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황금시대’ 도래한 보안시장··· 국내 기업의 ‘지속적 성장’ 위한 고민 필요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전 세계 사이버보안 시장이 황금기를 이어가고 있다. 보안 산업을 두고 ‘만년 유망주’라는 불명예스러운 별명이 붙여지기도 했지만 옛말이다. 주요 사이버보안 기업들이 뚜렷한 실적 개선을 이뤘다.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아마존과 같은 빅테크 기업들도 모두 핵심 메시지로 보안을 강조하는 중이다.
사이버보안 시장이 제일 활황인 것은 미국이다. 그중에서도 가장 큰 몸집을 자랑하는 것은 팔로알토네트웍스다. 나스닥에 상장된 팔로알토네트웍스의 시가총액 754억달러로 약 100조원에 달한다. 실적이 뒷받침됐다. 2020년 매출액 34억달러였던 팔로알토의 매출액은 2021년 42억달러, 2022년 55억달러로 늘었다. 24.8%, 29.2% 상승했다.
다만 팔로알토네트웍스의 경우 늘어나는 매출에 비에 이익을 거두진 못하고 있다. 2020년 2억6000만달러, 2021년 4억9000만달러, 2022년 2억6000만달러의 당기순손실을 기록했다.
팔로알토네트웍스의 최대 경쟁자인 시가총액 571억달러의 포티넷은 2020년부터 2022년까지 매출액 25억달러, 33억달러, 44억달러로 각각 38.8%, 32.1% 상승했다. 당기순이익은 2020년부터 4억8000만달러, 6억달러, 8억5000만달러로 순조롭게 상승했다.
이밖에 크라우드스트라이크, 체크포인트, 지스케일러, 아카마이, 스플렁크 등 시가총액 수십조 이상 기업들도 성장 중이다. 맨디언트를 54억달러에 인수한 구글클라우드와 같이, 기업간 합종연횡도 적지 않다.
해외 기업들만 약진하는 것은 아니다. 국내 기업 중에서도 지니언스, 파이오링크 등 가시적인 성장을 보이는 기업들이 있다.
지니언스는 2022년 매출액 384억원, 당기순이익 71억원으로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했다. 올해 1분기 매출 59.9% 상승이라는 어닝 서프라이즈 기록에 기업 주가도 뛰었다. 지니언스의 주가는 16일 종가 기준 1만6690원으로 연초 8220원 대비 2배 이상 상승했다. 실적 개선에 따른 주가 상승이기에 주가수익비율(PER)은 19.3배 수준을 유지하고 있다.
파이오링크는 2022년 매출액 616억원, 당기순이익 121억원을 기록했다. 2020년 대비 2년 만에 54.7%의 매출 성장을 거뒀다. 지난 1분기에도 매출액 133억원으로 전년대비 큰 폭의 성장을 이뤘다.
안랩, 이글루코퍼레이션와 같이 보안 분야 전통의 강자들도 순조롭게 사업을 확장하는 중이다. 특히 이글루코퍼레이션은 작년 창사 이래 처음으로 매출액 1000억원 고지를 넘었다. 줄곧 힘쏟아 온 인공지능(AI) 관련 투자가 챗GPT의 유행과 맞닿아 이글루코퍼레이션에 대한 관심도 늘었다. 이글루코퍼레이션은 오는 7월 중 자사 AI와 챗GPT 기술을 접목한 ‘이글루 XAI(가칭)’을 선보일 예정이다.
이처럼 사이버보안에 대한 관심이 커지는 것은 정보기술(IT) 환경이 급변하고 있는 탓으로 풀이된다. IT 시스템이 커지고 복잡해짐에 따라 이를 지키기 위한 기술에 대한 수요가 급증하고 있다. 정보보호에 대한 인식이 강화되면서 정보유출시 직·간접적으로 기업들에게 주어지는 책임도 커지는 중이다.
시장 성장의 가능성은 낙관적이다. 사이버보안 기술을 도입코자 하는 수요는 줄어들지 않고 있다. 특히 공장과 같은 운영기술(Operational Technology, 이하 OT) 영역에서는 아직 사이버보안 기술을 적극적으로 채택하고 있지는 않은 상황이다. 기존 사이버보안 보안기업에 더해 클래로티, 노조미네트웍스와 같은 OT보안 전문 기업들은 시장이 만개하기를 기다리고 있다.
국내 사이버보안 시장에 한정한다면 아쉬움은 있다. 대부분의 기업이 내수시장 의존도가 대단히 높다는 점이다. 한국 사이버보안 시장은 미국은 물론이고 일본에 비해서도 적은 편이다. 성장을 위해서는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해야 하지만 극히 일부 기업이 일본 수출에서 유의미한 성과를 거두는 것외에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는 상태다. 꾸준히 해외 시장 진출을 위해 노력하는 지니언스, 파수 등이 호평을 받는 이유다
또 나라를 대표할 ‘국가대표급’ 보안기업도 배출하지 못하고 있다. 가장 매출액이 높은 SK쉴더스는 사이버보안보다 물리보안이 주력이고, 안랩도 시가총액 약 6500억원, 매출액 2200억원 수준이다.
해외에서는 적극적으로 인수합병(M&A)을 통해 몸집을 불려 경쟁력을 키우고 있다. 지난 4월 세계 최대 사이버보안 콘퍼런스 RSA 2023(이하 RSAC2023)에 참여한 포트라(Fortra)의 경우 20여개 기업이 합종연횡했다. 그러나 국내 보안시장에서는 2021년 파이오링크를 인수한 이글루코퍼레이션을 제외하고는 별다른 합종연횡 소식이 없다.
세대교체가 되지 않고 있다는 점도 장기적으로 우려할 만한 부분이다. 세계에서 가장 큰 사이버보안 기업인 팔로알토네트웍스는 2007년, 급성장하며 가장 주목받는 기업 중 하나가 된 크라우드스트라이크는 2011년 설립됐다. 2020년 설립된 이스라엘 클라우드 보안 스타트업 위즈는 설립 3년만에 기업가치 10억달러를 넘는 ‘데카콘’이 됐다.
반면 국내 사이버보안 시장에서 언급되는 기업 대부분은 20년 이상의 업력을 지닌 기업들이다. 스틸리언이나 시큐레터, 센스톤, 시큐리온 등 신생 기업들이 저마다의 기술, 경쟁력으로 활약하고 있지만 신생 기업의 기술을 도입하길 꺼려하는 국내 시장 분위기에 좀처럼 날개를 펴지 못하는 곳이 상당수다. 아예 국내 사업을 포기하고 곧바로 해외에서 시작하는 것이 낫다는 얘기도 나온다.
객관적으로 기대를 걸 만한 시장 여건이 마련됐지만 불안요소가 상당하다. 반짝 성장하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닌, 국내 사이버보안 산업의 지속적 성장을 위해서는 적잖은 고민과 개혁이 필요할 것으로 예상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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