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업/재계

[르포] “애플페이 나오는데 삼성은?” “주주 무시하냐”…삼성전자 주총 ‘말말말’

백승은

- 120분간 ‘송곳 질문’ 이어져…한종희 부회장, 연신 사과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이번 달에 애플페이가 나오는데,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나요?”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TV는 안 한다고 했는데, 사업 전략을 바꾼 이유가 뭔가요?”

“답변을 너무 두루뭉술하게 하고 계시는데, 이게 끝입니까? 왜 이렇게 주주들을 무시합니까?”


제54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에서 제각각의 질의가 등장했다. 120분 가까이 진행된 총회에서 주주들의 질문이 20개 이상 이어졌다. 경쟁사를 언급하며 사업 계획을 묻는 ‘송곳 질문’도 계속됐다. 주주 배당금 문제나 답변 태도를 지적하자 한종희 디바이스솔루션(DX)부문장 부회장은 연거푸 사과의 말을 남기기도 했다.

15일 경기 수원시 수원컨벤션센터에서 진행된 제54기 삼성전자 정기 주주총회가 열렸다. 이날 삼성전자 경영진을 비롯해 기관투자자, 주주 600여명이 자리했다.

◆애플페이·OLED·로봇 등 질문 쏟아진 DX

이날 총회는 이사회 의장을 맡은 한종희 부회장의 인사말을 시작으로 사업부문별 경영현황 설명, 질의응답이 이어졌다.

첫 질문은 애플의 ‘애플페이’ 국내 출시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3월에 애플페이 국내 출시가 확정됐는데, 삼성전자 내부에서는 어떻게 보고 있으며 (이에 대응할) 삼성페이의 전략은 어떻게 되나”라고 질문했다.

이에 노태문 모바일익스피리언스(MX)부문장 사장은 “이 자리에서 경쟁사 서비스를 언급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라면서도 “삼성페이는 최근에도 온라인 결제처를 확대하고, 신분증과 디지털 키 등 편의 기능을 강화하며 경쟁력 우위를 지니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최근 출시한 OLED TV에 대한 질문도 뒤따랐다. 질문 기회를 얻은 한 주주는 “지난 2020년에는 OLED TV 사업을 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는데, 왜 사업 전략을 OLED로 했는지 궁금하다”라고 물었다.

삼성전자는 지난 2013년 OLED TV를 출시한 후 후속작을 내놓지 않아 사실상 시장을 철수했다. 이후 ‘CES 2020’에서 당시 삼성전자 영상디스플레이사업부장 사장을 맡고 있던 한종희 부회장은 “분명히 말하는데 OLED는 영원히 안 한다”라고 단정하기도 했다. 하지만 지난해 북미와 유럽을 시작으로 OLED TV 신제품을 출시했고, 최근에는 한국 시장에 제품을 내놓으며 본격적으로 시장에 재진입했다.



주주의 질문에 대해 한종희 부회장은 “고객들의 제품 선택권 확대 차원”이라면서 “(이번 OLED TV 재진입을 통해) 8K 네오 퀀텀닷발광다이오드(QLED), 마이크로발광다이오드(LED) 등 다양한 제품 라인업을 운영할 수 있게 됐다”라고 말했다.

또 한종희 부회장은 지난해 삼성전자의 OLED TV가 목표 판매량에 도달했다고 밝혔다. “올해는 (OLED TV) 판매치가 전년대비 확대할 것”이라고 자신감을 보였다.

삼성전자가 신성장 동력으로 점찍은 로봇 사업에 대한 질문도 등장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삼성전자는 사용자와 화합을 통해 사용자 요구에 맞춰 동작하는 ‘지능형 로봇’을 지향한다”라며 “이에 사업 추진 역할을 도맡는 전문 조직을 지난해 갖췄고, 올해부터 웨어러블 로봇 등 로봇 사업화를 다양하게 추진할 것”이라고 계획을 밝혔다.

◆이정배 사장 “美 반도체 보조금 지원법, 다각도로 분석 중”

반도체 사업을 담당하는 디바이스솔루션(DS) 부문에 대해서는 최근 논란이 불거진 미국의 ‘반도체 지원 및 과학법(CHIPS and Science Act)’에 대한 질의가 나왔다. “미국의 반도체 보조금 지원법이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에 상당히 불합리한 점이 많다고 알고 있는데, 삼성전자의 입장이 궁금하다”라고 한 주주는 물었다.

이정배 DS부문 메모리사업부장 사장은 “지난 2월 말 미국 반도체 보조금 지원법 가이드라인 세부 시행령이 발표됐고, 현재 삼성전자는 회사에 미치는 영향과 대응 전략을 다각도로 분석 중이다”라며 짧게 답했다.

지난 한 해 반토막 난 DS부문 메모리반도체 영업이익에 대해 이정배 사장은 “2023년 이후 반도체 시장에 대한 전망은 어려움이 있지만, 신규 응용처를 중심으로 성장을 이어 나갈 것”이라면서 “5세대 이동통신(5G)과 AI 등으로 인한 고성능 중앙처리장치(CPU) 출시, 메타버스 등을 통해 메모리 수요가 견인될 것”이라고 자신했다.

주주배당금 관련 질문도 나왔다. 지난해에는 전년대비 당기순이익은 올랐으나 배당은 여전히 같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또 경영진들의 답변에 대해 “모든 답변이 두루뭉술하게 넘어가고, 이게 끝이냐”, “주주는 호구가 아니다. 왜 이렇게 주주를 무시하냐”, “동문서답을 하고 있다”라며 날카로운 질타가 나오기도 했다. 이에 현장에서는 박수가 터져 나오기도 했다.

한종희 부회장은 “만족할 만한 답변이 아니라면 사과드리겠다”라고 답변했다.

한편 이날 총회의 의안은 ▲재무제표 승인 ▲사내이사 한종희 선임 ▲이사 보수 한도 승인의 건이었다. 세 의안 모두 상정됐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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