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檢, 세메스 출신 연구원 등 5명 기소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삼성전자 자회사 세메스의 반도체 핵심기술을 중국으로 넘긴 일당이 기소됐다. 세메세는 반도체·디스플레이 등 장비를 만드는 업체다.

16일 수원지방검찰청 방위사업·산업기술범죄수사부(부장검사 박진성)는 산업기술보호법위반, 부정경쟁방지법 위반 등 혐의로 세메스 전 직원 A씨와 B씨, 기술 유출 브로커 중국인 C씨, 세메스 협력사 대표 D씨 등 4명을 구속기소했다고 밝혔다. 같은 혐의로 세메스 협력사 직원 E씨를 불구속 기소하기도 했다.

앞서 세메스는 세계 최초로 ‘초임계 반도체 세정장비’를 개발한 바 있다. 이 제품은 약액 등으로 반도체 웨이퍼를 세정한 후 초임계(임계 이상 고온·고압 물질) 상태의 이산화탄소를 이용해 웨이퍼를 건조하는 역할을 한다.

최근 반도체 공정 미세화 및 집적화로 웨이퍼 손상을 최소화하는 등 정밀한 세정 작업이 필요해졌다. 이에 산업통상자원부는 해당 장비를 국가핵심기술로 지정하기도 했다. 세메스 외에는 일본 도쿄일렉트론(TEL)만 생산할 수 있을 정도로 고난도다.

A씨는 해당 설비 도면을 2021년 6월 D씨로부터 취득해 이를 C씨를 통해 중국에 유포한 혐의를 받는다. A씨는 2016년 세메스를 퇴직해 2019년 새 회사를 차린 바 있다. D씨는 A씨에 도면을 넘겨주는 대가로 38억원을 투자받은 것으로 조사됐다. C씨는 브로커로서 16억원을 전달받았다.

작년 9월 A씨는 중국 반도체 업체에 초임계 세정장비 10대를 공급한 뒤 기술을 이전하기로 협의했다. 하지만 검찰이 수사에 나서면서 실제 납품은 이뤄지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과정에서 세메스 모회사인 삼성전자 메모리 및 파운드리 공정별 약액사양 등이 유출됐다. A씨 설립한 회사로 이직한 B씨는 해당 내용을 사내 팀장들에 배포한 것으로 확인됐다.
아울러 A씨는 B씨와 공모해 세메스가 일본 시바우라에 이어 세계 2번째로 개발한 ‘매엽식 인산 세정장비’ 정보를 자신이 운영하는 회사에서 제작하려고 했다. 이 제품은 인산 약액을 이용해 반도체 웨이퍼를 1개씩 세정하는 역할을 한다. 검찰이 핵심 연구원을 구속하면서 추가적인 기술 유출은 방지했다.

또한 A씨는 2019년 7월부터 2022년 10월까지 회사 자금 27억원을 횡령한 혐의도 받는다. C씨는 A씨가 11억원을 횡령하는 데 가담한 혐의가 있다.

피해자인 세메스는 초임계 기술 개발을 위해 연구비 등 350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번 기술 유출로 경쟁력이 떨어져 거래처 수주가 10%만 낮아져도 연간 400억원 이상 손해가 불가피할 전망이다.

한편 검찰은 이번 사건을 2021년 10월부터 본격 수사했다. 지난해 1월부터 5월까지 A씨 등 세메스 전 연구원을 포함해 총 10명을 기소했다. A씨는 11월 구속기한 만료 등으로 보석으로 풀려나 불구속 상태에서 재판을 받아왔으나 검찰이 추가 범죄를 밝혀내면서 다시 수감됐다.

검찰은 피고인들의 범죄 수익을 환수하기 위해 A씨 업체 공장에 있던 습식 반도체 세정장비 6대와 예금 채권, 부동산 등을 가압류해 535억원 상당을 보전조치 했다. A씨 등은 2019년 12월부터 2022년 7월까지 세메스에서 유출한 정보로 만든 습식 세정장비 20대 등을 수출해 1193억원 정도의 이득을 취한 것으로 조사됐다.

수원지검은 “국정원·산업부 등 유관기관과 협력 및 전문수사역량 강화를 통해 국가핵심기술 등 산업기술 유출 사범에 엄정 대응은 물론 철저한 범죄수익환수로 국민의 재산을 지키는 데 만전을 기할 것”이라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