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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테크다이브] 전기차 '배터리 열폭주' 원인과 대응법은?

이건한 기자
전기차 화재 진압 모의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서울소방재난본부]
전기차 화재 진압 모의 훈련을 진행하는 모습. [사진=서울소방재난본부]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요즘 전기차 소식에 관심 있는 독자라면 ‘배터리 열폭주’에 대해 다들 들어봤을 겁니다. ‘전기차 화재는 특히 더 위험하다’는 인식을 만드는 주요인이기도 한데요. 열폭주란 무엇인지, 원인과 대응 방법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우선 열폭주는 단어 그대로 열이 통제불능으로 치솟으며 지속되는 상태를 말합니다. 배터리 열폭주는 널리 쓰이는 리튬이온 배터리의 기초 단위인 셀(Cell)이 내외부의 열적 요인이나 화학적 충돌로 인해 온도가 급상승하고 화재로 이어지는 현상입니다.

하나의 배터리는 수많은 셀로 이뤄져 있고, 한번 발생한 열폭주는 주변 셀의 연쇄적 발화로 이어지며 화재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는데요.

이와 함께 요즘 전기차의 배터리 무게는 평균 450kg에 달합니다. 소형 전자기기와 비교할 수 없는 크기와 무게, 밀도를 갖고 있기 때문에 저장된 다량의 에너지가 대부분 소진될 때까지 불이 잘 꺼지지 않아 진화에도 오랜 시간이 걸립니다.

◆ 과충전·방전, 가열, 충격 등 발생 원인은 '다수'

열폭주의 알려진 원인은 다양한데요. SNE리서치 보고서에 따르면 크게 ▲제조결함 ▲과충전·방전 ▲외부 가열 ▲외부 충격 등으로 구분됩니다.

먼저 제조결함으론 배터리 제조 과정에서 혼입된 금속 등 이물질이 사용 중 음극에 이른 뒤 돌기 형태의 덴트라이트(Dendrtie)로 자라면 분리막을 손상시키는 경우가 있습니다. 분리막은 양극과 음극을 분리함으로써 화학적 충돌을 막는 부품인데 분리막이 손상되면 양극과 음극의 경계가 무너져 열이 발생하고 화재로 이어지게 됩니다.

배터리가 감당 가능한 수준 이상의 과충전 역시 열을 수반하며, 배터리 내부에 가연성 가스를 발생시키고 전해액(리튬 이동통로) 변화와 분리막 손상을 일으킵니다. 따라서 대부분의 배터리 사용 제품에는 과충전 방지회로나 장치가 포함돼 있지만 이것이 손상된 상태로 충전할 경우 과충전으로 인해 열폭주가 발생할 수 있죠.

리튬이온배터리 주요 구조. [자료=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인사이드]
리튬이온배터리 주요 구조. [자료=LG에너지솔루션 배터리인사이드]

일부 자동차 및 배터리 제조사들이 특정 모델 전기차에서 잇따라 화재가 발생한 뒤 리콜 전 임시방편으로 충전량 제한 등의 조치를 취하는 것도 과충전을 막기 위함입니다.

과방전 또한 위험한 이유는 내부 구리극판을 통해 비정상적으로 전자가 공급되면 극판이 녹고, 내부 단락의 가능성이 높아져 과충전과 마찬가지로 화학적 반응에 의한 발열이 일어나게 됩니다.

또 가연성 물질을 가득 담은 배터리에 외부요인에 의한 가열과 충격은 말할 나위 없이 위험합니다. 외부 가열은 주변 화재나 차량 내 전동부품 문제로 인한 발화가 배터리에 영향을 미칠 수 있고, 강한 충격 역시 배터리의 구조를 망가뜨려 화학적 발화로 이어지는 겁니다.

특히 충격의 경우 즉각 발화에 이르지 않더라도 분리막 등에 발생한 손상이 한발짝 늦은 화재로 이어질 수 있습니다. 따라서 전기차 운전자들이라면 추돌 사고 후 반드시 배터리 안전점검을 받는 것이 권장됩니다.

◆ 열폭주, 막을 수 없다면 피해 최소화해야

이처럼 열폭주는 다양한 형태로 일어날 수 있습니다. 원인도 다양해 100% 막기란 사실상 어려울 수 있습니다. 하지만 안타까운 건 전기차 운전자가 이를 미리 예방하고 제어하기란 쉽지 않다는 겁니다.

열폭주 발생을 막거나 최소화할 일차적 책임은 제조사에 있습니다. 완성차 업체는 방열 소재 적용 및 설계를 고도화해 차량 내 화재 확산을 최소화하고 탑승자가 대피할 시간을 충분히 벌어줘야 합니다.

배터리 제조사의 역할은 더욱 중요합니다. 현재의 배터리는 고성능화가 곧 화재 위험성 상승과도 이어지는 한계가 있습니다. 주행거리를 높이려면 배터리 양극재 내 니켈 비중을 높이거나 외부 보호재, 모듈 등을 최소화해야 하는데 둘 모두 화학적 불안성과 충격에 약점이 따르기 때문이죠.

따라서 에너지 밀도와 화재 내성을 동시에 개선할 수 있는 기술 개발이 앞으로의 배터리 제조 경쟁력을 좌우할 가능성이 높습니다. 관련해 ‘전고체배터리’가 꿈의 배터리로 주목받는 이유도 전해액과 분리막을 고체물질로 대체함으로써 화학적 발화 가능성은 크게 줄고 배터리 밀도는 높아지는 기술이기 때문입니다.

전고체전지 구조 [자료=삼성SDI]
전고체전지 구조 [자료=삼성SDI]

사용자 입장에서도 평소 배터리가 과방전, 과충전되지 않도록 적절한 잔량을 유지하며 운행하는 것이 배터리 손상을 줄이고 수명을 늘리는 데 도움이 됩니다.

또 앞서 언급한 것처럼 정기적인 배터리 안전점검은 기계적 결함으로 인한 열폭주와 화재를 미연에 방지할 가능성을 높여줍니다. 국내에선 현재 한국교통안전공단 자동차검사소 59곳과 공단이 2022년 8월에 도입한 전자장치진단기(KADIS)를 사용하는 민간검사소에서 배터리 점검이 가능한데요.

KADIS로는 배터리의 주요 성능 항목(총 동작시간, 누적 충·방전량, 열화상태 등)과 안전 관련 항목(고전압 부품 절연, 셀 간 전압, 모듈 온도) 등 배터리 안전성과 관계있는 다양한 항목을 진단할 수 있습니다. 전기차 배터리는 구조상 평소 외부에서 확인하기 어려운 만큼 선제적인 점검의 중요성이 더욱 높습니다.

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자료=한국교통안전공단.

이 밖에 환경적으론 주요 건물이나 공동주택 등에 전기차 충전소를 설치할 때 적절한 소화 대책을 함께 갖춰야 합니다.

대표적으로 ‘질식소화포’가 있는데요. 열폭주 화재는 일반적인 물 분사로 쉽게 꺼지지 않기 때문에 이불과 같은 질식포로 차량 전체를 덮어 산소를 차단해 불을 끄는 방식입니다. 최근 소방 당국에서도 질식포의 적극적인 도입을 권고하고 있는데, 가격이 장당 100만원 이상으로 비싼 것이 단점입니다.

전기차 화재를 바닥에 설치된 직수 장치로 끄는 '상방향 직수장치' 예시. [자료=이브이시스, 롯데백화점]
전기차 화재를 바닥에 설치된 직수 장치로 끄는 '상방향 직수장치' 예시. [자료=이브이시스, 롯데백화점]

이 밖에 배터리에 특화된 소화 시설을 설치하는 곳들도 생겨나는 추세입니다. 일례로 롯데백화점은 이달 일부 점포를 시작으로 전기차 충전 시설에 ‘상방향 직수장치’ 설치를 시작했는데요. 배터리가 보통 차량 하부에 탑재되므로 주차칸 바닥에서부터 배터리를 향해 직접 물을 쏨으로써 화재 진압을 더욱 빠르게 돕는 방식으로 눈길을 끌었습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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