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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과급 반납‧축소, 포털‧게임사 CEO 긴축경영 돌입

최민지
왼쪽부터 네이버 최수연 대표, 카카오 홍은택 대표. ⓒ각사 제공
왼쪽부터 네이버 최수연 대표, 카카오 홍은택 대표. ⓒ각사 제공

[디지털데일리 최민지 기자] “잔치는 끝났다.” 초저금리와 함께 자본시장 유동성이 크게 풀리며 연일 주가가 오르던 호실적은 갔다. 이제는 세계적 경기둔화와 고금리 등 영향으로 투자환경이 경색되는 동시에, 경영환경까지 불확실해졌다.

이 때문일까. 산업 곳곳에서 위기대응을 의식한 듯, 성과급을 반납하거나 축소하는 모습을 보이기 시작했다. 이중에서도 포털과 게임사 등 IT 주요 기업 최고경영자(CEO)들 행보가 두드러진다.

네이버와 카카오 대표 경우, 지난해 경영성과에 대한 성과급을 0원으로 책정했다.

최수연 네이버 대표는 지난해 급여 6억원 상여 4억9500만원 등 보수 11억원을 받았다. 이는 최근 10년간 네이버 CEO 중 가장 낮은 연봉이다. 상여는 CEO가 아닌 2021년 글로벌사업지원리더 성과에 대해 지급된 금액이다.

최 대표가 CEO 역할로 받은 성과급은 0원이다. 지난해 네이버 주가가 떨어지면서, 최 대표는 전체 보수에서 약 45%를 차지하는 양도제한조건부주식인 RSU를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지난해 네이버가 장기성과급 위주 보상체계로 변화하면서, 최 대표는 경영활동에 따른 주가부양을 목표로 RSU 비중을 높였다.

주가에 따라 보수가 달라지는데, 이 폭을 최대한 늘렸다는 설명이다. 이는 경영진이 회사 성장과 주가에 책임을 지겠다는 책임경영 일환이라는 설명이다.

카카오 홍은택 대표도 지난해 경영성과로 받은 상여금은 없다. 카카오는 지난해 8월 대표이사 보수체계를 변경하며, 중장기성과급을 신설했다. 취임 이후 2개년 성과에 대해 다음해에 성과금을 지급하는 내용이다. 지난해 7월 대표로 취임한 홍 대표는 올해까지 성과를 본 후, 이듬해 성과금을 받을 수 있다.

카카오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홍은택 대표는 지난해 급여 7억100만원, 상여 19억9700만원, 주식매수선택권 행사이익 2억7700만원 등 총 29억7500만원을 받았다. 여기서 상여 부문은 홍 대표가 취임 전 2021년 10월1일 장기인센티브 보상계약 체결에 의거한 자사주 상여금이다.

지난해 10월 사퇴한 남궁훈 카카오 전 대표는 주가가 15만원이 될 때까지 최저임금만 받겠다고 밝히면서, 지난해 시간당 9160원을 적용한 임금만 받았을 뿐이다.

카카오 공동체인 카카오게임즈 대표 성과급도 줄었다. 조계현 카카오게임즈 대표는 지난해 급여 9억100만원, 상여 9억2000만원 등 총 18억2500만원을 수령했다. 전년 22억6900만원보다 약 19.6% 줄어든 규모로, 특히 상여 부분에서 절반가량 줄었다.

스스로 성과급을 반납한 CEO도 있다. 게임 ‘배틀그라운드’을 서비스하는 크래프톤의 김창한 대표는 자진해 성과급을 받지 않기로 했다. 이에 따라 김창한 대표는 급여 10억1100만원, 상여 1800만원 등 총 10억3500만원을 지난해 수령했다. 2021년 상여 11억5000만원을 받은 것과 대조적인 상황이다. 앞서, 크래프톤은 조직장 연봉을 동결하는 등 긴축에 나섰던 만큼, 김 대표 또한 앞장서 상여 삭감에 나선 것으로 보인다.

방준혁 넷마블·코웨이 의장은 지난해 보수 14억7200만원을 수령했는데, 이중 상여금 항목에선 0원을 기록했다. 실적부진에 따라 책임경영을 위해 2년 연속 상여금 0원을 책정했다는 분석이다. 권영식 넷마블 대표는 지난해 11억9700만원을 받았고, 이 중 상여 6억1300만원은 모두 넷마블 자회사 넷마블네오 인센티브 몫이다. 넷마블에서 받은 상여는 없다.

이처럼 주요 IT 기업의 경기침체에 대응한 긴축정책은 당분간 지속될 전망이다. 일부 기업들은 이사 보수 한도와 임직원 성과급, 고용계획 축소, 나아가서는 구조조정까지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경영진만 배불리는 성과급 파티를 지양해야 한다는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최민지
cmj@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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