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임

[디아블로4] ‘디아블로2’ 그립네…불통에 쇠퇴하는 대작 시리즈

왕진화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디아블로 원작의 암울한 분위기에 디아블로2 영웅 육성 요소, 디아블로3 실감 나는 전투를 결합시켜 디아블로4만의 광활하고 생동감 있는 세계를 완성했습니다.”

지난해 12월9일(한국시각) ‘디아블로4’ 정식 출시일을 발표한 로드 퍼거슨(Rod Fergusson) 디아블로 총괄 매니저는 게임에 대해 이같이 설명했다. 디아블로4는 올해 국내 게임업계가 촉각을 곤두세우고 지켜보는 대작이긴 하나, 전작들만큼 긴장감이 크게 감돌진 않는다. 정식 넘버링이 달렸지만 디아블로 명성이 예전만 못하기 때문이다.

디아블로는 1996년 12월31일 블리자드엔터테인먼트와 블리자드 노스가 선보인 디아블로 시리즈 첫 번째 작품이다. 이용자는 공포의 군주인 디아블로와 맞서기 위해 던전에서 만나는 몬스터들을 소탕하고 캐릭터를 육성해야 한다.

당초 디아블로는 턴제 방식으로 기획됐었지만, 개발 과정에서 실시간 전투로 변경됐다. 이 전략은 다수의 적을 빠르게 쓸어버리는 쾌감을 느끼게 해주는 ‘신의 한 수’가 됐다. ‘핵앤슬래시’ 붐을 일으켰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디아블로 시리즈가 전 세계적으로 흥행에 성공하면서, 핵앤슬래시는 보편적인 게임 장르로 자리잡게 됐다. 던전과 캐릭터 육성, 실시간 전투에 어두운 분위기와 색깔 있는 스토리가 더해지자 소위 대박이 났다.

◆디아블로2로 정점…다섯 손가락 안에 꼽히는 게임 명작으로=
원작 명성을 잇는 차기작이 나오는 건 예나 지금이나 힘든 일이지만, 디아블로2는 이를 깨뜨리는 좋은 선례로 자리 잡은 게임이다.

지난 2000년, 디아블로2는 원작 인기를 훨씬 뛰어넘는 것은 물론 한 시대를 풍미한 게임이 됐다. 특히 블리자드가 스타크래프트로 게임판을 평정하던 시절 나온 디아블로2는 출시만으로 국내 이용자 이목을 끌기 충분했다.

게임 스토리는 더욱 강해진 공포의 군주 디아블로의 귀환을 중심으로 전개된다. 특히 인기를 끌었던 요소는 ‘파밍’이다. 원작에선 암울한 분위기가 중심이었다면, 해당 타이틀에선 파밍을 통한 캐릭터 육성이 중심이었다. 디아블로2가 디아블로 시리즈 최고의 타이틀이란 평가는 지금도 바뀔 수 없는 사실이다. 이 인기는 2000년대 초까지 이어졌다.

다만 치명적인 아이템 복사 버그가 발목을 잡았다. 일부 게임 이용자는 서버 렉을 활용한 아이템 복사 방법을 찾아 이를 악용했고, 경제 시스템은 순식간에 무너지기 시작했다. 이를 틈타 ‘복사를 대행해주겠다’는 피싱도 판을 쳤다. 순수하게 즐기던 이용자도 하나둘 떠나갔다.

◆뛰어난 게임성 무색하리만큼 발전 없는 서버 상태=
시리즈에 대한 호평은 지난 2012년 5월15일 디아블로3가 출시되면서 더욱 반감됐다. 출시 초반엔 신드롬으로 불릴만한 유례없는 흥행 돌풍을 기록했다. 디아블로3는 출시 24시간만에 전 세계적으로 350만장 이상 판매됐다. 이는 당시 역대 가장 빨리 판매된 PC 게임 기록이다. 출시 일주일, 디아블로3는 630만장 이상 판매됐다. 당시 한국 PC방 점유율은 39%를 기록했는데, 이는 한국 게임업계 사상 처음이었다.

그러나 시간이 지날수록 불안정한 서비스에 대한 불만이 속출했다. 특히 디아블로2 출시로부터 10년 이상이 지난 차기작이었음에도, 서버 다운으로 인한 접속 장애가 계속된 점이 컸다. 지나치게 단조로워진 전투나 빈약해진 스토리에도 아쉬운 평가가 나왔다.

전작에서 큰 논란이 됐던 아이템 버그도 해결되지 않았다. 블리자드가 공지 없이 갑작스레 서버 점검에 들어가면서 게임이 강제 종료되고, 이용자들은 그간 획득한 아이템을 모두 잃어야 했다.

당시 이용자는 물론 PC방 점주들까지 들고 일어났다. 점주들은 오과금을 크게 문제로 삼았다. 꺼져 있는 컴퓨터에서의 과금이나 배틀넷 점검 중 과금, 접속 시도 중 과금 등으로 피해를 입었다는 이유에서다.

집단소송 인터넷카페가 개설되고 피해인단 모집까지 진행됐지만, 블리자드는 침묵을 유지했다. 그해 8월엔 디아블로3 등을 즐길 수 있는 온라인 게임 서비스 ‘배틀넷’이 해킹되면서, 국내 이용자 40만명 이상 개인정보가 유출되기도 했다.

◆쇠퇴기 빠르게 진입한 이유는? 콧대 높은 태도=지난 2021년 디아블로2 리마스터 버전인 유료 PC 온라인게임 ‘디아블로2:레저렉션’에서도 같은 문제가 발생했다. 원작 디아블로2의 2차원(2D) 그래픽을 3차원(3D)으로 만나볼 수 있다는 점에서 다시 한 번 기대감이 쏠렸었던 타이틀이다.

출시 당일 두 차례 서버 안정화를 위한 긴급 점검이 실시되기도 했지만, 일부 국내 게이머들은 추억 소환만으로도 충분히 만족스러운 게임이라는 평가를 내놓았었다.

그러나 디아블로2:레저렉션은 평일 저녁이나 주말 등 시간에 서버 다운 현상이 계속해서 일어났다. 이 과정에서 블리자드는 급작스러운 롤백도 실시했다. 이용자가 한꺼번에 몰리면 일부 시간엔 게임 이용 자체가 불가능했다. ‘블리자드 엔터테인먼트사 만행에 대해 고발합니다’라는 제목의 국민청원이 등장하기도 했다. 문제가 끊임없이 제기되자 뒤늦게 고개를 숙였다.

이처럼 디아블로 시리즈에 치명적인 문제가 곳곳에서 제기될 때마다, 늘 아쉬움을 샀던 건 블리자드의 불통이었다. 이용자가 ‘왜’ 불편을 겪어야만 했었는지는 블리자드의 뒤늦은 사과로 알게 되는 식이다. 뛰어난 게임성을 갖췄다고 해도 같은 문제가 반복되면 실망만 커진다.

오는 6월 출시 예정인 디아블로4는 시리즈 사상 가장 비싼 가격으로 책정됐다. 디아블로4 일반판은 8만4500원, 딜럭스 에디션은 12만2900원, 얼티밋 에디션은 13만6400원이다. 이에 디아블로 팬들은 조금이라도 개선된 모습을 기대하고 있다. 다만, 지난 18일부터 21일까지 진행된 오픈베타에서는 서버 렉, 메모리 누수, 잦은 오류 메시지 등 여전히 우려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다.

한편, 블리자드는 오는 25일 오전 1시부터 28일 오전 4시까지 디아블로4 오픈베타를 또다시 실시할 예정이다.
왕진화
wjh9080@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