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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백과] 바다 위·사막에서도 인터넷을…‘저궤도 위성통신’이 온다

권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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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스타링크]
[ⓒ 스타링크]

[디지털데일리 권하영 기자] 러시아와의 전쟁으로 한때 인터넷이 끊겼던 우크라이나에 위성통신이 지대한 역할을 했다는 얘기를 들은 적 있을 것이다. 특히 일론 머스크가 설립한 스페이스X가 운영하는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스타링크’가 일반인들에게 크게 알려진 것도 이 때쯤이다.

위성통신은 우주공간의 통신위성을 활용한 인터넷·음성·데이터 등의 통신서비스를 의미한다. 위성통신은 우리가 흔히 지상 기지국 설치를 통해 이용하는 이동통신과 비교해 커버리지가 수십㎞에서 수백㎞로 넓어진다. 또 위성이 우주에 위치해 있다 보니 지상에서 벌어지는 자연재해의 영향도 받지 않는다. 커버리지가 넓고 재해로부터 안전하다는 것은 언제 어디서나 안정적인 통신 서비스를 제공할 수 있음을 의미한다.

다만 위성통신은 이동통신 대비 전송시간이 오래 걸리는 문제가 있다. 전송 지연 속도가 수십㎳ 이하인 이동통신과 달리 위성통신은 수십~수백㎳에 이르기 때문이다.

위성통신은 고도에 따라 ‘정지궤도’와 ‘비정지궤도’로 분류하는데, 정지궤도는 3만6000km 거리에서 지구의 자전주기에 따라 공전을 해 항상 같은 상공에 떠 있는 효과를 보인다. 이와 달리 비정지궤도는 하루에 지구 주위를 13~14회씩 돌게 되기 때문에 많은 위성을 필요로 한다. 비정지궤도는 고도에 따라 다시 저궤도-중궤도-고궤도로 구분하는데, 우리가 아는 스페이스X의 스타링크는 이 중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라고 보면 된다.

저궤도 위성통신은 상공 100~2000㎞에 위치해 중궤도(2000~3만5789㎞)나 고궤도(3만5789㎞ 이상)에 있는 위성통신보다 지구 표면과 가깝다. 때문에 전파 왕복에 따른 전송 지연시간이 수십㎳로 줄어드는 장점이 있다. 대신 상대적으로 중궤도·고궤도보다 커버리지는 좁아진다. 물론 지상망을 기반으로 하는 이동통신과 비교하면 글로벌 단위 커버리지를 갖춘 셈이고, 지연 시간도 얼추 비슷해진다.

저궤도 위성통신시스템을 구축하기 위해서는 정지궤도 위성과 달리 여러 개의 인공위성이 필요하다. 지구 전체를 서비스권으로 하려면 적게는 수십개에서 많게는 수백개의 위성을 쏘아올려야 한다. 또한 위성의 수명도 정지궤도 위성에 비해 짧기 때문에, 위성통신망을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으로 위성을 발사해 수명이 다한 위성과 교체해줘야 한다. 이런 위성통신시스템을 구축하는 데 막대한 비용이 드는 이유다.

지난 2021년 스타링크 서비스를 시작한 스페이스X는 올해 4월 기준으로 총 3363기의 위성을 궤도에 올렸다. 오는 2027년까지 1만2000기의 위성을 쏘아 보내겠다는 목표다. 또 다른 저궤도 위성통신 업체인 영국 원웹은 같은 기간 618기의 위성을 올려 보냈고, 아마존과 텔레셋도 올해 중 시험위성 1~2기를 발사할 예정이다. 중국도 약 1만3000개의 위성을 지구 저궤도에 올리는 ‘중국판 스타링크’를 추진하고 있다.

다만 지구 저궤도에 수천대의 위성이 쏟아져 들어오면서 ‘우주 충돌’ 위험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늘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른바 ‘케슬러 신드롬’을 경고하기도 한다. 위성으로 인해 저궤도 밀집도가 한계치에 다다르면 통제하기 힘든 연쇄 충돌이 일어나 인류가 지구 밖으로 나가지 못하고 갇힐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그럼에도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은 계속해서 파이가 늘 것으로 전망된다. 아직 전세계 인구의 40%가 인터넷 접속이 어렵다는 사실을 감안하면, 지상망 기반 이동통신을 보완하는 역할로서 위성망의 중요도는 클 수밖에 없다. 지상망이 미치지 못하는 도서산간 지역이나 해상·사막 지역, 항공기 와이파이 등은 물론, 차세대 이동통신인 6G와 결합하면 자율주행차, 도심항공교통(UAM) 등 차세대 기술과의 융합이 기대되고 있다.

우주산업 컨설팅 회사인 유로컨설트에 따르면 위성통신 사용자 수는 2022년 7100만명에서 2031년 1억5300만명으로 2배 이상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미국 투자은행 모건스탠리는 위성통신 서비스 시장 규모가 2020년에서 2040년 사이에 13배 성장해 950억 달러(약 120조2700억원)에 달할 것으로 관측했다.

해외 주요국에서도 상당한 정부 주도 투자가 이뤄지고 있다. 캐나다 정부는 2020년 텔레셋에 17.5억캐나다달러(약 1조7000억원)를 투자해 298기의 위성 개발을 지원했고, 영국 정부는 2020년 당시 파산 위기의 원웹에 5억달러(약 7000억원)을 투자해 지분 45%를 인수했다. 유럽 의회도 자체 저궤도 위성통신망 구축 프로젝트인 IRIS2를 최종 승인해 오는 2027년까지 24억유로(약 3조4000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중국의 1만3000개 위성 발사 프로젝트도 정부 단위로 주도되고 있다.

한국에서도 저궤도 위성통신 시장을 선점하려는 노력이 진행되고 있지만 아직은 일부 기업이 저궤도 위성에 들어가는 주요 부품을 만드는 정도에 그칠 뿐 실제 저궤도 위성 발사를 시작하지는 못했다. 과학기술정보통신부(이하 과기정통부)가 추진한 ‘저궤도 위성통신 기술개발’ 사업도 예비타당성조사 대상 선정에서 두번이나 탈락했다.

다만 한화시스템은 2021년 영국 원웹에 3억달러를 투자한 데 이어 최근 과기정통부에 기간통신사업자 등록을 마치는 등 저궤도 위성통신 서비스 사업을 준비하고 있다. 스페이스X도 최근 국내에서 기간통신사업자로 등록했다. 이를 통해 한국에서 저궤도 위성 인터넷 스타링크를 이용한 사업을 준비 중이다.

권하영 기자
kwonh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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