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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일시적인 숨고르기, 미래 준비에 앞장”…위기의 PC, 델의 돌파구는?

백승은
오리온 한국 델테크놀로지스 CSG 상무
오리온 한국 델테크놀로지스 CSG 상무

- 델 CSG부문 오리온 상무 인터뷰

[디지털데일리 백승은 기자] “지금 PC 시장은 일시적인 숨 고르기를 하고 있다. 수요가 감소하고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PC) 사용자가 있는 한 기업들의 수요가 완전한 ‘마이너스’로 가지는 않을 것으로 보인다. 하반기부터는 투자가 정상화되고 노후 기기 교체 수요도 늘어날 것이다.”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에서 PC 등 소비자 제품을 담당하는 클라이언트솔루션그룹(CSG) 오리온 상무는 글로벌 PC 시장의 위기에 대해 이렇게 답변했다.


지난 3년간 PC 시장에는 빛과 그림자가 차례대로 스쳐 지나갔다. 전 세계를 휩쓸고 지나간 코로나19 기간 PC는 어느 때보다 값진 호황기를 누렸다. 재택근무, 온라인 강의가 확대되며 ‘1가정 1 PC’에서 ‘1인 PC’로 빠르게 확산했다.

그렇지만 지난해 하반기부터 엔데믹 기조로 돌아서면서 사람들은 다시 길거리를 나섰고, 기업은 직원을 사무실로 부르기 시작했다. 여기에 경기 침체까지 겹치며 수요가 급격하게 하락하는 중이다.

오 상무의 말대로 올해 상반기 글로벌 PC 시장은 뚜렷한 역성장 기조를 보였다. 시장조사기관 IDC에 따르면 지난 1분기 글로벌 PC 판매량은 전년동기대비 29% 감소한 5690만대에 그쳤다. 그렇지만 내내 ‘마이너스’인 상황은 아니다. IDC는 PC 시장은 3분기까지 재고 확대 등 어려움을 겪다 연말부터 더디게 성장 기조를 보이며 2024년에는 노후 기기를 대체하는 수요가 확 늘어난다고 전망했다.

오 상무는 “여전히 글로벌로는 재택·원격근무와 사무실 근무를 모두 수행하는 ‘하이브리드 워크’가 대세지만, 엔데믹 기조에 사무실로 복귀하는 기업도 늘어나고 있다”라고 상황에 대해 언급했다.

그러면서도 “단순하게 보면 더는 재택이나 원격근무를 하지 않으니 PC 구매가 줄어들 것 같지만 기업으로서는 ‘손님 맞을 준비’를 해야 한다. 사무실에 있던 오래된 PC를 교체하고 업무 효율성을 높이기 위한 기기를 구매하는 등 투자할 거리는 오히려 늘어난다. 신규 직원을 채용할 때 관련 투자는 더욱 활성화되기 마련”이라고 말했다.

◆‘장소’ 대신 ‘업무’에 맞는 PC 사용

미래 수요에 대한 희망은 있지만, 당장 시장 상황은 여전히 어렵다. 그렇지만 ‘사무실이 아닌 어떤 곳에서든 일을 할 수 있다’라는 교훈은 남았다. 델은 이 점에 착안해 장소에 얽매이지 않고 언제 어디서든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워크 프롬 애니웨어(Work from anywhere)’를 꺼내 들었다.

델 CSG가 기존에는 ‘장소’에 집중했다면, 팬데믹 이후 어디서든 근무를 할 수 있다는 점을 들어 ‘업무’에 맞게 제품군을 구분했다. 예를 들어 이동하거나 협업할 일이 많은 프로덕트 매니저는 ‘커넥터’로, C레벨이나 프로그래머는 ‘빌더’로 구분해 이에 맞는 PC 라인업을 제안하는 식이다.

델은 사내 재택근무를 통해 PC의 어떤 기능을 통해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 고민을 거듭했다. 한국 델 테크놀로지스 CSG 업무를 총괄하고 있는 오리온 상무는 “팬데믹 동안 델은 가장 보수적으로 재택근무를 적용했는데, 그러면서 어떻게 업무 생산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지에 대해 컨설팅을 지속했다. 그 과정에서 자연스럽게 하드웨어와 서비스 등을 지속해서 보완할 수 있었다”라고 설명했다.

델의 CSG는 기업용 PC 등에 특화된 부서로, 전체 고객사 중 기업 고객의 비중은 75%에 달한다. ▲클라이언트 ▲서버 ▲스토리지 ▲클라우드 ▲소프트웨어 등 ‘엔드 투 엔드’ 솔루션을 갖췄다는 점도 큰 장점이다.

오 상무는 “(CSG 부문은) 기업 고객 비중이 압도적으로 높아 기업 시장에 특화돼 있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라면서 “어떻게 하면 생산성을 강화할 수 있는지, 보안은 어떤 식으로 지켜야 하는지 등 고객이 관심을 기울이는 부분을 중심으로 제품을 개선해 나갔다”라고 말했다.

예를 들어 화상 회의를 자주 하는 직원의 경우 PC 카메라의 화질, PC의 음향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 점에 착안해 델의 내장형 소프트웨어 ‘델 옵티마이저’를 통해 카메라, 음향을 최적화할 수 있도록 제공한다.

오 상무는 “사실 시중에 판매되는 정보기술(IT) 기기는 하드웨어 자체로는 제공할 수 있는 성능에 한계가 있다. 델은 이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내장형 소프트웨어인 델 옵티마이저를 적용하고, 사용자마다 다른 업무 환경을 구축할 수 있도록 선택지를 마련해 줬다”라고 전했다.

CSG의 주력 성장 동력 중 하나는 워크스테이션이다. 오 상무는 “팬데믹 이전에는 특정 고객층으로만 형성돼 있었다면 팬데믹 이후 제조·설계, 인공지능(AI) 머신러닝 등 고성능 작업을 수행하는 고객이 늘어났고 자연스럽게 워크스테이션 성장으로 연결됐다”라고 말했다. 델 CSG 제품군 중 가장 다양한 포트폴리오를 갖춘 제품 또한 워크스테이션이기도 하다.

◆“워크스테이션·모니터·하이엔드 게이밍 PC 1위…기존 고객과 관계 강화에 집중”

올해는 인플레이션 심화, 금리 인상 기조 등으로 수요가 얼어붙으면서 PC 시장뿐만 아니라 대부분 기업의 감소세가 예측된다. 오 상무는 “2023년에는 사실상 모든 기업의 실적이 감소할 것”이라면서 “이런 환경에서는 ‘어떤 부분에 주력할 것인가’를 파악해야 한다”라고 말했다.

이어 “델은 기존 영업 인력들과 더 많은 인프라를 나눠 가지고, 원래 고객과 관계를 강화해 내실을 단단하게 다져 하반기 수요 확장 및 성장 기조를 가져오기 위해 무엇보다 집중하고 있다”라고 강조했다.

수익성 사업에 대한 점유율을 점차 높여가겠다는 목표를 앞세우고 있다. 오 상무는 “델은 워크스테이션, 모니터 시장, 1500달러 이상 게이밍 PC 시장 등에서 글로벌 1위 기업이다. 앞으로 국내에서 모니터 시장에 대한 점유율을 높이고, 하이브리드 워크 등에 대한 영향력도 키워 갈 것”이라고 힘주어 말했다.

한편 델은 지속가능성과 제품의 순환경제에 대해서도 보폭을 넓히고 있다. 오는 2030년까지 델 제품의 모든 패키징을 재활용·재생 가능한 소재로 교체하며, 절반 이상 제품이나 부품을 역시 재활용·재생 가능한 소재로 제조하겠다는 계획이다.

백승은
bse1123@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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