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與, 공영방송 제도 대대적 수술…지상파 의무재송신 논의 '재점화'

강소현 기자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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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여당이 공영방송 제도에 대해 대대적인 수술에 들어갔다. 정부가 전기요금과 TV수신료를 분리 징수하기로 결정한 가운데, 최근 여당을 중심으로 TV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아예 국민에 줘야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여당 일각에선 지상파 의무 재송신 채널을 확대해야 한다는 논의 역시 재점화된 것으로 알려졌다.

25일 업계에 따르면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이하 ‘과방위’) 여당 간사인 박성중 의원(국민의힘)은 최근 국민에 수신료 납부 선택권을 부여한다는 이른바 '국민 수신료 갈취 거부법'(방송법 개정안)을 발의했다.

TV수신료는 수상기를 보유한 가구에 정부가 부과해온 준조세다. 사회가 필요로 하는 프로그램을 안정적으로 공급하기 위한 재정기반을 마련해주고자 한 것이다

예컨대 KBS는 뉴스에서 지상파 최초로 수어방송을 제공하고, 신종코로나바이러스(코로나19) 관련 통합뉴스룸을 2년 7개월동안 유지하는 등 국가적 재난방송 시스템을 유지해왔다. 돈이 되지 않더라도 우리사회에 꼭 필요한 것들이지만, 사기업의 입장에선 제작할 이유가 없다.

현재 TV수신료 2500원은 KBS와 EBS에 각각 2261원, 70원씩 배분된다. 위탁수수료 명목으로 한국전력공사에도 169원이 돌아간다.

이 가운데 해당 법안에는 수상기가 있지만 KBS·EBS를 시청하지 않는 유료방송 가입자를 대상으로 수신료 전부 또는 일부를 감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지상파가 IPTV(인터넷TV)·케이블TV(SO) 등 유료방송사업자로부터 콘텐츠사용료 명목의 가입자당 재송신료(CPS)를 받고 있으면서, 이용자에 TV수신료를 또 부과하는 것은 이중징수라고 해석한 것이다.

박성중 의원실 관계자는 법안을 발의한 배경에 대해 “실제 보지도 않는 KBS의 수신료를 왜 내야하는 지에 대한 국민의 비판이 지속해서 제기되고 있다”라며 “이에 분리징수 이후 국민에게 수신료 납부의 선택권을 진정으로 부여하려 한다”고 밝혔다.

해당 법안을 두고 업계의 반발은 당연 거세다. 특히 수신료 징수방식 변화로 당장 재정 압박을 받게 된 KBS의 경우, 이번 법안을 통해 유료방송 가입자(2022년 기준 3577만 단자) 모두가 수신료 전부를 감면 받는 경우 당장 매월 약 808억원의 재원이 줄 것으로 추정된다.

하지만 지상파가 이용자엔 수신료를, 유료방송사업자엔 CPS를 받는 것이 ‘이중징수’로 볼 수 있냐에 대해선 의견이 첨예하게 갈린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의 한 전문가는 “공영방송이 보편적 서비스라는 관점에서 바라본다면 TV수신료를 받으면서 CPS를 받는 것은 이중징수”라면서도 “하지만 저작권료의 개념으로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현행법상 세금으로 만든 저작물이라고 해도 해당 저작물을 이용해 수익을 창출했다면 누구든 거기에 대한 정당한 저작권료를 내야한다”고 말했다.

즉, 보는 관점에 따라 CPS와 수신료를 이중징수 혹은 서로 다른 시장으로 해석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또 다른 업계 전문가는 “수신료는 공영방송이라는 제도를 운영하기 위한 주요 재원으로, 부족한 공영방송의 재원을 충당하려다보니 갑자기 CPS가 등장한 것”이라며 “결국 공영방송 쪽이 정리가 안되면 이 폐해가 유료방송까지 미치므로 첫 단계부터 정리를 잘해야한다”고 우려했다.

과방위 소속 일부 여당 의원들을 중심으로는 현재 지상파 의무 재송신 제도에 대해서도 재논의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진다. 의무 재송신 채널을 확대하는 것이 핵심으로, 구체적인 범위는 정해지지 않았다.

현재 지상파 의무 재송신 채널은 KBS1과 EBS이다. 그동안 KBS2·MBC등 공영방송 채널도 포함시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았으며, 실제 방송통신위원회가 KBS2를 포함시키는 방안을 심도 있게 검토한 바 있지만 번번이 무산됐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의무 재송신 채널 확대가 공영방송의 기반은 물론, 방송시장 전체에 영향을 줄 수 있는 만큼 신중하게 검토해야 한다는 입장이다.

의무 재송신 채널 확대로 CPS 수익이 줄어드는 경우, 수신료가 인상될 가능성도 있다. 유료방송사업자라고 좋은 것만은 아니다. 공영방송이 자구책을 마련하고자 방송광고 사업에 적극적으로 뛰어들 것으로 점쳐지는 가운데 업계는 장기적으로 이들에 광고 시장의 파이를 뺏기는 것은 불가피하다고 보고 있다.

업계에 정통한 전문가는 “현실적인 입장에서 KBS2나 MBC가 재원이 부족해지면 기존과 같이 공영방송으로서의 역할이나 제작 투자를 할 수 있겠냐”라고 반문하면서 “의무 재송신 채널 확대가 실제 추진된다면 공영방송의 재원을 무엇으로 충당할 것인지 혹은 책무를 어디까지 축소할 것인지에 대해 우선 논의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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