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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인 게이트가 휩쓸고 간 국회…“게임산업 진흥 목소리 더 작아졌다”

오병훈 기자

[디지털데일리 오병훈 기자] “게임산업 진흥에 관해서 이야기를 꺼내기엔 적절한 시기가 아닌 것 같다. 괜히 목소리를 냈다가 무슨 소리를 들을지 모르는 상황이다.”

21일 한 의원실 관계자는 <디지털데일리>와 전화 통화에서 현재 국회 분위기를 전하며 이같이 말했다. 정계에 따르면, 김남국 의원(무소속)을 중심으로 한 코인 사태로 인해 국회에서는 게임산업 진흥 목소리가 더욱 작아지고 있다. 게임사를 대변했던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입법 로비 의혹에 대상으로 지목되는 등 정쟁 양상이 격화되면서 누구든 산업 발전 취지 의견을 내기 어려워진 탓이다.

◆P2E 연관되면 모두 로비 의혹…“말 꺼내기 무섭다”=국회에서는 지난달부터 김 의원을 중심으로 각종 입법 로비 의혹 바람이 불었다. 이는 김 의원이 자신이 보유하고 있는 가상자산 차익을 실현하기 위해 게임사로부터 국내 플레이투언(Play-to-Earn, 이하 P2E) 합법화 입법 청탁을 받았다는 의혹에서 시작됐다. P2E는 게임을 통해 이용자가 가상자산을 획득·교환할 수 있는 콘텐츠를 말한다.

그 과정에서 허은아 의원(국민의 힘)이 지난해 발의한 ‘메타버스 산업진흥법안’도 로비 의혹 대상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법안 내용 중 ‘가상자산 등의 처분’ 내용이 P2E 합법화를 전제로 한다는 노웅래 의원(더불어민주당) 주장 때문이다. 허 의원은 P2E와 메타버스는 무관하다며 즉각 반박했다.

이용호 의원(국민의힘)과 김윤덕 의원(더불어민주당)도 과거 P2E 규제 완화 취지 발언이 재조명 받자 로비 의혹과 무관하다는 입장을 밝히는 등 적극적으로 선을 긋는 모습을 보였다.

이 의원은 지난해 10월 국정감사 당시 “적정 상한액을 두는 P2E 게임을 제한적으로 허용하는 방식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주장한 바 있다. 비슷한 시기 김윤덕 의원도 “(P2E를 제작한) 업체에서는 서둘러서 뭔가를 해야만 하는 상황에서 게임물관리위원회는 안 된다고 버티고 있고, 기업에서는 속이 터지는 거다”라고 발언한 바 있다.

또 다른 의원실 관계자는 “애초 게임산업 진흥 관련 법안은 기업 의견을 취합하기 쉽지 않은 탓에 발의하기 어려운 편인데, 이번 입법 로비 의혹에 게임사 규제 완화 등 의견을 내기 더 어려워졌다”며 “안 그래도 지지부진하던 게임산업 진흥 관련 입법 논의가 현재는 완전히 정체된 상황”이라고 말했다.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게임물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왕진화 기자
13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의 게임물관리위원회 국정감사에서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질의하고 있는 모습. 사진=왕진화 기자

◆업계 “안 그래도 없던 진흥책, 규제 논의만 활발”=게임업계에서도 코인 사태 이후로 국회에서 소극적으로나마 이어지던 게임업계 발전 논의가 완전히 실종될 수 있다며 우려를 표했다.

한 게임업계 관계자는 “국회에서는 항상 게임산업을 규제 대상으로만 바라보는 경향이 있었다”며 “조금이나마 게임 업계 발전 목소리를 내던 국회의원들이 줄줄이 의혹 대상으로 지목되는 것을 보면, 앞으로 한동안 진흥책을 기대하기는 더 어려울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당초 P2E 규제 완화가 게임업계에 절실한 산업 진흥책이 아니었다는 의견도 나온다. 게임업계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고 다양한 목소리를 종합해 정말로 시급한 규제 완화 및 지원책을 발굴해야 한다는 의견이다.

또 다른 게임업계 관계자는 “현재 계류 중인 법안 중에도 잘 살펴보면, 게임사 산업 진흥 취지 법안이 몇 개 있다”며 “해당 법안에 대한 게임사 의견을 묻고 의견을 반영해 분리 발의하는 방법도 생각해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그 예시로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이 발의한 해외게임 국내 대리인 지정법을 예시로 들었다. 해당 법안은 지난해 2020년 이 의원이 발의한 ‘게임산업법 전부 개정안’에 포함됐다가 지난 14일 이 의원이 다시 분리 발의했다. 발의안 주요 골자는 국내에 영업장이 없는 일정 규모 이상 해외 게임사업자가 의무적으로 국내 대리인을 두도록 하는 것이다.

그는 “해당 법안도 게임산업 진흥보다는 이용자 보호 권익에 초점을 맞춘 것이지만, 중국 게임사에도 국내 게임사와 비슷한 책임을 요구할 수 있는 법안이라는 점에서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편”이라며 “법안 내 게임 산업 진흥 취지 내용에도 관심을 가져줬으면 좋겠다”고 전했다.

실제로 문화체육관광위원회(이하 문체위) 소위원회에 계류 중인 이 의원의 게임산업법 전부 개정안 내에는 ‘등급분류절차의 간소화’ ‘중소 게임사업자에 대한 지원’ 등 규제 완화 및 진흥 취지 내용이 포함됐다. 이 법안은 지난 1월 하태경 의원(국민의힘)이 대표 발의한 게임산업법 전부 개정안과 병합심사 중에 있다.

다만, 병합심사 중인 두 의원의 발의안이 이번 21대 국회에서 입법 ‘7부 능선’으로 불리는 문체위 소위원회 문턱을 넘게 될지는 미지수다. 전부개정안 병합 심사 특성상 입법 논의에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는 데다가 21대 국회의원 재임 기간이 얼마 남지 않은 상황이라 21대 국회 종료와 함께 자동 폐기될 수 있다는 우려다.

한 의원실 관계자는 “21대 국회에서 게임법 전부개정안 입법 논의가 마무리되긴 힘들 것으로 보인다”며 “22대 총선 준비에 들어가야 하는 상황에서 해당 법안 논의가 뒷순위로 밀릴 확률이 높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오병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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