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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도체와 중국’, 한 몸으로 엮인 무역적자 난제… 유일한 해법은? [소부장반차장]

박기록
[디지털데일리 박기록 기자] 산업통상자원부가 1일 발표한 '4월 수출입동향' 통계는 불편하게 혹은 불안하게 해석될 수 밖에 없는 숫자가 어김없이 등장한다.

'반도체'와 '중국', 우리로서는 결코 소홀히할 수 없는 두 키워드와 관련된 숫자가 그것이다. 이는 14개월 연속 무역적자의 핵심 이유이기도 하다.

정부는 이날 발표에서 세계 경기의 둔화 추세 때문에 한국 뿐만 아니라 일본도 무역적자가 20개월 연속 발생했으며, 반도체 수출 비중이 높은 대만도 작년 11월 이후 큰 폭의 수출 감소를 기록하고 있다는 점을 들어, 무역적자가 한국만의 상황이 아니라고 강조하고 있다.

하지만 현재 '반도체'는 우리의 명실상부한 주력 수출품이고, 중국은 우리 전체 수출에서 22.5%(중국 19.5%+홍콩 3.0%)의 비중을 차지하는 최대 수출지역(2023.4.1~25일 누적 기준)이란 점에서 한가하게 글로벌 경기 회복만 기다리고 있기에는 사안의 중대성이 남다르다.

참고로, 중국을 비롯해 ▲아세안(17.3%), 북미 19.2%(미국 17.3% 등), 유럽 16.1%(영국 포함)이 우리 나라의 4대 수출 지역이다.

◆“반도체 수출 감소 = 대 중국 무역 적자”, 사실상 동일한 문제

4월 수출입동향에 따르면, 작년 4월 우리 나라의 '반도체' 수출액은 108억18000만달러 였으나 올해 4월에는 63억8000만 달러로 1년새 41%나 급감했다. 금액으로는 44억3800만 달러 줄어든 것이다.

같은 기간, 중국으로의 수출액은 129억4900만 달러에서 95억16000만 달러로 1년새 26.5% 하락했다. 금액으로는 1년과 비교해 34억3300만 달러 감소했다.

올 4월 우리 나라의 전체 무역수지 적자폭이 26억2000만 달러였는데 만약 반도체 수출이 작년 수준을 유지했거나 마찬가지로 중국 수출이 작년 4월 수준을 유지했다면 무역수지는 흑자로 전환됐다는 의미다.

결국 반도체 수출을 늘리거나, 중국 시장 수출을 다시 회복하는 것이 무역수지 개선 뿐만 아니라 우리 경제가 활력을 찾을 수 있는 관건이다.

그러나 문제는 말처럼 간단치 않다. 우리 나라 반도체의 주력 수출 대상국이 다름아닌 중국이기때문이다. '중국'과 '반도체'가 구조적으로 한 몸으로 엮여있는 것이다. 즉, 우리로서는 대 중국 관계 설정이 단순한 경제문제 이상의 의미를 가질 수 밖에 없는 상황이다.

따라서 미-중 갈등과 대만 문제, 외교적 민감한 사안들이 경제적인 후폭풍과 결부된다면 우리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게 될 것이란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세계 경제가 다시 활력을 찾는다해도 지금과 같은 중국의 무역수지 역조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우리 입장에선 무역수지 개선을 크게 기대할 수 없다.
다만 다행인 것은 "한미일 - 북중러, 신냉전 구도가 지금보다 심화된다고 해도 세계 경제가 개선되면 한국 반도체의 중국 수출액이 자연스럽게 늘어날 것"이란 전망이 아직은 높다는 것이다.

즉, 삼성전자나 SK하이닉스의 메모리 제품을 아직 중국 반도체 기술이 대체하지 못했다는 진단이다.

결국 우리 나라가 중국 시장에서 반도체 수출 경쟁력을 지속적으로 확보하기위해서는 지금과 같은 기술 우위를 가져가는 것이 유일한 해법이란 결론에 도달한다.

◆반도체산업 세액공제 등 투자 활성화…“경쟁력 차별화 유지가 사실상 유일한 해법”
한편 우리 나라 무역구조에서 중국의 과도한 의존도를 탈피하기위한 노력은 사실 오래전부터 시도돼왔다.

문재인 정부때는 베트남을 비롯한 신남방 시장 개척에 상당한 노력을 들였으나 2020년 2월 코로나19 팬데믹이 전세계로 확산되면서 탄력을 받지 못했다는 평가다.

현재 우리 주요 수출 품목중에선 아직 '반도체'를 대체할 만한 핵심 품목이 없고, 시장측면에선 단기간에 중국과 같은 사이즈의 대체 시장을 찾는 것은 어려운 상황이다.

물론 자동차(+40.3%)의 수출 호조 등으로 반도체의 부진을 상쇄하고 있으나 미국 시장의 경우 4월부터 IRA(인플레이션감축법) 세부 지침의 발효 등으로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이날 정부는 "조속한 시일 내 수출부진과 무역적자를 해소할 수 있도록 강력한 수출지원 방안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밝혔다.

또한 "중장기적으로는우리 수출산업의 본원적 경쟁력을 강화할 수 있도록 반도체 등의 기술개발 투자, 첨단전략산업 특화단지 조성, 투자세액공제 확대 등의 정책적 지원을 적극 추진하고 수출 품목·시장 다변화와 고부가가치화도 추진해 나갈 계획"이라고 강조했다.

원론적인 얘기지만 단기적으로 지금의 상황을 타개할 뽀족한 방법은 없다. 우리 반도체 기업들에 대한 과감한 투자 지원을 통한 경쟁력 확보 노력이 더욱 시급해졌다는 게 전문가들의 지적이다.
박기록
rock@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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