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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융권 알뜰폰 사업 ‘저울질’…직접 진출은 ‘머뭇’

권하영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정부가 금융권의 알뜰폰 사업 진출 길을 열어준 가운데 은행들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먼저 알뜰폰 사업을 시작한 KB국민은행이 성공적으로 시장에 안착하긴 했지만, 실제 수익성 등을 따져볼 때 쉽지 않은 도전이기 때문이다. 아직은 은행들도 직접 진출보다 간접적인 방식으로 알뜰폰 시장에 접근하는 추세다.

22일 관련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회는 최근 알뜰폰 서비스를 금융법상 금융사의 부수업무에 포함시켜 금융권의 알뜰폰 시장 진출을 사실상 허가했다.

앞서 규제 샌드박스 특례를 통해 4년(기본 2년+연장 2년) 한시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했던 KB국민은행은 이제 본격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펼칠 수 있게 됐다. 뿐만 아니라 다른 금융사들도 얼마든지 알뜰폰 사업을 시작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기존 알뜰폰 업계는 긴장하고 있다. 막대한 자본력을 가진 금융권에서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경우, 도매대가(원가) 이하로 덤핑 요금제를 판매하는 등 출혈경쟁을 유도할 것이란 걱정에서다. 실제 KB국민은행이 도매대가 이하 요금제를 판매한 일도 있었다.

하지만 현 상황에서 본격적으로 알뜰폰 사업을 시작하려는 금융사들이 있을지는 미지수다. 일단 수익성을 기대하기 어렵고, 정부의 규제 영역에 진입하게 되며, 상생을 원하는 중소 사업자와의 마찰로 불필요한 부담을 안는 일이기 때문이다.

KB국민은행의 경우 알뜰폰 서비스 ‘리브모바일(리브M)’로 적자를 보는 형편이다.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윤영덕 의원(더불어민주당)이 KB국민은행으로부터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리브모바일은 2020년 139억원 2021년 184억원의 영업손실을 냈다.

물론 금융권의 알뜰폰 진출은 당장의 수익보다는 고객 락인 효과와 비금융 통신 데이터 확보 등 간접적인 효과를 목표로 한다. 그런 만큼 금융사 입장에서도 철저한 득실 계산이 필요하다. 특히 금융위원회는 알뜰폰 사업과 관련해 금융사의 건전성을 들여다 보겠다고 한 상황이기 때문에 무조건적인 적자 감수도 어렵다.

일부 은행들은 그래서 직접 진출보다는 요금제 제휴 등 간접적인 방식으로 시장에 발을 들이기도 한다. 신한은행과 하나은행, 신협중앙회는 알뜰폰 사업자와 제휴해 관련 요금제를 출시했다. NH농협은행도 제휴 요금제 출시를 준비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업계 관계자는 “금융위원회가 통신 서비스를 은행 부수업무로 삼은 것은 최근 일이지만, 사실 지난 몇 년간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다른 은행들도 특례를 통해 충분히 알뜰폰 시장에 진출할 수 있었다”면서 “그럼에도 그러지 않았다는 것은 알뜰폰 사업에 대해 은행들도 확신을 가질 수 없었다는 의미”라고 분석했다.
권하영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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