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평행선 달리는 '공공 SW 대기업 참여제한'…연내 입법 가능할까

서정윤 기자
6월 30일 서울 중구에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토론회가 열렸다. [ⓒ디지털데일리]
6월 30일 서울 중구에서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토론회가 열렸다. [ⓒ디지털데일리]

[디지털데일리 서정윤 기자]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국무총리실 산하 규제혁신위원회가 1000억원 이상의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대기업도 참여할 수 있도록 제도를 완화하는 방안을 추진한다. 과기정통부는 최대한 빠른 시일 내에 법안을 만들겠다는 입장이지만, 국회를 중심으로 법안이 나와도 연내 처리는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3일 업계에 따르면 과기정통부는 최근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 제한을 완화하는 방안을 담은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안 초안을 공개했다. 과기정통부는 초안을 토대로 추후 업계 의견을 몇 차례 더 수렴해 최대한 빠른 시일 안에 입법한다는 입장이다.

오용수 과기정통부 소프트웨어정책관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에 대해 규제혁신위와 입장이 일치하기 때문에 최대한 빠르게 진행할 계획"이라면서도 "업계 의견을 지속적으로 청취하고 반영할 예정이기 때문에 세부적인 내용은 변경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입법을 목표로 하고 있는 기간이 있느냐는 질문에는 "없다"고 답했다.

◆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이견 좁힐 수 있을까

과기정통부와 규제혁신위가 내놓은 소프트웨어 진흥법 초안은 1000억원 이상 대형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의 경우 예외심의 없이도 상호출자제한 대기업의 참여를 허용하도록 법령을 개선하는 걸 골자로 한다. 그동안 대기업은 민간투자형 사업이나 일부 예외 인정 사례를 통해 제한적인 영역에서만 사업을 진행할 수 있었다. 그 외 사업은 현행대로 예외심의를 통해 참여허용 여부를 결정한다.

다만 업계에서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사이의 이견을 좁히기 어려운 만큼 모두를 만족시킬 수 있는 법안을 마련하는 건 불가능하다고 보고 있다.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안을 두고도 대기업은 완화의 폭을 더 늘려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으며, 중소·중견기업은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 완화 자체에 반대하는 입장이 많다.

IT 업계 한 관계자는 "대기업 참여가 허용된다 하더라도 사업 환경이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며 "이번 개선안은 일부 완화에 불과하기 때문에 효과에 대해 회의적인 반응이 많다"고 말했다. 공공 소프트웨어 대기업 참여제한 제도가 생긴 뒤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부를 접은 기업들도 있는데 이들이 다시 뛰어들도록 유도하기 위해서는 보다 확실한 유인책이 필요하다는 설명이다.

중소·중견 IT 업계는 품질저하가 중소·중견기업만의 문제는 아니라고 보고 있다. 또한 1000억원 이상의 사업이라 하더라도 어떤 분야에 대해 제한을 풀 것인지 기준이 명확해야 한다는 지적도 있다. 중소·중견 IT 업계 한 관계자는 "성격이 다른 사업을 무리하게 합산해 인위적으로 1000억원을 만드는 것은 소프트웨어 산업 발전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고 소프트웨어 진흥법 취지에도 정면으로 반한다"고 주장했다.

◆ '식물 상임위' 되어버린 과방위…국회 "정상화 필요"

과기정통부와 규제혁신위가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아내더라도 넘어야 할 산은 남아있다. 국회를 중심으로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가 경색돼 있는 만큼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안도 연내 처리가 쉽지 않을 거라는 전망이 나온다. 의견이 갈리는 만큼 쟁점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은데, 여야 의원들 사이에서 합의점을 찾아내는 것도 쉽지 않을 거라는 지적이다.

지난 1월부터 지금까지 국회 과방위 전체회의는 총 5차례 개최됐다. 17개 상임위원회 중 전체회의가 총 3차례 열린 여성가족위원회를 제외하고 가장 적은 숫자다. 특히 5번의 전체회의 중 최근 2번은 여야 대립 속에서 안건 상정 없이 개최됐다. 지난달 26일 열린 전체회의는 여당 의원들 중 간사로 위원장 직무대리를 맡은 박성중 의원을 제외하고 전원 불참해 1분30초만에 산회가 선포됐다.

국회에서는 하반기 여야 의원들이 합의점을 이끌어내 협치할 가능성은 낮다고 보고 있다. 국회 과방위 한 관계자는 "올해 과방위 내부에서는 국정감사나 인사청문회가 제대로 열리면 다행이라는 말까지 나올 정도로 분위기가 경색돼 있는 상황"이라며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안은 만들어져도 쟁점법안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지금과 같은 상황에서 올해 안에 통과는 커녕 논의되기도 쉽지 않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 "대기업 참여제한 완화보다는 예산 문제부터 우선"

업계에서는 대기업과 중소·중견기업 모두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과 관련해 환경 개선과 정당대가 실현이 이뤄지기를 바라고 있는 만큼, 관련 내용을 담은 개정안을 먼저 통과시켜야 한다는 의견도 나온다. 앞서 이정문 더불어민주당 의원은 과업 심의위원회를 설치해 잦은 과업 변경을 막도록 하는 소프트웨어 진흥법 개정안을 대표발의한 바 있다.

또한 근본적인 문제는 기획재정부가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 예산을 너무 적게 책정하기 때문이라는 의견도 있다. 수익률은 낮은데다 과업변경은 지나치게 자주 일어나 기업 입장에서는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에 뛰어들 이유가 없다는 지적이다. 소프트웨어 업계는 기업들이 상생하기 위해서는 근본적인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업계 한 관계자는 "IT 신기술은 계속 등장하고 있고 인건비도 지속적으로 상승하고 있는데 공공 소프트웨어 사업은 경쟁입찰을 통해 진행되다 보니 여전히 적은 예산으로 진행되고 있다"며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업을 맡기는 기관에서는 신기술을 추가하고 싶어하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말했다. 기업 입장에서는 적은 예산으로 인해 질적 하락이 발생하는 걸 알면서도 시스템을 개발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국회 과방위 관계자는 "이정문 의원실이 발의한 개정안은 기업 규모와 관계없이 업계의 공통된 의견이기 때문에 크게 이견이 갈리지 않는다"며 "소프트웨어 시장 자체가 성숙된지 얼마 안 된 시장인데 이후 계속해서 제기됐던 문제기 때문에 과방위가 정상화되면 빠르게 통과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다만 아무 것도 예단할 수 없는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서정윤 기자
seoj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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