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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겜인싸] 최민경 DUG 대표, “애플 비전프로 공개 후 MR게임 관심 높아져”

오병훈 기자

이 게임, 이 게임사가 ‘특히’ 궁금하신가요? 여기, 현장 이야기를 들려줄 특별한 이를 모셨습니다. 인물을 통해 게임과 게임사, 신사업에 얽힌 오디세이(대서사)를 들어봤습니다. ‘게임’과 ‘인물’, ‘사전’을 줄인 ‘겜인싸’로 게임과 기업의 A to Z까지 파헤쳐 보겠습니다. <편집자 주>

최민경 데브즈유나이티드 게임즈 대표.
최민경 데브즈유나이티드 게임즈 대표.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VR 게임 업계 입장에서, 애플이 혼합현실(MR) 기기 시장에 본격 진출하게 된 상황은 흐렸던 날씨가 맑게 개는 모습을 연상케 합니다. 시장 주요 플레이어인 애플이 이곳에 뛰어들었다는 것만으로도 성장 기대감이 높아지기 때문입니다.”

지난 13일 <디지털데일리>와 만난 최민경 데브즈유나이티드게임즈(이하 DUG) 대표는 지난 5일 개최된 애플 세계 개발자 회의(이하 WWDC)에 직접 방문해 ‘비전 프로’를 처음 마주한 소감을 밝히며 이같이 말했다.

비전 프로는 애플이 개발한 차세대 MR 헤드셋 기기로, 가상현실(VR) 및 확장현실(AR) 기능을 모두 제공한다. 최 대표는 애플이 VR과 AR을 아우르는 MR 기기 시장에 참여한 것 자체만으로도 VR 콘텐츠 시장에 큰 변화를 불러일으킬 수 있다고 분석했다. 이는 VR 게임 전문 개발사인 DUG 입장에서도 고무적인 일이다.

최 대표는 “이번 WWDC에서 애플이 비전 프로를 게이밍 기기로 소개하지는 않았다. 그러나 PC 출시 당시 아무도 이를 게임기로 보지 않았음에도, PC 게임이 우후죽순 생겨난 상황과 비슷하다고 본다”며 “비전 프로와 같이 다양한 VR, MR 헤드셋이 등장하는 것 자체가 시장이 커지게 되는 중요한 분기점이 될 것으로 보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어 “미국에서 다양한 VR 시장 관계자를 만나 DUG가 선보일 차기작 두 개를 소개했다”라며 “하나는 소셜 레저 VR이고, 다른 하나는 MR 타이쿤 게임인데 현지 시장 관계자들은 MR 게임에 더 많은 관심을 보였다. 애플이 MR 헤드셋을 내놓은 만큼 MR 게임에 대한 관심도 함께 높아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최민경 데브즈유나이티드 게임즈 대표.
최민경 데브즈유나이티드 게임즈 대표.

DUG는 지난 2016년 12월 안주형 창업주가 미라지소프트란 이름으로 회사를 설립한 데서 출발했다. 처음부터 안 창업주와 최 대표가 함께 했던 것은 아니다. 두 사람 인연은 지금의 메타퀘스트 전신인 오큘러스가 메타(구 페이스북)에 인수되기 이전에 동료로 함께 하게 되면서 시작됐다.

이후 오큘러스를 나오게 된 안 창업주가 미라지소프트를 설립했으며, 지난 2018년 최 대표에게 합류를 제안했다. 현재 안 창업주는 사내이사로서 최고제품책임자(CPO) 직책을 맡고 있다.

최 대표는 “지난 2016년에도 안 창업주가 합류 제안을 했지만, 그때는 도전하기가 두려웠다. 당시 국내 VR 시장에 침체 위험 신호가 지속되고 있었고, 관련 기업들 매출도 안 나오고 있었던 상황이었기 때문”이라며 “2018년 일을 잠깐 쉬게 되면서 안 창업주 업무를 도와줄 일이 있었는데, 그때 다시 안 창업주가 제안해 합류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DUG 설립 이후 3년여간 개발 끝에 완성된 리얼VR피싱이 출시될 당시 최 대표는 성과에 대한 걱정을 덜 수 없었다. VR 게임 시장이 위축돼가는 과정에서 내부 목표 달성을 장담하기란 어려운 일이었다. 국내 VR 게임 성공 사례가 없었던 이유 또한 컸다.

최민경 데브즈유나이티드 게임즈 대표 인터뷰
최민경 데브즈유나이티드 게임즈 대표 인터뷰

그러나 게임은 그의 예상보다 더욱 괄목할만한 성과를 거뒀다. 메타가 선보인 스탠드얼론 초기 모델 격인 ‘오큘러스고’에 입점한 리얼VR피싱은 당시 앱스토어 1위를 기록했다.

이후 상위 모델인 오큘러스퀘스트(현 메타퀘스트) 앱스토어 측에서 입점 제안서를 제출해보라는 의견을 받았고, 그렇게 DUG 리얼VR피싱은 국내 VR 게임 중 최초로 오큘러스퀘스트에 입점할 수 있었다. 이 게임은 오큘러스퀘스트 입점 이후로도 글로벌 톱 셀링(Top Selling) 카테고리 2위를 기록했다.

최 대표는 “전혀 예상하지 못했던 반응이었다. 당시 오큘러스퀘스트 관계자 말에 따르면, 리얼VR피싱 성공 지표를 당시 페이스북 내부에서도 좋게 봤다고 한다”라며 “오큘러스퀘스트 입점 이후 리얼VR피싱은 북미 지역에서 꾸준한 매출을 내면서 흥행을 이어갈 수 있었다”고 말했다.

최 대표는 VR 게임 개발 핵심 키워드로 ‘놀이 공간’을 꼽았다. VR 게임을 통해 사람들을 위한 놀이 공간이 마련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본 것이다. 예컨대 리얼VR피싱을 통해 낚시하면서 노는 이용자도 있지만, 낚시를 즐기며 숨바꼭질하는 이용자가 있기 마련이다. 앞으로 최 대표는 VR 게임 속 공간에서 새로운 즐거움을 선사하겠다는 목표로 경영을 지속할 방침이다.

그는 “DUG는 이용자의 새로운 놀이 본능 결핍을 채워줄 수 있는 콘텐츠를 만드는 것이 목표”라며 “많은 이용자들이 몰입감 넘치는 공간을 통해 다른 이들과 소통하고, 즐겁게 노는 경험을 DUG 게임으로 할 수 있다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오병훈 기자
digimon@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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