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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실 모르는 ‘책상머리 규제’ 그만…“규제입증책입제 도입 검토해야”

이나연 기자
[ⓒ 대한상공회의소]
[ⓒ 대한상공회의소]

[디지털데일리 이나연 기자]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 2018년 조사한 시장규제지수(PMR)에 따르면 한국은 규제가 강한 국가 6위에 오르는 등 첫 조사 이래로 25년간 조사 대상 38개국 중 상위 9위 내에 안착했다. 이에 업계는 국내 시장 혁신을 가로막는 ‘킬러규제’ 등을 타파하기 위해 현실에 발 딛지 못한 ‘책상머리 규제’ 대신, 민간 심사 방식 ‘규제입증책임제’를 도입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대한상공회의소는 25일 오전 서울 중구 상의회관에서 기업·시장 중심 규제 현안 논의와 대안 마련을 위한 제1차 규제혁신포럼을 개최했다. 대한상의 규제혁신포럼은 민관협력 강화와 규제개선 체감도 제고를 위해 기업 시각에서 규제 현안을 논의하고 실효성 있는 대안을 모색한다는 취지로 마련됐다.

먼저 주제발표에 나선 강영철 한국개발연구원(KDI) 교수는 “현재 부처자율식 규제개선으로는 한계에 봉착할 것”이라며 새로운 원칙과 대안으로서 ‘민간심의형 규제입증책임제’를 제안했다. 민간심의형 규제입증책임제란 민간이 개선 대안을 마련해 제안하면 부처가 규제 존치 필요성을 입증하고, 규제개혁위원회가 최종 조정하는 방식이다.

강영철 교수는 “지난 25년간 규제개혁으로 입증된 사실은 규제 공무원이 현장을 잘 모르고 강력한 조정자 없이 미세조정에 그치며, 진짜 중요한 규제는 중·장기 검토로 갈음한다는 것”이라며 “책상머리 규제를 개선하기 위해 우문현답(우리의 문제는 현장에 답이 있다)식 접근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원소연 한국행정연구원(KIPA) 실장도 “현실에 맞지 않거나 비합리적인 규제가 경영 활동을 제약하고 기업 생존을 위협하고 있다”면서 "규제 취지와 필요성이 있더라도 그 수단이 기업에 과도한 부담을 전가하게 되면 기업을 망하게 할 수도 있다”고 경고했다. 신산업이 등장하면서 업역 경계가 허물어지고 있는데도 낡고 과도한 규제로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가 시작부터 좌초되고 있다는 지적이다.

국내 기업들로부터 규제 애로 건의가 계속 쌓이는 상황에 대해 어려움을 호소하는 현장 목소리도 제기됐다.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은 “규제혁신 필요성에 적극 공감한다”며 “기존 규제 개혁도 중요하지만 신규 규제 도입도 신중하게 접근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최근 우리 정부가 디지털시장법(DMA), 디지털서비스법(DSA)을 받아들이려는 논의처럼, 마치 유럽연합(EU) 정책과 법이 무조건 따라야 하는 선진 정책과 선진법인 듯 대하는 태도는 지양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EU법을 검토하기에 앞서 국내 산업환경과 유럽 산업환경 차이를 먼저 고려해야 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이유에서다.

박성호 인기협회장은 “이미 한국은 공정거래법(독점규제 및 공정거래에 관한 법률)으로 온라인 플랫폼 산업을 충분히 규제하고 있어 새로운 킬러규제를 만들어 우리 기업과 산업을 짓누르기보다 토종 온라인 플랫폼 기업들 글로벌 경쟁력 강화를 통해 국가 경제 발전을 도모하는 것이 더 바람직하다”고 제언했다.

한편, 이날 포럼에는 강영철 KDI 초빙교수와 원소연 KIPA 규제정책연구실장이 발제를 맡았으며 ▲우태희 대한상의 상근부회장 ▲이정원 국무조정실 국무2차장 ▲정동창 대한석유협회 부회장 ▲최규종 조선해양플랜트협회 부회장 ▲김정회 반도체산업협회 부회장 ▲박성호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회장 ▲최성진 코리아스타트업포럼 대표 ▲이광영 한국철강협회 전무 ▲김주홍 한국자동차산업협회 전무 등 주요 협단체 임원이 참석했다.

이나연 기자
lny@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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