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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코프로, 전기차 요충지 헝가리 선점의 큰그림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 헝가리 정부 환영 아래 유럽 진출 첫 단추 맨 에코프로
- 유럽 전기차 산업 요충지...완성차 등 잠재적 신규고객 확보 기대감 커져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에코프로가 헝가리 양극재 공장의 ‘첫삽’을 뜬 가운데, 향후 기대 이익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다. 헝가리는 미국 외에 전세계 전기차 제조사, 2차전지(배터리), 소재사들이 눈독을 들이는 유럽 전기차 제조산업의 요충지다.

에코프로는 지난 21일 국내 양극재 기업 중 최초로 헝가리 데브레첸 현지에 ‘에코프로 글로벌 헝가리’ 사업장 착공식을 개최했다고 24일 밝혔다. 축구장 60개 크기인 총면적 44만282제곱미터(약 13만3185평) 공장 건설에 총사업비 3827억원이 투입된다.

해당 착공식에는 에코프로 주요 경영진과 더불어 헝가리 외교통상부 장관, 데브레첸 시장이 참석했을 만큼 현지 정부도 지대한 관심을 보였다.

에코프로는 헝가리에 ‘제2의 에코배터리 포항’ 건설을 기획 중이다. 에코프로의 생산기지 본진인 경북 포항 영일만산업단지는 에코프로가 세계 최초로 ▲양극재 ▲전구체 ▲수산화리튬 ▲폐배터리 재활용 등 배터리 양극 소재 전반의 생산 및 재활용 벨류체인을 한 데 구축한 곳이다.

벨류체인 통합은 생산 및 원가관리 효율성 제고, 제품 품질관리와 가격 경쟁력 확보 등에 이점이 있다. 에코프로는 이를 통해 포항에서 거둔 성공을 해외에서도 재현한다는 포부다. 앞서 2022년 SK온, 포드와 함께 북미에도 양극재 공장을 짓기로 했지만 착공 예상시점은 올해 하반기다. 헝가리 공장의 준공(2024년), 양산(2025년) 시점은 이보다 빠르다.

◆ 유럽의 가교, 전기차 산업에 친화적인 헝가리

대외경제정책연구원(KIEP)에 따르면 헝가리는 지난 몇 년 사이 유럽 전기차 생산의 중심지로 발돋움한 나라다. 2022년 헝가리에 대한 외국의 투자 규모는 총 65억유로(약 9조5244억원)였으며, 이 중 73%가 전기차 산업 관련 투자였다.

헝가리는 지정학적으로 중부 유럽 내륙국에 속한다. ▲루마니아 ▲우크라이나 ▲오스트리아 ▲슬로베니아 ▲크로아티아 ▲슬로바키아 ▲세르비아 등 다양한 나라와 국경을 접하고 동·서 유럽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다양한 세제혜택을 비롯해 자동차 산업 지원에 적극적인 헝가리 정부의 정책 기조도 기업 입장에선 매력적이다.

이에 독일 BMW, 메르세데스 벤츠, 아우디 외 다수의 완성차 업체와 자동차 산업 글로벌 100대 공급업체 중 50개 이상이 이미 헝가리에 진출해 있는 상황이다. 헝가리는 그 자체로 유럽 시장과의 '접점'을 만들고 확대하기에 최적의 요충지라 할만하다.

특히 헝가리에 대한 독일과 한국의 관심은 지대하다. 헝가리 외교통상부에 따르면 지난 2022년 헝가리 투자 1위는 한국, 일자리 창출 1위는 독일이었다.

BWM는 지난해 말 헝가리에 2조8000억원을 들여 배터리 제조 공장을 짓겠다고 발표했다. 올해 1월 업계엔 삼성SDI도 헝가리 현지에 BMW 전용 공장을 지을 계획이란 이야기가 돌았다. SK온은 생산능력(30GWh) 규모인 헝가리 배터리 공장 수율 제고에 박차를 가하는 중이다. 안정화 이후 추가 증설도 기대해볼 수 있다. 양사는 에코프로의 주요 고객사로, 현지 진출 시 이들과의 추가적인 협력을 기대할 수 있다.

더불어 유럽 전기차 요충지의 선점은 중장기적으로 신규 고객사 확보에 유리하다. 현재 해외 시장 확대를 노리는 주요 완성차·배터리 업체들의 숙제는 품질과 생산성을 고루 갖춘 파트너사 확보다. 업무협약을 맺고 투자 계획을 거쳐 실제 착공, 양산까지 걸리는 시간은 최소 수년 이상이 소요된다. 현지에 먼저 정착한 기업일수록 협상에 유리하다.

게다가 에코프로의 헝가리 공장은 JV가 아닌 단독공장이다. 보다 다양한 기업과의 협력을 기대해볼 수 있다. 배터리 제조사뿐 아니라 배터리 내재화를 추진 중인 완성차 업체들도 잠재적 고객이다. 앞서 테슬라와 양극재 직납 계약을 체결한 국내 기업 앨엔에프가 좋은 예다. 나아가 에코프로의 계획대로 현지에서도 수직계열화 생산체제, 폐배터리 재활용 인프라 등을 함께 갖추게 되면 그 자체도 차별화 요소가 된다.

다만 에코프로가 생산기지 투자를 발빠르게 확대해 나가기 위해선 안정적인 현금 관리 능력도 중요해 보인다. 이번 헝가리 공장에는 40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투입된다. 에코프로의 2022년 연결기준 유동자산(1년 이내 현금화 가능한 자산)은 3조원에 달했지만 그 중 현금성 자산은 3536억원에 그쳤다.

여기에 지난해 시장 급성장기를 맞아 원재료 투자 비용 등이 단기간에 급증하면서 영업 현금흐름은 -5185억원을 기록했다. 지난해 매출은 5조6000억원, 영업이익은 6132억원으로 흑자였지만 대규모 투자에 필요한 단기적 현금 상황은 넉넉해 보이지 않는다. 에코프로는 헝가리 공장 투자비 중 1500억원을 은행의 차입으로 충당했다.

한편, 에코프로는 헝가리 현지 공장 구축이 완료되면 연산 10만8000톤 규모의 배터리 양극재 생산능력을 보유하게 된다. 연간으론 전기차 135만대를 생산할 수 있는 물량이다. 2022년 전세계 전기차 판매량은 약 802만대였다. 회사는 헝가리를 유럽 완성차 수주 확보의 교두보로 삼겠단 계획이다.

이건한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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