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RA돌파] ① 현대차, 美 분위기 반전 필수…LG엔솔·SK온 동맹 관건 [소부장박대리]
- IRA 전기차 세액공제 대상 복귀에 韓 배터리사 북미 협력 필수
- 상호 이해관계 이상 무…정의선 회장 미국 방문 중 협력 공식화 가능성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김도현 기자] 현대·기아차가 미국 인플레이션 감축법(IRA) 전기차 세액공제 명단에 들지 못하면서 만회를 위한 총력전이 예상되고 있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현대차그룹은 이날 이사회를 열고 LG에너지솔루션, SK온과 북미 배터리 합작법인(JV) 설립 안건을 의결할 것으로 추정된다. 현대차 공식 입장은 “사실 확인 어렵다”이나 최근 회사가 처한 상황을 고려하면 가능성이 큰 것으로 관측된다.
IRA에 규정된 요건을 충족한 전기차에 최대 7500달러의 구매자 세액공제 혜택을 주는 제도가 지난 18일(현지시각)부터 시행되고 있다. 해당 요건은 북미에서 제조·조립된 완성차 중 ▲전체 배터리 부품 가치의 50% 이상이 북미에서 제조 혹은 조립된 것 ▲미국 또는 미국과 FTA를 체결한 국가에서 추출·제련한 핵심광물이 40% 이상 포함된 배터리를 기본으로 한다.
현대기아차는 배터리 조건을 만족하지 못하고 있다. 현대차 GV70 전동화 모델은 미국 앨라배마 공장에서 생산되고 있지만, 탑재한 SK온의 배터리 생산지가 중국산인 점이 걸림돌이다.
배터리 조건은 현재 미국 완성차 업체를 제외한 대부분의 브랜드가 골치를 썩고 있는 문제다. IRA 세부지침에 따라 미국에서 세액공제 혜택을 받는 차량은 기존 13개 브랜드 41종에서 7개 브랜드 22종으로 대폭 줄었다.
이 가운데 최근 독일 폭스바겐이 ID.4 SUV 모델을 IRA 세액공제 지원 대상에 들었다. 폭스바겐은 발 빠르게 캐나다 대규모 투자를 준비하면서 IRA 혜택을 받을 수 있게 됐다.
현대차 우선 과제도 IRA 세액공제 대상 조기 복귀다. 전 세계 전기차 보조금이 줄어드는 상황에서 세제혜택을 통한 가격 경쟁력 확보는 전기차 시장 승기를 잡는데 필수 조건이다.
다만 현재로서 현대차의 선택지는 한정적이다. 2025년 예정이었던 조지아 공장 가동을 최대한 앞당기는 한편 현지 배터리 생산 파트너를 빠르게 확정하고 조지아 공장 양산과 발맞추는 것이 최우선 과제다.
현대차가 미국에서만 배터리 제조사 2곳과 동시에 합작공장 설립을 추진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초기 수율(완성품 중 양품 비율) 최적화 기간, 충분한 배터리 물량 확보 등을 고려하면 순차적으로 진행하기는 늦다는 의미다.
현대차가 양사 협력으로 확보하려는 배터리 생산능력은 약 60기가와트시(GWh) 내외로 전해진다. 약 90만대 전기차를 생산할 수 있는 규모다. 계획대로 이뤄지면 현대차그룹이 2030년 목표로 내세운 글로벌 전기차 생산량 364만대 달성에도 상당 부분 기여할 수 있는 수준이다.
배터리 제조사 입장에서도 기회다. LG에너지솔루션은 당분간 핵심 전장이 될 북미 시장에서 국산 완성차 강자를 파트너로 추가 확보하게 된다. CATL이 중국 외 시장에서도 LG에너지솔루션 점유율을 바짝 뒤쫓고 있는 가운데 격차 유치를 위해 우군이 많을수록 좋다.
상대적으로 배터리 후발주자인 SK온도 현대차그룹과의 기존 동맹을 더욱 강화하면서 미국 내 안정적인 기반 확대를 이어갈 수 있다.
SK온은 지난해 1조원대 적자를 기록하면서 시장의 흑자전환 요구와 관심이 높아진 상황이다. 현대차 추가 수주는 중장기적으로 미국 내 첨단제조세액공제(AMPC) 기대 효과 제고에도 도움이 된다. AMPC는 현지에서 제조한 배터리에 미국 정부가 제조사에 제공하는 현금 세액공제다. SK온은 앞서 2025년까지 AMPC로 약 4조원의 이익을 얻을 것으로 전망한 바 있다.
일각에선 LG에너지솔루션과 SK온의 신규 투자 여력이 충분한 지에 대한 의문도 따른다. 아울러 LG에너지솔루션은 GM 혼다 스텔란티스, SK온은 포드와 북미에서 활발하게 협업하고 있어 현대차그룹만큼 합작투자가 급한 것도 아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미 다수 완성차업체와 미국, 캐나다 등지에 합작공장을 건설 중이고 지난 3월에는 총 7조2000억원을 들여 미국 애리조나에 단독 공장을 추가로 세우겠다고 밝혔다. 이중 2조원은 외부 조달이 필요한 상황이다.
적자를 벗어나지 못한 SK온도 지난해부터 모회사 SK이노베이션, 재무적 투자자 등으로부터 자금을 조달받고 있지만 아직 주머니 사정이 넉넉하다고 보긴 어렵다.
다만 양사 관계자들은 이 같은 우려를 일축했다. 당장 투자자금 조달이 어려운 상황은 아닌데다 합작공장의 경우 협력사와 비용을 분담하기 때문에 그만큼 부담도 줄어든다는 설명이다.
LG에너지솔루션 관계자는 “회사가 거두고 있는 매출과 이익을 고려할 때, 다른 회사와 추가 합작을 진행하더라도 자금 조달에 큰 문제는 없을 것”이라고 말했다. SK온 관계자도 “프리 IPO나 정부 지원을 비롯해 자금 조달 방식은 다양하다”며 “분위기가 나쁘진 않다”고 말했다.
한편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24일부터 5박7일간 윤석열 대통령이 122개 기업과 미국 국빈으로 방문하는 일정에 경제사절단으로 동행 중이다.
이 기간 워싱턴DC에서 열리는 한·미 비즈니스 라운드테이블에서 북미 배터리 파트너사 공표를 비롯한 분위기 반전에 총력을 기울일 것으로 전망된다. 25일 1분기 실적발표와 더불어 현대차 이사회가 양사와의 협력을 공식화할 가능성도 점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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