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SK AI 반도체 ‘사피온’, 풀스택 전략으로 글로벌 노크

백지영
- 시스템 반도체 유니콘 ‘성큼’, 반도체부터 서비스까지
- 최근 시리즈A 통해 첫 투자 유치, 후속 모델 출시


[디지털데일리 백지영기자] SK텔레콤이 인공지능(AI) 반도체 사업을 추진하기 위해 설립한 ‘사피온’이 올해 시리즈A를 통해 첫 투자를 유치하고, 후속 모델 X330을 출시하는 등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NHN 데이터센터부터 미국 캐스트닷에라 등 국내외에 공급되는 성과를 기록했다. 오는 5월 말까지 진행할 시리즈A 투자 라운드를 통해 약 5000억원 수준의 기업가치를 인정받을 것으로 예상된다. 최근엔 GS그룹과 대보그룹 등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사피온은 AI 반도체 기반 하드웨어부터 AI 알고리즘, AI 기반 서비스에 이르는 소프트웨어까지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전체 기술 세트, 즉 AI 풀스택 구현을 통해 궁극적으로 ‘서비스형 AI(AIaaS, AI as a Service) 형태로 제공할 방침이다.

사피온은 이번 시리즈 A 투자유치를 통해 유니콘에 성큼 다가서는 한편, 앞선 기술력을 바탕으로 글로벌 시스템 반도체 시장을 공략해 나간다는 계획이다.

◆실리콘밸리 거점 삼아 글로벌 빅테크 공략 가속

앞서 SK텔레콤은 AI 반도체 사업 성장과 해외 진출을 가속화하기 위해 AI반도체 ‘사피온’ 사업 분사를 결정한 바 있다. 2021년 말 미국 법인 설립에 이어 지난해 초엔 한국법인 설립도 완료했다.

사명인 사피온은 인류를 뜻하는 ‘SAPiens(사피엔스)’와 영겁의 시간을 뜻하는 ‘aEON(이온)’의 합성어다. 인류에게 AI 반도체 기반 인공지능 혁신의 혜택을 지속 제공하겠다는 의지를 담고 있다. 현재 사피온은 실리콘밸리를 전초기지로 주로 미국에 거점을 둔 글로벌 빅테크 기업을 주요 고객사로 삼아 AI 반도체 사업을 확장하고 있다.

주력 제품은 ‘사피온 X220’이다. SK텔레콤은 2016년부터 AI 가속기 프로젝트를 기반으로 3년에 걸쳐 프로토타입 개발을 진행해왔고 이를 기반으로 2020년 11월 데이터센터에 즉시 적용 가능한 상용 제품을 국내 최초로 출시했다.

‘사피온 X220’은 비슷한 스펙의 GPU(그래픽처리장치)에 비해 딥러닝 연산 속도가 1.5배 빠른 반면 사용되는 전력량은 80%에 불과한 고효율 저전력 반도체다. 실제 AI 분야 대표 벤치마크인 엠엘퍼프(MLPerf)에서 사피온은 엔비디아 데이터센터 서비스용 GPU A2칩 대비 컴팩트 모델이 2.3배, 기업용 모델은 4.6배의 높은 성능을 기록하는 등 우수성을 인정받았다.

사피온 X220이 추론에 최적화된 데이터센터용 제품이라면, 올해 출시될 ‘사피온 X300’ 시리즈는 AI모델 학습을 지원하고 데이터센터 뿐 아니라 자동차와 보안, 미디어 등 다양한 분야에 쓰일 수 있도록 개발 중이다.

현재 칩과 카드, 서버 형태로 제공되고 있으며, 향후 AI 반도체부터 AI 기반 다양한 소프트웨어에 이르는 통합 솔루션을 제공하는 ‘AIaaS(서비스형 AI)’ 형태로 공급될 예정이다.

◆SKT-SK하이닉스-SKT스퀘어 삼각편대 시너지

사피온은 SK ICT 계열사의 강력한 투자 지원으로 사업확장 측면에서도 유리한 고지에 있다. 사피온의 모태가 된 SK텔레콤과 메모리 반도체 세계 2위인 SK하이닉스, SK그룹의 투자전문회사인 SK스퀘어는 총 800억원을 공동 투자해 AI반도체 사업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기 때문이다.

현재 사피온의 지분 구조는 SKT 62.5%, SK하이닉스 25%, SK스퀘어 12.5%다. 일반저그로 AI 반도체 신생 기업이 글로벌 시장을 뚫기 위해선 다양한 응용처별 실적이 중요한데 반해 사피온은 이미 SK계열들의 다양한 사업 분야에서 활용되고 있다.

우선 메모리 반도체에서 연산기능까지 수행하는 PIM(Process in Memory) 기술을 개발한 SK하이닉스와 해당 기술이 적용된 메모리 반도체를 공동으로 개발하고 있다.

또, SK텔레콤은 사피온의 AI 반도체를 활용할 수 있는 다양한 데이터와 이를 학습시키기 위한 AI 모델링 기술을 확보하고 있다. 미디어와 보안, 스마트팩토리 등 AI 반도체를 응용할 수 있는 사업과 에이닷과 같은 AI 서비스도 보유하고 있다.

◆제품 라인업 확대, 2027년까지 누적 매출 2조원 성장

현재 사피온이 공급된 대표 고객사로는 NHN이 있다. NHN은 판교 데이터센터에 X220 기반의 클라우드 인프라 구축했다. NHN 클라우드와는 지난해부터 정부의 AI 반도체 실증사업에도 공동으로 참여 중이다.

미국 TV 방송사인 싱클레어 미디어 그룹과 SK스퀘어의 합작사인 캐스트닷에라(CAST.ERA) 방송장비에도 사피온 반도체가 적용돼 있다. 실시간으로 저해상도 화질을 고화질로 전환하는데 활용되고 있다.

이밖에 캐나다 토론토 대학과 MOU 체결을 통해 X220과 X330으로 구성된 NPU 팜을 무상 제공하고, 이를 활용한 공동 연구 진행 중이다. NPU(신경망처리장치)는 AI 딥러닝 알고리즘에 최적화된 프로세서다.

이를 바탕으로 사피온은 이달 설립 후 처음으로 GS그룹, 대보그룹으로부터 투자를 유치했다. 투자유치와 함께 AI서비스 인프라 구축, 미디어, IoT, 스마트팩토리. 데이터센터와 클라우드, 유통 등 다양한 분야의 사업적 협력을 논의할 계획이다.

올해 서버용 반도체 ‘X330’을 바롯해 자율주행·모빌리티용 ‘X340’, 스마트폰 등 엣지 디바이스를 위한 ‘X350’ 등 다양한 라인업을 선보일 예정이다. SK하이닉스가 개발한 차세대 고성능 메모리를 적용한 ‘X430’도 출시해 더 강화된 AI 추론 및 학습 성능도 제공할 계획이다.

이를 통해 오는 2027년까지 누적 매출 2조원, 기업가치 10조원 규모의 회사로 성장시키겠다는 목표다.
백지영
jyp@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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