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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망사용료는 이중과금" 오픈넷 허위 여론조사 ‘논란'…입장은? [IT클로즈업]

강소현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한 시민단체가 망사용료법에 대한 국민 인식을 조사한 가운데, 통신업계가 반발하고 있습니다. 허위 또는 편향된 가정에 기반한 정보를 제공하고, 이를 바탕으로 왜곡된 답변을 유도했다는 이유에서인데요.

특히 망사용료를 두고 통신사와 빅테크가 분쟁 중인 가운데 이용자들에 자칫 왜곡된 인식을 심어줄 수 있다는 우려가 나왔습니다. 최근 해당 시민단체가 진행한 여론조사에서 통신업계가 제기한 문제점들을 짚어봤습니다.

21일 리얼미터는 사단법인 오픈넷 의뢰로 지난달 17일부터 22일까지 7일간 현재 국회에서 논의 중인 망사용료법에 대한 국민 인식을 확인하기 위한 여론조사를 진행, 그 결과를 발표했습니다.

오픈넷이 설문조사에서 언급한 망사용료법은 ‘망무임승차방지법’이라고도 불리는데요. 일정 규모 이상 사업자가 국내 전기통신망을 이용할 때 정당한 망 이용계약을 체결하거나, 망 이용대가를 지급하지 않는 행위를 금지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현재 우리 국회에는 총 7건의 관련법이 계류돼 있는 상황입니다.

이 가운데 오픈넷의 최근 설문조사에 따르면, 망사용료법 법제화에 반대하는 응답자의 비율(43.7%)이 찬성한다는 응답자의 비율(30.1%)보다 높은 것으로 나타났는데요. 또 ‘잘 모르겠다’라고 답한 응답자의 비율은 26.2%인 것으로 조사됐습니다.

◆ 오픈넷 "통신사업자가 추가요금 요구"…통신업계 "왜곡된 내용" 반발

통신업계가 문제를 제기한 부분은 설문조사에 앞서 오픈넷이 제시한 설명문입니다.

설명문에는 “일부 콘텐츠사업자(CP)들의 데이터 사용량이 늘어나자 인터넷사업자(ISP)들이 인터넷망의 유지비용을 이들에게 부담시킨다는 명목으로 인터넷 접속료 외 별도의 추가 요금, 즉 망사용료 징수를 요구해왔다”고 적혔는데요.

오픈넷을 비롯한 CP는 망사용료를 '접속료'와 '전송료'로 구분지으며, 이용자와 CP가 접속료를 내는 것은 당연하지만 그 뒤 콘텐츠 전송 과정에 대한 비용(전송료)은 ISP가 담당할 몫이라고 주장해 왔습니다. 즉, 자신들의 역할은 콘텐츠를 만들고 가져다 놓는 것일 뿐 전송에 대한 책임은 ISP에 있다는 건데요. 이미 인터넷 사용료를 지불한 이용자가 요청한 콘텐츠를 전송하는 CP에 ISP가 망 이용대가를 청구하는 것은 이중 부과라고 지적했죠.

통신업계는 설명문의 내용이 “왜곡됐다”라며 정면으로 반박했습니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망사용료는 별도의 추가요금이 아닙니다. 망사용료는 CP가 콘텐츠를 전송하기 위해 통신사의 망을 이용한데 따라 ISP에 지불해야 하는 비용입니다. 구글 등 빅테크가 현재 국내 ISP에게 지불하고 있는 비용은 없다는 설명입니다.

이중 부과라는 지적에 대해서도 통신업계는 양면시장이라는 인터넷 특성을 무시하고 있다고 반박합니다. 인터넷은 CP와 최종 이용자 모두를 고객으로 하는 양면시장의 특성을 지녔다는 의견입니다. 소비자로부터 연회비를 수취하는 동시에 가맹점으로부터 결제 수수료를 지급받는 카드사가 양면시장의 대표적인 예입니다.

익명의 통신업계 전문가는 앙면시장을 통화에 비유하기도 했는데요.

이 전문가는 “이중부과라는 넷플릭스 주장이 성립되려면 두 사람이 통화할 때 송신자 대신 수신자만 통신요금을 내도 전화가 가능해야 한다. 하지만 통화는 송·수신자 모두 요금을 냈을 때 가능하지 않냐”고 반문하며 “이용자가 망에 접근(Access)하여 이용하는데 따른 반대급부”라고 말했습니다. 이어 "망사용료는 이용자가 내면 넷플릭스는 안 내도 되는 것이 아니다. 넷플릭스도 같은 망 이용자로서 내야 하는 것“이라고 덧붙였습니다.

◆ 유도성 질문들도 지적…"오픈넷 사무국 단독 집행"

다음과 같이 확인되지 않은 내용을 전제로 한 유도성 질문들도 지적됐습니다.

“망사용료법이 통과되어 해외 콘텐츠 사업자가 국내 인터넷 사업자와 접속하는 비용이 대폭 늘어나게 되면 해외 콘텐츠 사업자는 화질을 낮추거나 이용요금을 높일 것으로 예상됩니다. 귀하께선 망사용료 법안 통과 시 해외 콘텐츠 사업자의 서비스를 이용할 의향이 있으십니까?”

통신업계 관계자는 이에 대해 “망사용료 지불 시 CP의 화질 저하나 요금 인상을 전제해 법안 반대 답변을 유도했다”라며 “구글·넷플릭스는 망사용료와 무관하게 지속적으로 이용자 요금을 대폭 인상해왔다”라고 꼬집었는데요. 분쟁 중인 내용을 기정사실화했다는 점에서 해당 설문조사의 신뢰도는 떨어질 수 밖에 없을 것으로 보입니다.

한편, 해당 설문과 관련해, 오픈넷이 아닌 사무국 단독으로 진행된 것이라는 주장도 나왔습니다. 한 오픈넷 관계자는 ‘디지털데일리’와의 통화에서 "사무국의 박경신 오픈넷 집행이사 주도로 진행된 것으로 알고 있다"라며 "설문조사와 관련한 자세한 내용은 아직 파악되지 않았다"라고 말했습니다.

논란이 확산되자 오픈넷은 적극적으로 해명에 나섰습니다. 오픈넷 법무팀 변호사는 "해당설문 조사는 오픈넷이 진행한 것"이라며 "박경신 이사 주도로 진행된 것은 아니다"라고 해명했습니다. 이어 "관련 내용은 모두에게 보고되고 논의됐다"고 덧붙였는데요.

하지만 통상 사무국이 조직의 실질적인 업무를 집행하고 집행이사 역할을 감안할 때 오픈넷의 해명은 또 다른 의문을 남기고 있습니다.

강소현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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