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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0살 넘은 '반지의제왕'…"K콘텐츠, 글로벌 진출 앞서 IP 확보해야"

강소현 기자
김도현 CJ ENM 해외콘텐츠사업팀장 [ⓒ CJ ENM]
김도현 CJ ENM 해외콘텐츠사업팀장 [ⓒ CJ ENM]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최근 저희가 방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K-예능의 해외 수출입니다.”

김도현 CJ ENM 해외콘텐츠사업팀장은 지난 27일 오후 CJ ENM 상암센터에서 ‘K콘텐츠의 글로벌화’를 주제로 진행된 ‘2023 컬처토크 행사’에 참석해 “K콘텐츠가 세계를 사로잡았다는 것은 모두 잘 아는 사실이지만, 이는 아직 드라마와 영화에 국한된 이야기”이라며 이 같이 밝혔다.

최근 업계에선 K콘텐츠의 경쟁력을 유지하려면 해외 진출을 통해 내수 시장 중심의 수익구조를 극복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이 가운데 CJ ENM은 자사가 IP를 보유한 콘텐츠의 글로벌 유통 전략을 공유했다.

김 팀장에 따르면 다른 장르보다 예능프로그램의 수출이 특히 더 어렵다. 예능의 경우 시청자들이 재미를 느끼는 포인트가 국가나 문화에 따라 다르고, 해당 국가의 라이프스타일을 이해하지 못하면 내용 맥락 이해가 어렵기 때문이다. 이러한 이유로 지금까진 주로 프로그램의 ‘포맷’만을 수출해왔다고 김 팀장은 덧붙였다.

포맷은 방송 프로그램의 틀을 의미하며, 크게 스크립티드(scripted)와 언스크립티드(unscripted) 포맷으로 구분된다. 대본 그대로 촬영해야 하는 스크립티드 포맷은 드라마, 언스크립티드 포맷은 예능·다큐 유통에서 활용된다.

CJ ENM 뿐 아니라 국내외 제작사 및 방송사가 포맷 수출에 주목하는 가장 큰 이유는 문화적 장벽의 극복이다. 포맷은 구매한 국가에서 그 나라의 출연진들로 구성해 새롭게 제작되므로 완성 콘텐츠와 비교해 현지화에 유리하기 때문이다. 수입 콘텐츠가 아니므로 황금시간대 편성이 가능하다는 이점도 있다.

예능 포맷 수출의 대표적인 사례로 김 팀장은 tvN의 ‘꽃보다 할배’를 제시했다. tvN '꽃보다 할배'는 미국 NBC가 2016년 8월 리메이크 판권을 사들인 뒤 네덜란드·이탈리아·이스라엘·중국·프랑스 등 10개국에서 생산됐다.

또 CJ ENM의 ‘너의 목소리가 보여’는 2015년 국내 방영 이후 동남아 중심으로 10여개국에 수출되다가, 2020년 미국판이 미국 FOX에서 방영된 이후 동시간대 시청률 1위 등 성공을 거두며 지금까지 20여개국에 수출됐다. 최근엔 티빙 오리지널 ‘환승연애’가 일본에서 리메이크되어 큰 인기를 끌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김 팀장은 “사실 포맷 수출만으로는 큰 수입이 되진 않는다. 매출 규모를 키우려면 포맷 판매뿐 아니라 현지 제작까지 맡아야 한다”라며 “2021년 CJ ENM이 미국 영화 제작사 피프스시즌(구 엔데버콘텐트)를 인수한 이유”라고 말했다.

최근엔 포맷이 아닌, 이미 제작된 예능프로그램의 수출 성공 가능성도 확인했다고 김 팀장은 밝혔다. 현재 tvN ‘서진이네’가 미국 OTT인 ‘아마존프라임’을 통해 글로벌에 유통 중인 가운데 전체 랭킹 중에선 12위, 예능프로그램에선 1위에 오르는 성과를 거둔 것으로 알려졌다.

CJ ENM은 자사가 보유한 인공지능(AI) 기술을 활용해 콘텐츠 수출과정에서 비용효율을 높이기 위한 노력을 이어간다는 계획이다. CJ그룹의 경우 내부에 자체 ‘AI CENTER’를 두고 있는데, 이곳에서 그룹사에 필요한 AI 기술들을 개발해 각사에 적용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김숙 컬처미디어렙 박사 . [ⓒ CJ ENM]
김숙 컬처미디어렙 박사 . [ⓒ CJ ENM]

이날 김 팀장과 공동 발제자로 나선 김숙 컬처미디어렙 박사는 글로벌 진출에 앞서, 지식재산권(IP)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김 박사는 “(원천IP를 보유하면) 플랫폼을 바꿔가며 콘텐츠의 생명력을 확장할 수 있다”라며 ‘반지의제왕’을 예시로 들었다. 1950년대 발표된 동명의 소설을 원작으로 한 영화 ‘반지의제왕’은 최근 OTT 시리즈로도 제작됐다. 70여년이 지난 IP임에도 불구, 서로 다른 콘텐츠의 형태로 재제작 되고 있는 것이다.

특히 김 박사는 국내 콘텐츠 기업들이 IP 확보를 통해 넷플릭스 등 글로벌 OTT에 대한 의존도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IP를 확보하기 위한 경쟁을 두고 누구 하나 죽기 전까지 멈출 수 없는 치킨게임이라고 비유하지만, 저의 경우 치킨게임은 분명 아니라고 본다”라며 “물론, IP 기획·개발 단계에서 대규모 자본이 투입되려면 글로벌 시장에서의 투자 유치가 필요할 것”이라고 조언했다.

김 박사는 최근 피프스시즌 인수나 조직개편 등 CJ ENM의 행보를 두고 글로벌 진출을 위한 최적화 작업이라고 평가하기도 했다. 그는 “글로벌 유통이나 IP 확보 면에서 현재의 미디어 환경에 최적화된 방향으로 조직개편이 이뤄진 것으로 보인다”라며 “현재 상황에서 누구든 발빠르게 움직여 성공사례를 만들어야 한다”고 말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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