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터리 부러웠다"…韓 디스플레이, '투자 가뭄' 해소될까 [소부장디과장]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배터리 분야에 투자가 몰리고 디스플레이 침체기가 길어지는 모습이 안타까웠다.”
25일 한 디스플레이 장비업체 대표는 이렇게 말했다. 지난 수년간 업계 분위기를 대변해주는 한마디다.
국내 디스플레이 업계는 2010년대 중후반까지만 해도 삼성과 LG를 중심으로 투자가 활발했으나 2020년대 전후로 불황기에 접어들었다. 스마트폰 산업 성장세가 주춤한데다 중국 디스플레이 공세가 거세진 탓이다.
결과적으로 LG전자는 휴대폰 사업을 철수했고 삼성디스플레이는 액정표시장치(LCD) 생산을 종료했다. 코로나19 기간 반등했던 LG디스플레이는 최근 4개 분기 연속 적자의 늪에 빠져있다.
이 과정에서 디스플레이 공급망을 형성하던 여러 소재 및 장비 기업들은 배터리 시장으로 넘어가기도 했다. 특히 설비의 경우 공정상 유사한 부분이 존재해 진출 사례가 더욱 많았다. 신사업을 발굴하지 못한 업체는 사실상 폐업 절차를 밟고 있는 것으로 파악된다.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공정 보조장비를 다루는 업체 관계자는 “제품을 만들수록 손해가 나고 있다. 손이 비는 인력들이 많아져 구조조정 등 강력한 대책 시행이 불가피한 상황”이라고 토로했다.
이러한 분위기 속 단비 같은 소식이 전해졌다. 삼성디스플레이가 정보기술(IT)용 OLED 투자를 공식화한 것. 오는 2026년까지 충남 아산사업장에 4조1000억원을 투입해 해당 라인을 구축할 예정이다.
기존 6세대 대비 8.6세대에서는 2배 이상 많은 패널을 한 번에 찍어낼 수 있다. 가령 13인치 OLED를 제조한다고 했을 때 6세대와 8.6세대 원장에서는 각각 42장, 92장이 나온다. 신규 시설에서 만들어지는 OLED는 애플 아이패드, 맥북 등에 탑재될 예정이다.
정부 차원에서도 민간 투자 지원에 나서기로 했다. 디스플레이를 첨단전략산업으로 키우기 위해 핵심기술 지정, 특화단지 선정, 예비 특례 제공 등을 진행할 방침이다. 세액공제는 물론 정책금융도 지원하기로 했다.
아울러 디스플레이 소부장 연구개발(R&D)에 5200억원을 투자하고 관련 기업 육성 차원에서 소부장 으뜸기업 확대, 통합지원 테스트베드 구축 등으로 힘을 실어주겠다는 계획을 공유했다.
다만 일부 소부장 회사들은 반신반의하고 있다. OLED 분야가 스마트폰, TV 등에서 자동차, IT 기기 등으로 확장되는 건 맞으나 얼마나 빠르게 언제까지 성장할지는 장담할 수 없다는 이유에서다. 아직 LCD 비중이 절대적이고 마이크로LED, 마이크로OLED 등 신개념 패널이 등장하면 OLED 투자 전략이 변경될 가능성도 있다.
또한 이번 투자가 삼성디스플레이 협력사에 국한된 점도 걸림돌이다. 양대 산맥을 이루는 LG디스플레이는 회사 사정상 8세대급 IT용 OLED 투자를 단행할 여력이 부족하다. 일단 6세대로 대응하면서 추후 상태를 살피기로 했다.
이에 따라 당장 LG디스플레이와 거래하던 곳은 대형 수주를 따내기 어려운 실정이다. 중국 역시 글로벌 경기침체 여파로 투자 속도 조절에 나서고 있어 매출처가 좁아진 것도 악재다. LG디스플레이는 투명 OLED, 차량용 OLED 등 신시장을 공략하겠다는 의지를 드러냈으나 기존 라인으로 대응이 가능한 분야다. 협력사 입장으로서는 큰 건의 거래 기회가 없는 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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