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존 유무선 통신사업에서 사업 영역을 확장시키는 이른바 ‘디지코’(DIGICO·디지털플랫폼기업) 전략으로 존재감을 굳혔던 그다. 하지만 최근 그의 연임 도전을 둘러싸고 잡음이 불거지며 끝내 대표 후보 경선 완주에 실패했다.
23일 KT는 구현모 대표가 차기 대표이사 후보자군에서 사퇴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구현모 대표는 KT 이사회에 이 같은 의사를 밝혔고, 이사회는 구 대표의 결정을 수용해 차기 대표이사 사내 후보자군에서 제외하기로 했다.
현재 진행중인 차기 대표이사 선임 절차는 계속 이어간다는 방침이다. 구 대표를 제외한 사내외 후보자군을 대상으로 공정하고 투명하게 후보자들을 심사해, KT의 지속성장을 이끌어나갈 적임자를 선임하도록 하겠다는 전언이다.
이에 따라, 구현모 대표는 오는 3월 정기 주주총회를 끝으로 KT 대표이사직을 마무리할 예정이다. KT는 “구현모 대표는 주총까지 대표이사직을 수행하며 MWC는 예정대로 참석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구 대표는 이달 28일부터 열리는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MWC23’에 연사로 참여할 예정이다.
KT 측은 구 대표의 사퇴 결정 이유에 대해 특별히 밝히지 않았다. 하지만 구 대표가 사의를 표명한 데는 경선으로 인한 지배구조 불확실성이 오래 이어질수록 KT에 좋지 않다는 판단이 적용된 것으로 알려졌다. 그의 취임 이후 실적 개선 노력으로 상승해온 KT 주가는 최근 지배구조 논란으로 인해 정체된 상태다.
2020년 3월 취임한 구 대표는 지난 3년간 KT를 이끌어 왔다. 올해 3월 임기 만료를 앞두고 지난해 말 연임 의사를 표명했고, 이사회에서 연임 적격 후보로 선정됐다. 구 대표는 그럼에도 국민연금 등 일각에서 제기한 소유분산기업의 대표 연임 구조에 대한 우려를 의식해 복수후보 심사를 제안했고, 실제 이 심사에서도 적격 후보로 선정됐다.
그러나 국민연금이 재차 KT와 같은 소유분산기업의 지배구조에 대한 염려를 보내자 KT 이사회는 지난 9일 구 대표에 대한 결정을 뒤집고 경선을 원점에서 다시 시작하기로 결정했다. 이어 지난 20일까지 사외후보 18명의 지원을 받았고, 사내후보 16명을 포함해 34명 후보를 살펴보는 중이다.
KT는 오는 28일 면접대상자를 결정하고, 내달 7일 차기 대표이사를 확정할 계획이다. 이어 3월 말 주주총회에서 차기 대표 선임을 추진한다.
한편, 구현모 대표의 후보 사퇴와 함께 그가 역점을 뒀던 사업 전략인 ‘디지코’도 후속 진행을 기대하기 어렵게 됐다. 구 대표는 기존 통신회사 이미지가 강했던 KT를 ‘디지코’로 체질을 바꾸는 데 성공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에 힘입어 실제 KT의 기업가치는 지난해 말 기준 3년 만에 45%가량 증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