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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T클로즈업] 미국 시장 노리는 K콘텐츠…‘시즌제 드라마' 시도

강소현 기자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기묘한 이야기' 스틸컷. [ⓒ넷플릭스]

[디지털데일리 강소현 기자] 온라인동영상서비스(OTT)가 해외 진출을 서둘러야 한다는 목소리가 업계에서 높아지고 있습니다. OTT의 주 재원인 월 구독료가 국내 제작사에 대한 투자로 이어지는 상황에서, 파이가 큰 해외시장에서 구독자를 확보해 국내 제작사에 투자하는 선순환 구조를 구축하기 위함입니다.

문제는 콘텐츠의 현지화 작업입니다. 특히 국내 업계가 현재 주목하고 있는 미국 시장에서 K-콘텐츠는 서사와 개연성이 상대적으로 떨어진다는 평가를 받고 있는 가운데, 제작사들은 북미 시장에서 성공하기 위한 전략 수립에 들어갔습니다.

최근 문화체육관광부·한국국제문화교류진흥원(KOFICE)가 발간한 ‘2023년 해외 한류 실태조사’에 따르면 ‘자막 또는 더빙을 통해 시청하는 것이 불편하다’는 점과 ‘한국어가 어렵고 너무 생소하다’, ‘전체적인 에피소드 편수가 적다(보통 시즌제가 아님)’라는 점이 미주(미국·브라질·아르헨티나) 이용자의 K-드라마 주요 호감 저해 요인으로 조사됐습니다.

미주 K-드라마 이용자가 꼽은 주요 호감 저해 요인. [ⓒ 2023 해외 한류실태 조사집 갈무리]

언어적 요소는 아시아와 유럽, 중동 등 다른 국가에서도 주요 호감 저해 요인으로 꼽힌 반면, ‘전체적인 에피소드 편수가 적다’는 점이 주요 호감 저해 요인으로 작용한 곳은 미주가 유일한데요. 2021년과 2022년에도 언어적 요소를 제외하면, 시즌제가 아니라는 점이 미주에서 K-드라마의 주요 호감 저해 요인이었습니다.

국내와 달리 미주, 특히 미국에선 시즌제 드라마가 익숙하기 때문인데요. 지난해 미국 방송계의 아카데미상으로 불리는 프라임타임 에미 어워즈(이하 에미상) 드라마 작품상 후보(▲석세션(Succession) ▲베터 콜 사울(Better Call Saul) ▲유포리아(Euphoria) ▲오자크(Ozark) ▲오징어게임(Squid Game) ▲기묘한 이야기(Stranger Things) ▲옐로우재킷(Yellowjackets)) 모두 시즌 2개 이상인 작품일 정도였습니다.

업계에선 서로 다른 콘텐츠 제작 환경이 이 같은 차이를 만들었다고 보고 있습니다. 미국에선 사전 제작 시스템으로 인해 시즌제 드라마가 정착됐다는 설명입니다.

예컨대 미국의 경우 작가와 감독이 프리 프로덕션 단계에서 이미 최소 시즌3 제작까지 염두해두는 것이 일반적인 반면, 국내는 시즌1의 흥행 여부를 본 뒤 다음 시즌 제작을 결정하는 구조인데요.

한 제작업계 관계자는 “국내 제작 환경은 미래를 내다보고 충분히 구상할 수 있는 시간이 주어지지 않았기에 향후 성과에 따라 시즌2를 제작하는 경우가 많았다”라며 “그러다보니 같은 드라마임에도 시즌1과 시즌2의 등장인물은 물론, 설정도 달라지기도 했다”고 말했습니다.

노창희 디지털산업정책연구소장은 “기본적으로 시즌제를 하려면 시장이 엄청 커야 한다”라며 “이미 10여년 전부터 내수시장에서 제작비를 온전히 충당할 수 없는 상황에 직면한 국내에선 시즌제 드라마 제작이 상당히 제한적일 수 밖에 없다”고 설명했습니다.

물론, 넷플릭스가 한국에 진출하면서 최근엔 국내에도 일부 사전 제작 시스템이 정착됐는데요. 넷플릭스에 투자를 받는 국내 제작사들도 시즌제 드라마를 통해 미국 시장 겨냥에 나섰습니다.

지난 3월 애플TV에서 공개한 ‘더 빅도어 프라이즈’(The Big Door Prize) 스틸컷. [ⓒ스튜디오드래곤]

스튜디오드래곤이 그 출발점을 끊었는데요. 지난 3월 애플TV에서 공개한 ‘더 빅도어 프라이즈’(The Big Door Prize)는 시즌1이 채 종료되기 전에 시즌2 오더가 확정된 상황입니다.

특히 이 작품은 국내 제작사가 미국 드라마를 제작한 첫 사례라는 점에서 의미가 남다른데요. 미국 유명 제작사 스카이댄스 텔레비전(Skydance Television)과 글로벌 콘텐츠 공동 제작 및 투자를 위한 전략적 파트너십 체결을 체결한 뒤 처음 제작한 작품으로, 개개인의 잠재된 삶의 가능성을 보여주는 신비로운 기계가 잡화점에 갑자기 나타나면서 마을과 그 주민들의 인생이 영원히 바뀌어 버리는 이야기를 담고 있습니다.

현지 제작사를 인수해 미국 시장을 겨냥하고 있는 곳도 있습니다. CJ ENM은 2022년 초 미국의 프리미엄 콘텐츠 제작사 피프스 시즌(구 엔데버 콘텐트)을 인수해 미국 메이저 플랫폼에 드라마를 꾸준히 공급하고 있는데요. 피프스 시즌 제작 작품 중 2022년 딜리버리 된 작품은 총 14편으로, 2023년 영화와 드라마 부분에서 2022년 보다 더 많은 작품을 공급할 예정입니다.

중앙그룹 산하 콘텐츠 기업인 SLL도 2021년 5월 미국 프리미엄 콘텐트 제작사 wiip를 인수하고, 글로벌 단위의 구독자 확보에 나섰습니다. wiip은 전 ABC 네트워크/스튜디오 사장 폴 리(Paul Lee)가 2018년 설립한 콘텐트 제작사로, 넷플릭스, 아마존, 애플TV+ 등 다양한 플랫폼에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습니다.

강소현 기자
ksh@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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