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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아카마이 클라우드 제이 젠킨스 CTO “앱 분산하듯 인프라도 분산”

이종현 기자

아카마이 네트워크 운영 명령센터(Akamai Network Operations Command Center, NOCC) ⓒㅇ아카마이

[디지털데일리 이종현기자] 콘텐츠 전송 네트워크(CDN)는 한국에서 미국, 또 미국에서 한국처럼 물리적으로 거리가 떨어져 있음에도 안정적으로 콘텐츠를 전달할 수 있도록 하는 기술이다. 콘텐츠를 전달받을 이들 가까이에 캐시 서버를 둬 로딩에 필요한 시간을 줄이는 것이 특징이다. 국내에서는 넷플릭스 망 이용료 논란으로 CDN에 대해 알려진 바 있다.

디지털 사회에서 CDN은 필수적인 기술이다. CDN 없이는 해외 서비스를 온전히 누릴 수 없고, 반대로 한국의 서비스를 세계에 제공할 수도 없다. 그리고 이 분야 1위 기업이 아카마이(Akamai)다. 아카마이의 전 세계 CDN 점유율은 50%에 달한다.

CDN은 사용자 가까이에서 서비스를 제공한다는 특성상 에지(Edge) 컴퓨팅 기술의 핵심으로도 꼽힌다. 중앙 데이터센터와 직접 소통하는 방식의 클라우드 컴퓨팅과는 위치상 차이를 보인다. 아카마이는 이와 같은 에지 컴퓨팅 분야 선두 기업 중 한 곳이다.

그런데 최근 변화가 감지됐다. 아카마이가 2022년 서비스형 인프라(IaaS) 기업 리노드(Linode)를 인수하면서부터다. 아카마이는 올해 초 ‘아카마이 커넥티드 클라우드’를 발표하며 클라우드 컴퓨팅 사업에 대한 출사표를 던졌다. 에지 기업에서 클라우드 기업으로의 변신일까.

아카마이 클라우드 컴퓨팅 최고기술책임자(CTO)인 제이 젠킨스(Jay Jenkins)는 <디지털데일리>와의 화상 인터뷰에서 “지난 25년 동안 인터넷은 지속적으로 변해왔다. 새로운 디바이스와 보안 위협이 등장했고 사용자도 달라졌다. 아카마이 역시 지속적으로 변화하는 중이다. 아카마이 커넥티드 클라우드는 CDN, 보안, 클라우드를 하나로 융합한 서비스”라고 말했다.

<디지털데일리>와 화상 인터뷰 중인 제이 젠킨스 아카마이 클라우드 CTO ⓒ디지털데일리

◆클라우드 출사표 던진 아카마이, 기존 기업들과 ‘차별화’ 강조

클라우드 컴퓨팅 시장은 아마존, 마이크로소프트(MS), 구글 등 빅테크 기업들이 장악한 상태다. 아시아까지 범주를 넓히면 알리바바, 텐센트 등도 있다. 국내에서는 네이버, KT, NHN, 카카오 등이 클라우드 사업에 진출해 있다.

제이 CTO는 아카마이의 경우 기존 기업들, 특히 하이퍼스케일러라고 불리는 빅테크 기업들과의 차별화한다는 점을 특히 강조했다. 아카마이가 기존에 보유한 CDN, 그리고 보안 사업이 가지고 있는 이점을 적극 활용하는 것이 아카마이의 클라우드 사업 대전략으로 풀이된다.

그는 “애플리케이션(앱)이 분산돼 있다. 사용자들도 분산돼 있다. 자연히 인프라 역시 분산돼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것이 아카마이의 비전”이라며 “콘텐츠를, 보안을 고객과 가까운 에지단에서 제공했던 것처럼 클라우드 역시 고객과 가까운 곳에서 제공한다는 것이 아카마이 커넥티드 클라우드의 기본 개념”이라고 전했다.

이와 같은 연결성은 크게 2개 요소를 기반으로 제공된다. 먼저 아카마이가 134개국 4200개 이상 지역에 제공하고 있는 분산 백본이 핵심이다. 그리고 세계 곳곳에 신규 사이트(Site)를 구축해 접근성을 높인다는 취지다.

제이 CTO는 “아카마이는 인수한 리노드의 데이터센터를 아카마이의 백본과 결합시켜 네트워크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이를 기반으로 사람들이 가진 클라우드에 대한 인식을 바꾸고자 한다. 그것이 가격이 될 수도, 지연시간이 될 수도 있다. 보다 많은 사람들이 편하게 클라우드에 접근하고, 이용할 수 있도록 하는 변화를 추구한다”고 밝혔다.

◆멀티 클라우드의 시대, 기존 강점에 더해 ‘가성비’ 앞세웠다

아카마이는 주요 경쟁사들과의 적극적인 점유율 쟁탈전보다는 ‘공존’을 선택했다. 멀티 클라우드가 전 세계 표준으로 자리한 가운데 경쟁 기업들의 점유율을 뺏는 것보다는 차별화된 경쟁력을 앞세워 영향력을 키워나가겠다는 전략이다.

제이 CTO는 “멀티 클라우드 시대에 접어들면서 이그레스(Egrees, 서버 내부에서 외부로 나가는 트래픽) 가격에 대한 목소리가 많이 나오고 있다. 클라우드 환경에서 이그레스 비용이 많이 발생한다는 것은 고객 입장에서는 긍정적인 소식이 아니다. 이에 아카마이는 기가바이트(GB)당 0.5센트(0.05달러)로 이그레스 비용을 절감했다. 기업의 멀티 클라우드에 대한 진입 장벽을 낮추는 데 주안점을 뒀다”고 말했다.

또 13일에는 신규 기능인 ‘글로벌 로드 밸런서’ 출시 계획도 발표했다. 오는 3분기 말 출시될 글로벌 로드 밸런서는 트래픽 요청을 최적의 데이터센터로 라우팅해 지연시간을 최소화하는 동시에 장애를 방지하는 것이 특징이다.

로컬 트래픽 부하 분산을 위해 리노드 로드밸런서의 기존 기능과 아카마이 글로벌 트래픽 매니지먼트 및 앱 로드 밸런서 서비스를 연결해 아마카이 네트워크 전반에서 로컬 부하 분산과 글로벌 부하 분산 중 하나를 선택하는 옵션도 제공한다. 아카마이가 가진 네트워크 역량이 클라우드 사업에서 십분 발휘되는 셈이다.

아카마이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는 글로벌 사이트(Site) 수와 위치 ⓒ디지털데일리

◆더 나은 연결성을 무기로… ‘인터넷 강국’ 한국에서는?

아카마이가 제공하는 빠른 속도 및 초저지연의 경우 네트워크 환경이 열악한 곳에 특히 유용하다. 제이 CTO는 “대도시에 있는 사용자의 경우 우수한 사용자경험을 얻고 있지만 데이터센터가 인접해 있지 않은 지역은 양질의 서비스를 제공받기 어렵다. 아카마이는 이런 지역들에게도 충분한 연결성을 제공할 수 있다”고 전했다.

가령 미국의 경우 해안가에 데이터센터가 집중돼 있다. 해안가 도시의 경우 높은 사용자경험을 제공받지만 내륙지방으로 갈수록 그렇지 못하다는 설명이다. 동남아시아와 같은 데이터센터가 인접해 있지 않은 지역에도 아카마이가 이점을 제공할 수 있으리라고 설명했다.

지역이 넓지 않은 데다 인터넷망이 잘 돼 있어 지역별 사용자경험의 편차가 크지 않은 한국에서는 가상현실과 같은 지연시간이 극단적으로 짧을 것으로 요구되는 환경이 아니라면 해외와 같은 극적인 변화를 보기 어려울 것으로 예상된다. 다만 한국 기업이 해외 사업을 할 때는 아카마이가 유용한 선택지가 될 수 있다. 실제로 아카마이가 주요 타깃으로 삼고 있는 곳 역시 이커머스, 미디어, 게임 등 산업군이다.

제이 CTO는 “아카마이의 목표는 5년, 10년 이내에 전체 클라우드 시장에서 한자릿수 점유율을 확보하는 것이다. 어찌 보면 적은 목표라고 생각할 수 있지만 전 세계 클라우드 시장 규모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만큼 한자릿수 점유율도 굉장히 큰 규모”라며 “아카마이의 CDN, 보안 서비스를 경험한 고객이라면 아카마이 커넥티드 클라우드도 고려하실 것”이라고 피력했다.

아카마이는 최근 미국 워싱턴 D.C와 시카고, 프랑스 파리 등 3개 코어 데이터센터를 개소함에 따라 전 세계 14개 코어 데이터센터를 갖췄다. 3분기 중에는 미국 시애틀과 인도 첸나이에 2개 데이터센터를 추가할 예정이다. 2024년까지 한국 데이터센터도 개소할 계획이다.

제이 CTO는 “아카마이는 꾸준히 고객들이 바라는 것이 무엇인지를 파악하고, 그를 충족시키는 데 집중하고 있다. 기존의 CDN 및 보안과 클라우드 서비스를 지속적으로 통합하는 과정에서 기술적으로, 또 경제적으로 더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기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내년에 한국에도 데이터센터를 오픈할 예정인데, 그때 다시 세부적인 내용에 대해 업데이트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듯하다”고 부연했다.

이종현 기자
bell@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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