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하영 칼럼

[취재수첩] 알뜰폰 ‘0원’ 대란, 이대로 괜찮을까?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요즘 알뜰폰 시장이 난리다. 이른바 ‘0원짜리’ 요금제가 속출하고 있어서다. 알뜰폰 정보 제공 사이트 ‘알뜰폰허브’ 등에 따르면 월 요금이 0원인 알뜰폰 요금제는 현재 20여개에 달한다. 모두 LTE 요금제로, 상품별로 짧게는 6개월에서 길게는 12개월까지 가입자에게 요금을 전혀 부과하지 않는다.

소비자들의 관심도 뜨겁다. 세종텔레콤 알뜰폰 ‘스노우맨’은 0원 요금제 프로모션을 개시한 당일 홈페이지 접속 폭주로 신청 접수를 잠시 중단했을 정도다. 요즘은 4인 가구의 가계통신비가 한달 25만원을 훌쩍 넘는다. 기존 통신3사 대비 안그래도 저렴한 알뜰폰인데, 0원 요금제까지 내놓는다고 하니 소비자 입장에선 반갑기만 하다.

하지만 이런 ‘0원 대란’이 언제까지 갈 수 있을까. 업계는 통신사들이 알뜰폰 시장에 지원금을 풀면서 일어난 반짝 이벤트 정도로 보고 있다. 알뜰폰 업체들은 요금을 팔 때 도매대가(원가)와 마케팅비용을 지출하되 통신사로부터 가입자당 지원금을 받기도 하는데, 3사가 이번에 지원금을 대폭 지급하면서 이런 초저가 요금제가 등장했다는 분석이다.

어떤 알뜰폰 업체들은 지원금에 더해 자체 마케팅비용을 대량으로 쏟으면서까지 0원 경쟁에 합류하고 있다고 한다. 마진이 없으면 다행, 손해를 감수하고서라도 비용을 지출하는 업체들도 있을 것이다. 약정이 없는 알뜰폰 시장 특성상 대대적인 프로모션 경쟁이 일어날 경우 중소업체들은 가입자를 빼앗기지 않기 위해 출혈경쟁을 해야 한다.

이런 경쟁은 앞으로 더욱 치열해질 것이다. 최근 금융위원회가 KB국민은행 알뜰폰 ‘리브엠’을 정식 승인하는 등 금융권에서 알뜰폰 사업을 부수업무로 추진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줌에 따라, 타 은행들도 알뜰폰 사업을 저울질 하고 있는 상황이다. 대형 자본을 가진 금융권이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경우 출혈경쟁은 더욱 심해질 수 있다.

문제는 이런 경쟁 상황이 적어도 중소 알뜰폰 업체들에는 ‘치킨게임’이 될 것이 자명하다는 점이다. 제살 깎기를 통한 초저가 요금제로 당장의 가입자 방어는 할 수 있겠지만, 그로 인해 적자가 누적되면 자본 체력이 든든한 대형 통신사 및 금융권 계열을 제외한 중소 알뜰폰 업체들은 결국 도산으로 내몰릴 수밖에 없다.

중소 알뜰폰 업계는 그래서 리브엠 등 금융 계열 알뜰폰이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를 팔지 못하도록 정부가 규제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현재 통신3사 계열 알뜰폰 업체들은 실제로 그런 규제를 받고 있다. 도매대가는 알뜰폰 업체가 통신사 망을 빌려쓰는 대가로 지불하는 비용으로, 정확히 들어맞진 않지만 일종의 원가라고 보면 된다.

물론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를 규제하는 것이 무조건 옳은 방법이라고 단언하긴 어렵다. 어찌 됐든 요금을 싸게 팔면 소비자들에겐 좋은 것인데, 무작정 싸게 팔지 말라고 할 수는 없는 노릇이다. 시장 경쟁이 활발할수록 소비자 편익이 늘어나는 것은 당연한 원칙이고, 그중에서도 요금 경쟁은 통신 시장에서 빠질 수 없는 요소다.

결국 정부와 업계가 균형을 잘 맞춰야 한다. 금융권의 진출을 기점으로 알뜰폰 시장 경쟁을 활성화 하되 중소 사업자들이 어느 정도 공생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어야 한다. 더불어 중소 사업자들 중에서도 대형 사업자에 대항할 수 있는 힘 있는 사업자로 성장할 수 있도록 자생력을 기를 수 있는 기반을 조성해줘야 한다고 본다.

‘경쟁’의 다른 이름은 곧 ‘상생’이다. 여러 플레이어들이 함께 있어야 경쟁도 지속가능해진다. 모든 사업자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수 있는, 건강한 생태계가 확립되길 바란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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