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5G 중간요금제에 대한 단상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최근 정부가 가계통신비 인하 방안으로 5G 중간요금제 확대를 강조하고 있다. 2023년 경제정책방향에선 5G 중간요금제 추가 출시를 적극 유도하겠다고 밝혔고, 이어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내년도 업무보고에 이 내용을 포함시켰다. 고가 5G 요금제 이용자들이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간요금제로 갈아타게 해 요금 인하 효과를 내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통신사들이 앞서 출시했던 5G 중간요금제가 이용자 눈높이를 충족하지 못했다는 판단에 따른 것으로 보여진다. 통신3사는 지난해 8월 월 데이터 24~31GB를 제공하는 5만9000원~6만1000원짜리 5G 중간요금제를 선보였는데, 여전히 32~100GB 사이 구간은 공백이라는 비판이 나왔다. 이에 정부는 통신사들에 40~100GB 구간 중간요금제 출시해 요금제를 더욱 다양화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과연 실효성이 있을지는 의문이다. 일단 사업자들이 이 같은 정부 정책에 발을 맞춰줄지 미지수다. 정부가 중간요금제 출시를 압박하고 나섰지만 사업자들과 사전 협의는 없었던 모양이다. 실제 통신사들은 당혹스러워 하고 있다. 혹여나 중간요금제 확대로 가입자당평균매출(ARPU)이 떨어질 경우 실적에 영향이 간다. 정부 눈치는 봐야 하고 실적은 지켜야 하고,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형국이다.

통신사들이 새 5G 중간요금제를 출시하더라도, 정부가 기대하는 요금 인하 효과가 있을지는 모르겠다. 중간요금제는 어디까지나 5G에 국한돼 있고, LTE를 포함한 전체 이용자들의 체감 통신물가는 여전히 높다. 정부가 사업자들에 요구하고 있는 40~100GB 구간 요금제에 대한 실제 소비자들의 수요가 어떨지도 알 수 없다. 단순히 소비자 선택권을 늘려준다고 해서 통신비 부담이 완화된다고 말하긴 어렵다.

정부가 통신사에 특정 요금제 출시를 강요하는 게 마냥 바람직하다고 할 수도 없다. 지난 2020년 사업자들의 자율 경쟁을 위해 유보신고제가 도입됐음에도, 정부는 여전히 통신사들과 요금제 출시에 앞서 사전 교감을 하는 등 인가제 시절의 관행을 유지하고 있다. 물론 그동안 통신사들이 적극적으로 요금 경쟁을 하지 않은 면은 있지만, 정부의 지나친 개입이 오히려 차별화를 저해하는 것도 사실이다.

결국 정부가 민심을 공략하기 위해 중간요금제 구호를 들고 나온 것이란 생각을 떨치기 어렵다. 혹자는 이를 두고 국민의 환심만 사고 보자는 주먹구구식 정책이라고도 비판한다. 정말 국민의 통신비 부담을 덜고 싶다면, 단발성의 요금 출시 유도 정책보다는 보다 긴밀한 논의체계를 갖추고 종합적인 가계통신비 정책을 세울 필요가 있다. 실제 소비자들의 수요를 파악하는 실태조사부터 시작해야 한다.
권하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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