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학·소재

[소부장 TF] ㉙ "마법 가루 만들더니"…코오롱인더스트리, 전기차 타고 달린다

김도현 기자
코오롱인더스트리 여수 PMR 공장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코오롱인더스트리 여수 PMR 공장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전 세계적으로 반도체와 디스플레이, 이차전지 등 제조 분야의 산업적 가치가 중요해졌고, 그에 따라 소재·부품·장비(소부장)산업에 대한 관심도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하지만 미중 패권경쟁에 따른 아시아 지역의 변화와 유럽연합(EU)의 적극적인 공세로 인해 우리나라는 제품만 생산해내는 위탁국가로 전락할 우려가 크다. 해외 정세에도 흔들림 없는 K제조업을 실현하기 위해서는 물밑에서 구슬땀을 흘리는 소부장 강소기업 육성을 통한 경쟁력 제고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소부장 미래포럼>은 <소부장 TF>를 통해 이같은 현실을 직시하고 총체적 시각을 통해 우리나라 소부장의 과거를 살피고 현재를 점검하며 미래로 나아가기 위한 숙제를 되짚어보고자 한다. <편집자주>

[디지털데일리 김도현 기자] 일본 수출규제 당시 투명 폴리이미드 필름(CPI)으로 주목받던 코오롱인더스트리가 전기차 소재 시장 진출을 본격화한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009년 ㈜코오롱에서 산업자재, 필름·전자재료, 화학소재, 패션 및 의류 등 부문을 떼어내 설립된 업체다. 이 회사는 2019년 CPI 양산에 성공하면서 업계의 주목을 받았다. 해당 제품 원소재인 PI 필름이 일본의 대한(對韓) 수출규제 3대 품목 중 하나였기 때문이다.

CPI는 유색 PI 필름에서 황색을 제거해 광학 특성을 개선한 것으로 유리처럼 투명하고 수십만 번 접어도 흠집이 나지 않는 것이 특징이다. 온도 변화와 장기간 사용에 대한 내구성이 강하고 다양한 크기와 디자인 형태에 적용할 수 있다는 장점도 있다. 폴더블(접는) 및 롤러블(돌돌 마는) 디스플레이 커버윈도우(보호 유리)로 쓰인 이유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국내 최초로 CPI 양산 라인을 구축하고 샤오미, 레노버 등에 공급하는 등 성과를 냈으나 경쟁 제품인 초박막 강화유리(UTG) 등장으로 기대만큼 사업을 확장하지 못했다. 참고로 삼성전자 등 주요 폴더블폰 제조사는 CPI보다는 UTG를 사용 중이다.

현시점에서 코오롱인더스트리는 CPI 판매처와 응용처 다각화에 나서고 있으나 쉽지 않은 것으로 전해진다. 회사는 새 먹거리 발굴에 나섰고 이 과정에서 전기차 분야로 눈을 돌렸다. ▲아라미드 ▲고순도 방향족계 석유수지(PMR) ▲타이어코드 등이 대표 사례다.

아라미드는 내열성, 내구성 등이 뛰어난 폴리아마이드 섬유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달 220억원을 들여 아라미드 펄프 생산능력(캐파)을 1500톤에서 3000톤으로 증대한다고 밝혔다. 아라미드 펄프는 원료인 아라미드 원사 절단 후 물리적 마찰을 가해 부스러기 형태로 만든 소재다. 같은 무게의 강철 대비 5배 이상 강도를 가진다. 브레이크 패드, 클러치, 가스켓 등 차량 부품 보강재 역할을 한다.

'마법 가루'로 불리는 아라미드펄드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마법 가루'로 불리는 아라미드펄드 [사진=코오롱인더스트리]

아라미드 펄프를 보강재로 사용하는 NAO(Non-Asbestos Organic)계 브레이크 패드는 강섬유를 주원료로 사용하는 기존 브레이크 패드 대비 분진이 70% 감소해 친환경적이다. ▲소음 저감 ▲우수한 제동력 ▲부품 내구성 증대 등 이점도 있다.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른 자동차 정숙성 강화 요구로 아라미드 펄프 수요도 늘어나는 추세다. 회사는 향후 우주항공 소재 등으로 용도를 넓힐 심산이다.

PMR은 열 안정성과 점·접착성을 높인 석유수지로 ▲고성능 타이어 ▲전기 케이블 ▲위생재 등 특수 첨가제로 적용된다. 특히 고무 타이어 내구성을 강화해 배터리 탑재로 내연기관 자동차보다 약 30% 무거운 전기차의 노면 제동력과 주행 안전성을 모두 높일 수 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PMR 상업 생산을 본격화한 데 이어 지난달 240억원을 투입해 PMR 생산량을 1만1000톤에서 2만1000톤으로 향상한다고 발표했다. 신규 라인이 정상 가동하면 캐파 기준 세계 1위로 올라서게 된다. 회사에 따르면 PMR 부문은 전기차 시장 성장과 고성능 타이어 수요 증가가 맞물리면서 ‘풀(Full)생산·풀(Full)판매’ 체제를 이어가고 있다는 후문이다.

타이어코드는 타이어에서 뼈대 역할을 하는 소재다. 통상 전기차는 내연기관차보다 무겁기 때문에 타이어 손상이 심하다. 이에 따라 타이어 교체주기가 4~5년에서 2~3년으로 줄어들 전망이다. 타이어코드 판매량이 확대된다는 의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앞서 베트남 폴리에스터(PET) 타이어코드 공장 증설을 완료하면서 선제적으로 수요를 대비했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해 7월 차세대 음극재(리튬메탈) 기술력을 보유한 니바코퍼레이션에 100억원, 올해 4월 폐배터리 재활용 스타트업 알디솔루션에 45억원 투자를 단행하면서 2차전지 소재 시장에 뛰어들었다.

코오롱 그룹이 모빌리티 산업에 초점을 맞추고 영역을 확장하는 가운데 전기차 관련 소재를 담당하는 코오롱인더스트리의 역할은 지속 확대될 것으로 보인다.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1분기 매출액 1조2292억원, 영업이익 289억원을 기록했다. 글로벌 경제 위기, 러·우 전쟁 등으로 원재료 가격이 상승하면서 전기 및 전년동기대비 수익성이 하락했다. 다만 2분기부터는 전기차 시장 성장세에 따라 반등할 것으로 점쳐진다.

한편 코오롱인더스트리는 지난 2021년 소부장 으뜸기업으로 선정됐다. 해당 사업은 소부장 100대 핵심전략기술 분야에서 국내 최고 역량과 미래 성장 가능성을 보유한 기업을 발굴, 글로벌 기업으로 육성하기 위해 마련됐다.

산업통상자원부는 5년간 맞춤형 지원 프로그램을 진행한다. 대상 기업에 R&D 비용 최대 250억원, 기업 부담금 완화, 공공기관 테스트베드 활용 실증 평가 등이 제공된다.

김도현 기자
dobest@ddaily.co.kr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기자의 전체기사 보기
디지털데일리가 직접 편집한 뉴스 채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