저 상표를 사용해오고 있으며, ③ 상표를 먼저 사용한 결과 타인 상표등록출원시를 기준으로 국내 수요자들에게 잘 알려진 경우(그 상표가 특정인의 상품을 표시하는 것이라고 인식된 경우) 해당 상표를 사용하던 상품에 대하여 계속해서 사용할 권리가 인정된다(상표법 제99조 제1항).

그리고 자기의 성명이나 상호 등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상표로 사용하는 경우에는 ①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고, ② 타인의 상표등록출원 전부터 국내에서 계속하여 먼저 상표를 사용해오고 있기만 한다면 마찬가지로 해당 상표를 사용하던 상품에 대하여 계속해서 사용할 수 있다(상표법 제99조 제2항).

다만 상호는 회사나 사업체의 ‘이름’이므로, 상표로 사용한 부분에 디자인적인 요소가 추가되었거나 일부분을 약칭으로 상표로 사용한 경우에는 상표법 제99조 제2항에 따른 선사용권은 인정받기 어려울 가능성도 있다. 특히 회사의 경우 상호가 ‘주식회사 ○○○’인데 주식회사를 제외하고 ‘○○○’만을 상표로 사용한 경우에는 상표법 제99조 제2항의 선사용권이 인정되지 않을 수도 있어서, 그러한 경우 사용한 상표가 수요자들에게 잘 알려져 있음을 추가로 입증하여 동조 제1항에 따른 선사용권을 인정받는 방향으로 가야 할 것이다.

비슷하게, 상표법 제90조 제1항 제1호에서 「자기의 성명·명칭 또는 상호·초상·서명·인장 또는 저명한 아호·예명·필명과 이들의 저명한 약칭을 상거래 관행에 따라 사용하는 상표」에 해당하는 경우 상표권의 효력이 미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는데, ‘자기의 상호’ 등과 ‘이들의 저명한 약칭’을 구분하여, 상호이거나 약칭일 경우에는 저명해야 한다고 하고 있기 때문에 이 조항이 선사용권을 규정한 상표법 제99조에 그대로 적용된다고 보기는 어렵지만 참고하여 판단해볼만은 하다.

이와 같이 내가 오래 전부터 먼저 사용하던 상호나 상표에 대해서 나중에 상표를 등록한 상표권자가 자신의 상표권을 침해하고 있다고 주장할 경우 상표의 선사용권이라는 대응책이 있기는 하지만, 상표법 규정에 따른 요건을 충족하여야 할 뿐만 아니라, 요건의 내용들도 대부분 부정경쟁의 목적이 없는지, 상거래 관행에 따른 사용인지, 수요자들에게 널리 알려져 있는지 등 쉽게 판단할 수 있는 내용이 아니어서 결국 소송 단계로 이어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 따라서, 적절한 대응을 위해서는 초기 단계부터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필요할 것이다. 하지만 가장 좋은 방법은 문제가 발생할 가능성을 처음부터 없애는 것이므로, 사업 초기에 상호나 상표를 만든다면, 상표권 등록을 통해 자신의 권리를 확보하도록 하자.

<안태규 변호사> 법무법인 민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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