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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콘텐츠 성공하면 OTT가 보상?…창작자 추가보상권 '논란'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지식재산권(IP)을 이미 양도한 창작자가 영상저작물 최종제공자에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도록 하는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해당 안이 도입되는 경우 국내 콘텐츠 시장이 오히려 위축될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13일 천혜선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 연구위원은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진행된 ‘저작권법 상 감독 등 추가보상권 도입에 따른 영향 및 쟁점’ 세미나에서 “(창작자의) 추가 보상권을 인정한다면 과연 해외 OTT(온라인동영상서비스)가 우리나라 콘텐츠를 유통할까 싶다”라며 이 같이 밝혔다.

최근 국회에선 총 3건의 저작권법 개정안이 발의된 가운데 이날 세미나는 해당 법안 도입이 업계에 미치는 영향을 논의하고자 마련됐다.

앞서 발의된 개정안은 성일종 의원(국민의힘)안과 유정주 의원(더불어민주당)안, 이용호 의원(국민의힘)안 등으로, 이들 법안은 모두 이미 IP을 양도한 저작자·실연자·영상저작물 저작자가 이를 최종 제공하는 방송사·극장·OTT 등에 수익에 비례한 추가 보상을 요구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예컨대 ‘왕좌의 게임’ 작가와 감독이 이미 대가를 받고 IP를 양도했더라도, 해당 작품을 유통 중인 모든 플랫폼에 추가 보상을 청구할 수 있다.

이날 업계와 학계는 창작자에 충분한 보상이 이뤄져야 한다는 개정안의 취지에는 공감한다면서도, 그 보상을 주는 주체가 왜 플랫폼이 되어야 하는 가에 대해선 의아함을 표했다.

노동환 콘텐츠웨이브 팀장은 지금까지 저작권법에서 보상의 주체와 적절성에 대한 논의가 부재했음을 지적하면서 “아직까지 이해관계자들이 모여 관련된 법에 대해 심도있는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라며 “입법으로 가는 게 아니라 모든 플레이어들이 살아남을 수 있도록 머리 맞대고 공론하는 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콘텐츠의 성공에서 저작자의 기여도를 측정하고, 이를 수치화할 수 있는 지에 대해서도 의문이 제기됐다. 매출과 리스크에 대한 기여도를 각각 객관적이고 합리적으로 평가할 수 있는 방안이 먼저 마련돼야 한다는 의견이다.

특히 업계는 콘텐츠 성공에서 플랫폼이 기여한 부분 역시 함께 논의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플랫폼이 콘텐츠 흥행 성공에 따른 수익은 물론, 실패에 따른 리스크 역시 플랫폼이 책임져온 가운데 지금까지 콘텐츠 성공에서 창작자와 제작사가 기여한 부분만 고려됐다는 지적이다.

주지원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변호사도 “플랫폼이 영상저작물을 어떻게 마케팅 했는지 등도 (수익 발생에) 크게 작용하는데 이런 부분들은 고려하지 않고 오직 저작권자에게만 추가 보상을 허용하는 것은 굉장히 문제가 있어보인다”고 꼬집었다.

학계에선 해당 개정안이 현행 법체계와 어긋난다고도 지적했다. 창작자는 영상 제작 단계에서 이미 제작사와 IP 활용방안과 이에 따른 추가보상 계획에 대해 충분히 논의하고 계약을 체결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현행법상 계약체결 이후 권리·의무를 새롭게 정의하려면 계약내용을 변경해야 하며, 단순히 상황이 변했다는 이유로 계약 당사자도 아닌 제3자에 추가 보상을 요구하는 것은 기존 법체계에서 벗어난다는 지적이다.

이규호 중앙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추가보상 청구가 법적으로 가능하냐는 것인데 성일종 의원안과 유정주 의원안을 살펴보면 계약의 당사자가 아닌 제3자한테 보상금을 청구하는 형태로 재산권 그리고 영업의 자유 침해 소지가 있다”고 지적했다.

김용희 동국대학교 영상대학원 교수도 “(영상저작물) 최종 제공자는 적법한 계약을 통해 저작권자인 제작사에 정당한 보상을 지급하고 있다고 주장한다”라며 “제작사가 플랫폼에 콘텐츠를 유통하기 전 보상 문제가 이미 해결됐음에도 법적으로 개입해 이익을 배분하겠다고 한다면 시장의 사적계약을 무시하는 것”이라고 우려했다.

향후 콘텐츠 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가져다줄 것인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전반적으로 해당 개정안이 도입되는 경우 혜택을 받는 창작자는 소수에 불과하며 실패에 대한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은 물론, 추가 보상금도 지급해야하는 플랫폼은 투자를 축소하는 등 시장이 위축될 것이라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곽규태 순천향대학교 교수는 “제가 (플랫폼) 경영자라면 추가 보상 문제로 논란이 될 만한 콘텐츠는 최대한 내릴 것 같다. 그게 플랫폼이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이라며 “결과적으로 콘텐츠의 다양성은 약화되고 영세한 창작자들이 이용자에 접근하기도 어려워질 것 같다”고 우려했다. 이어 ”(추가 보상금 지급에 따른) 돈을 어디서든 충당해야 하니 이용가격 역시 올릴 것 같다“라며 ”이게 이 법의 재정 취지인지 확인해주시면 좋겠다“고 덧붙였다.

천혜선 연구위원은 “시장 위축 가능성이 충분히 있는 개정안이다. 전통적으로 문화 상품 시장은 하이리스크 하이리턴이기 때문에 하나가 성공해야만 많은 실패를 감소할 수 있다. 하지만 한 번의 성공 수익의 규모가 줄어들게 하는 게 추가 보상 청구권”이라며 “성공의 크기가 줄어드니 투자 심리가 위축될 수 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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