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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망사용료가 이중과금? 넷플릭스 CEO 주장 살펴보니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얼마 전 세계 최대 모바일 전시회 ‘모바일월드콩그레스(MWC)23’이 열렸습니다. 지난달 말 스페인 바르셀로나에서 열린 이 전시회에는 전세계 혁신기술 소개 외에도 중요 쟁점이 하나 더 있었는데요. 바로 ‘망 이용대가’입니다.

현재 전세계 인터넷제공사업자(ISP·통신사)들은 대규모 데이터트래픽을 유발하는 콘텐츠제공사업자(CP)로부터 망 이용대가를 받아야 한다고 주장하는데, 구글·넷플릭스 등 글로벌 CP들이 여기에 반발하면서 시끌시끌한 상황입니다.

이런 망 이용대가에 대한 논의는 MWC 개막 첫날이었던 지난달 27일 첫 공식 기조연설부터 시작됐습니다. 차기 유럽연합집행위원회(EC) 위원장 유력 후보로 꼽히는 티에리 브르통 위원이 이날 키노트 ‘열린 미래의 비전’ 세션에 기조연설자로 참여해 “막대한 (통신망) 투자를 공정하게 분배하기 위한 자금 조달 모델을 찾아야 한다”고 강조한 것이죠.

같은 자리에서 스페인 통신사 텔레포니카 CEO와 프랑스 통신사 오렌지 CEO 역시 “과도한 트래픽 수요를 통신사만 감당할 수 없다” “빅테크가 인프라에 필요한 투자를 분담할 수 있도록 제도화해야 한다”는 등의 주장을 펼쳤습니다.

CP들도 가만히 있지는 않았습니다. 특히 올해 초 선임된 그레그 피터스 넷플릭스 공동대표<사진>는 직접 나서 통신사들의 주장에 정면으로 반박했는데요. 브르통 위원의 기조연설 다음날인 28일 또 다른 기조연설자로 나선 피터스 대표는 크게 세가지 주장으로 통신사들의 망 투자 분담 요구에 사실상 반대 입장을 밝혔습니다.

◆ 망 이용대가 요구는 이중 과금인 것일까?

첫째, ‘이중 청구’ 주장입니다. 피터스 대표는 “브로드밴드 소비자에 더해 엔터테인먼트 회사들도 비용을 지불하라는 것은 ISP가 동일한 인프라에 대해 비용을 두 번 청구하는 것과 다름없다”고 말했습니다. 한마디로 이미 이용자가 요금을 냈는데, 왜 CP들도 돈을 내야 하냐는 것이죠. 그럴 듯 해보이는 주장입니다만 ISP 생각은 다릅니다.

일단 ISP는 구글이나 넷플릭스 같은 CP들도 ‘이용자’로 봅니다. 왜냐, 통신 시장은 엄연한 ‘양면시장’(Two-sided Market)이기 때문이죠. 양면 시장에서 망 사업자들이 망을 이용하는 ‘이용자’인 최종 이용자와 또 다른 ‘이용자’인 CP로부터 각각 대가를 수취하는 것은 너무나도 당연한 거래원칙이라는 게 그들의 입장입니다.

우리 법원도 이와 관련해선 ISP 손을 들어줬습니다. 넷플릭스가 SK브로드밴드에 제기한 망 이용대가 채무부존재 소송과 관련해 지난해 6월 1심 재판부는 “신용카드 회사가 신용카드 회원인 소비자로부터 연회비를 수취하고, 가맹점으로부터도 결제 수수료를 지급받는 등 형태의 다면적 관계는 현대사회에서 어렵지 않게 찾아볼 수 있다”는 예를 들며 통신 시장이 양면 시장임을 인정했습니다.

◆ 자체 캐시서버로 트래픽을 줄일 수 있다?

피터스 대표의 두 번째 주장은 망 이용대가가 아니라도 넷플릭스는 이미 자체 콘텐츠전송네트워크(CDN) 등 콘텐츠로 유발되는 트래픽을 낮추기 위한 노력을 하고 있다는 것이었습니다. 실제 넷플릭스는 자체 CDN 기반 캐시서버인 ‘오픈커넥트’를 전세계에 깔았는데, 국내에서도 이를 통해 상당한 트래픽을 절감할 수 있다고 주장합니다.

하지만 만일 넷플릭스가 요구하는 대로 국내에 오픈커넥트를 설치한다 하더라도, 이는 망 부담을 전혀 줄여주지 못한다는 게 ISP의 입장입니다. 넷플릭스는 현재 일본과 홍콩에 오픈커넥트를 두고 있는데, 일본·홍콩과 한국 사이 ‘국제구간’에선 트래픽이 줄어들 수 있지만 국내 백본망에서 최종 가입자망까지 국내구간에선 트래픽 규모가 변하지 않는다는 것이죠. 넷플릭스가 어디에 캐시서버를 두더라도, 막상 국내 이용자에게 소통되는 인터넷망(백본망+가입자망)에서의 트래픽에는 큰 영향을 미치지 않는 것입니다.

◆ 망 이용대가 부과는 이용자 피해로 이어진다?

마지막으로 피터스 대표는 망 이용대가가 콘텐츠 산업 발전을 저해할 것이라고 주장했습니다. 특히 글로벌 히트작 ‘오징어게임’을 언급하면서 CP에 대한 과금이 ‘소비자 피해’라는 결과를 만들 수 있다는 의견을 밝혔는데요. 그는 “(CP가 망 이용대가를 분담할 경우) 콘텐츠에 대한 투자가 줄어들고 창작 커뮤니티를 해칠 뿐”이라며 “궁극적으로 소비자들이 피해를 보게 된다”고 역설했습니다.

한마디로 망 이용대가를 내게 된다면 콘텐츠 투자를 줄이겠다는 선포나 다름 없었죠. 이는 충분히 사실일 수도 있습니다. 넷플릭스와 같은 글로벌 OTT 사업자들은 나날이 치솟는 제작단가로 오리지널 콘텐츠 투자비용이 엄청나게 늘어난 상황에 있습니다. 여기에 망 이용대가가 더해진다면 당연히 CP들의 부담은 더욱 커질 것입니다.

하지만 동시에, 넷플릭스가 이처럼 콘텐츠 투자 비용을 감당하지 못하는 현실에 대해 망 이용대가를 핑계로 삼는 것 아니냐는 의심도 나올 만 합니다. 콘텐츠 투자가 어려운 건 어려운 거고, 그와 별개로 통신사들의 망을 썼으면 합당한 대가를 내야 한다는 게 ISP들이 강조하는 지점이기도 합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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