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T클로즈업] ‘전산망 구축 비위’ 게임위 혁신 약속, 결국 게이머가 받아냈다
[디지털데일리 왕진화 기자] 게임물관리위원회 비위가 사실로 드러났다. 게이머가 아니었다면 과거 게임물관리위원회(이하 게임위) 비위 행위는 묻힐 뻔했던 사건이다.
게이머가 들고 일어나게 된 배경은 바로 지난해 게임위가 15세로 서비스돼 왔던 넥슨 ‘블루아카이브’, 넷마블 ‘페이트/그랜드오더’ 등 일부 서브컬처 게임을 대상으로 직권등급재분류를 실시했기 때문이다. 게이머 사이에선 결정 배경 및 전 과정을 투명하고 명확하게 공개하라는 요구가 빗발쳤지만 게임위는 직권등급재분류에 대한 근거를 제대로 설명하지 못했다.
정보공개 청구에도 불구하고 회의록을 일반에 공개하지 않으면서 논란을 빚었다. 심지어 도박성 아케이드 게임기에 전체 이용자 등급을 내준 사실도 알려지면서 게임위는 진퇴양난에 빠졌다.
이처럼 게임위 과거와 현재를 집중적으로 파헤치기 시작한 게이머들은 비위 의혹도 제기했다. 게임위 감사가 이뤄지기까지 국회와 감사원, 국민권익위원회 등에 강도 높은 목소리를 내왔다. 결국 감사원 감사에 백기를 든 게임위가 쇄신을 약속한 가운데 게임 심의 등에서도 점차 나아지는 모습을 보일 수 있을지 게이머는 물론 업계 이목이 쏠린다.
지난달 29일, 감사원은 게임위에 대한 감사 결과를 발표했다. 지난해 10월 이상헌 의원(더불어민주당) 게임 이용자 5489명과 함께 요청한 국민감사청구의 결과다. 당시 이 의원은 게임위의 등급분류 통합시스템 구축 사업에 비리가 있다는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감사원은 이번 감사 결과 총 6건의 감사결과를 처분요구하거나 통보·고발했다.
앞서 게임위는 2016년 5월 등급분류를 위한 게임물 통합관리시스템 구축을 위해 40억~50억원 규모의 예산을 투입했다. 이 사업은 전략계획 및 기본설계 수립 등을 거쳐 총 2단계로 나눠 추진했다. 이 사업을 통해 다양한 세부 시스템을 구축했지만, ‘게임물등급서비스’ ‘모바일 현장업무시스템’ 등 주요 일부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았다.
게임위는 시스템을 구축해주는 외주업체로부터 배상을 받아야 하지만, 아무런 조치가 없었다. 이러한 내용은 지난 2020년 한 언론을 통해 문제가 제기됐지만, 당시 큰 주목을 받지 못하고 묻히게 됐다. 그러나 게이머들은 이를 놓치지 않고 불투명성과 불공정성으로 점철된 게임위에 대해 감사를 강하게 요구했고, 이상헌 의원을 필두로 국회가 이에 응답했다.
감사원에 따르면 게임위 사무국장 A씨는 오히려 시스템 개발을 완료하지 않은 외주업체에 대금부터 지급해 6억원 이상 손해를 발생시켰다. 감사원 측은 감사 보고서를 통해 “게임위는 감리업체에 감리보고서를 거짓으로 작성해줄 것을 종용했다”며 “감리업체가 이에 응해 거짓으로 작성한 감리보고서를 게임위에 제출하자 이를 검수 업무 등에 활용했다”고 말했다.
이어 “언론에 통합관리시스템의 검수 문제 등이 보도되자 게임위는 허위, 과장된 해명 자료를 작성하고 게재했을 뿐만 아니라 추가 감리를 통해 이를 무마하기로 방침을 정한 후 추가 감리를 진행하는 과정에서 감리자료를 허위로 작성하는 등 인위적으로 통합했다”며 “관리시스템의 과업 진척률을 97%로 만들었으나 실제 진척률은 47%에 불과했다”고 지적했다.
감사원 측은 게임위 자체가 정당한 회계처리보다는 국고보조사업비의 집행에 중점을 두고 통합관리시스템 사업을 추진한 것으로 확인된다고 꼬집었다. 자체등급 분류시스템에 블록체인 기술 활용 여부 검증 용역을 수행하면서 외부 업체에 납품이 확인되지 않은 물품과 용역 대금을 지급했다고도 지적했다.
감사원은 이같은 감사결과를 토대로 게임위 위원장에게 통합시스템 등 용역계약의 준공검사 업무를 부당하게 처리한 관련자에 대해 문책요구(정직)를 하도록 하고, 행정안전부 장관에게 거짓 감리보고서를 작성한 감리업체에 업무정지 처분을 하도록 하는 등 6건을 처분요구 또는 통보했다.
감사원 발표가 나오자 게임위는 감사원 처분 요구에 따른 후속조치를 차질 없이 추진하고, 재발방지에 대한 자체적인 혁신방안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그제서야 뒤늦게 밝혔다. 감사 결과 비위행위가 확인된 외주업체, 내부 책임자(퇴직자 포함) 등에 대한 형사고발 및 손해배상 청구를 진행한다는 방침이다.
감사원 감사 결과와 별개로 현재 본부장 전원 본부장보직 사퇴, 재무계약팀 신설 등 재발방지에 대한 자체적인 혁신 방안 역시 추진하기로 했다. 유사 비위가 재발되는 것을 막기 위해 재무계약팀도 신설된다. 사업계획부터 계약체결, 사업검수, 결과보고 및 자금집행 등 사업 전 단계에 대한 관리와 검증을 강화한다. 감사조직도 인력을 기존 3명에서 4명으로 확대한다.
김규철 게임위 위원장은 “감사원 처분 요구사항을 철저히 이행할 것을 약속한다”며 “이번 감사원 감사 결과를 위원회 내부의 문제를 해소하고, 국민들에게 신뢰받을 수 있는 기관으로 재도약할 수 있는 계기로 삼겠다”고 말했다.
게이머가 게임 흥행 유무뿐 아니라 기업, 더 나아가 게임위를 흔드는 주체로 부상하게 됐다는 점이 이번 일로 증명됐다. 문화체육관광부 산하 기타공공기관인 게임위는 자율성을 보장해야 하는 공공의 목적을 지닌 조직임에도 고객인 게임사는 물론 게임 이용자 몰래 비위 행위를 저지른 뒤였다.
게임위는 적극적인 소통에 나서면서 혁신을 통해 국내외 이용자 신뢰를 다시 쌓아야 한다는 과제를 안게 됐다. 쌍방향 소통을 펼친다고 해도 모든 게임 이용자를 만족시킬 순 없겠지만, 게임위는 공정성을 외치고 투명성을 제고하기 위해서라도 단 한 명의 이용자 이해와 신뢰가 더욱 필요한 상황이다.
이상헌 의원은 “보수적인 게임 검열과 규제로 일관하던 게임위가 정작 기관 내부는 곪아 썩어가고 있었고, 그로 인한 피해는 온전히 게임 이용자가 감당해야만 했으나 다행스럽게도 이번 감사원 감사에서 감춰져 있던 실체적 진실이 규명됐다”며 “게임위가 뼈를 깎는 쇄신을 통해 전면적 혁신을 할 수 있도록 이끌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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