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엘앤에프 2Q 영업이익율 0.2% 충격…메탈가 변동 직격탄 [소부장박대리]

이건한 기자
대구시에 있는 엘앤에프 본사 전경.
대구시에 있는 엘앤에프 본사 전경.

[디지털데일리 이건한 기자] 엘앤에프가 양극재 제조에 필요한 핵심광물(메탈) 하락 여파의 직격탄을 맞았다. 원가 조절에 실패함에 따라 2분기 실적은 전년 대비 매출이 증가했으나 영업이익은 급감했다. 하반기 신규 고객사 확보, 추가 수주 등의 터닝포인트 마련이 시급해진 상황이다.

엘앤에프는 2023년 2분기 사업실적을 3일 발표했다. 매출 1조3682억원, 영업이익 30억원이다. 전년 동기와 비교해 매출은 58.6% 늘고 영업이익은 95.1% 줄었다. 영업이익율은 0.2%에 불과하다. 지난해 2분기는 7.1%, 3분기에 7.9%를 기록하며 개선되는 듯했으나 이후 하락세가 이어졌다. 특히 이번 분기는 직전분기 영업이익율 3.0%보다 수직 하락해 시장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엘앤에프 2023년 2분기 실적 [ⓒ 엘앤에프]
엘앤에프 2023년 2분기 실적 [ⓒ 엘앤에프]

영업이익이 급락한 이유는 올해 상반기 리튬을 중심으로 양극재 제조용 메탈 가격이 하락한 점에 기인한다. 대부분의 2차전지(배터리), 관련 소재 제조사들은 제품 납품에 대해 메탈 가격에 근거한 판가연동제 계약을 맺는다. 원재료인 메탈 가격이 높아야 판가가 함께 높아지고 이를 팔았을 때 매출과 이익이 많이 남는 구조다. 반대로 메탈 가격이 하락하면 동일 물량을 공급해도 평균판매가격(ASP)가 낮아져 매출과 이익 모두 줄어든다.

이 같은 영향은 올해 2분기 국내 주요 배터리 및 소재 제조사 실적 전반에 악영향을 미쳤다. 대부분 전기차 시장 성장에 따라 매출은 늘었으나 메탈가격 변동 여파로 영업이익은 일부 감소하는 모습을 보였다.

다만 엘앤에프는 이 같은 메탈가 변동의 여파가 유독 도드라진다. 양극재 시장의 주요 경쟁사인 에코프로비엠은 2분기에 영업이익률 6%를 기록했다. 전년 동기 8.7%보단 감소했지만 1분기 5.3%보단 증가했다.

에코프로는 이에 대해 소형 전동공구용 양극재 판매가 감소했으나 중대형 전기차 양극재 판매량이 확대된 결과로 설명했다. 전동공구용은 다품종 소량생산 품목인 반면, 전기차용은 소품종 대량생산 품목으로 동일한 규모를 판매할 때 전기차용 제품 비중이 높으면 수익성이 개선된다.

엘앤에프와 에코프로비엠의 차이는 매출원가에서도 드러난다. 올해 2분기 기준 에코프로비엠의 매출 내 원가 비중은 91.8%(1조7501억원), 엘앤에프는 98.2%(1조3440억원)로 차이가 크다. 양사가 비슷한 스펙의 제품을 양산했다면 엘앤에프가 더 많은 돈을 주고 만들었다는 의미가 된다. 원가에 영향을 미치는 주요 요소로는 원재료 구입비, 유틸리티 비용(전력, 가스 등) 등이 있으며 최근 업계에선 사급(거래 라인이 조달한 광물을 저렴하게 공급받는 것) 확보 여부도 중요하게 여겨진다.

엘앤에프는 2분기 실적 설명자료에서 "마진 구조는 1분기와 동일하나 메탈가 하락, 기존 보유 재고의 영향으로 판가와 매출원가의 차이가 감소했다"고 설명했다. 이는 원재료 가격이 비쌀 때 미리 재고로 비축한 양극재가 판매 시점에 이른 최근에는 메탈가 영향으로 판가가 낮아져 마진이 감소했다는 의미다. 또한 고금리로 인해 전기차 시장의 판매량이 감소하고 고객사도 저가형 제품 판매 확대에 나섬에 따라 출하량(양극재 수요)도 일시적으로 감소한 영향이 더해졌다.

엘앤에프가 제시한 향후 사업 목표 및 전망 [ⓒ 엘앤에프]
엘앤에프가 제시한 향후 사업 목표 및 전망 [ⓒ 엘앤에프]

엘앤에프의 하반기 예상 실적도 보수적으로 평가했다. 박 상무는 “원재료 시세와 고객 물동 변동을 예의주시해야 하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이날 이뤄진 온라인 실적발표회에선 중장기 터닝포인트가 될 수 있는 희소식도 다수 전해졌다.

우선 주가부양 측면에선 코스피 이전 상장 추진 계획을 밝혔다. 얼마 전까지 시장의 추측 수준이었다면 이날은 이전 상장에 대해 엘앤에프에서 직접 “매우 긍정적, 곧 착수할 계획”이라며 기정사실화했다. 코스피 이전은 주로 국내 주요 증시 진입을 통한 인지도 향상, 해외투자자본 유치 경쟁력 확대, 공매도 영향 완화 등으로 이어져 주식시장에선 호재로 분류된다.

엘앤에프는 수익성이 악화된 가운데 중장기 수익성 개선을 기대해볼 수 있는 측면으론 우선 기존 고객사(LG에너지솔루션, 테슬라 등)와의 장기계약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음을 밝혔다. 올여름 중 결과가 발표될 예정이다.

이어 해외 신규 고객과의 계약 검토도 긍정적으로 진행 중인 것으로 보인다. 기존 고객과의 계약 체결보단 후발로 체결될 것이라 부연했다. 해외 고객일 경우 테슬라와 비슷한 자동차 제조사일 가능성이 제시된다. 관련해 최근 LS 그룹과 합작해 전북 새만금에 짓는 전구체 공장 물량은 신규 해외고객에 대한 물량 대응용으로 활용할 계획이라고 전했다.

음극재, 탄산리튬의 수산화리튬 전환, 리튬과 폐양극재의 리사이클링 등 최근 언론에 보도된 신규 사업들은 엘앤에프만의 수직계열화 달성을 위해 하반기 중 모두 실행되도록 한다는 방침이다. 추가로 LFP 양극재 생산과 폐전지 확보를 통한 리사이클링 사업도 추진할 계획이다. 이와 관련된 자금 조달 방안은 아직 확정되지 않았다. 우선 올해 안에 유상증자는 하지 않겠단 입장이다.

미국 리사이클링 회사 레드우드머티리얼즈와의 협업은 현재 양사가 내부 논의 중이다. 엘앤에프는 미국 IRA 법안의 일부 변경, 배터리 셀 및 자동차 업체 전략 변화 등이 이어지고 있지만 양사 모두 최대한 이익을 낼 수 있는 방안의 도출을 기대해도 좋다고 전했다.

엘앤에프는 그동안 문제로 제기된 주주 소통 문제에 대해서도 개선을 약속했다. 박 상무는 “IR 조직을 강화, 인력 보충, 서울 사무소 개설 등을 통해 지속적으로 소통을 강화하겠다”며 “그중에서도 앞으로 매달 홈페이지에 개시할 IR 뉴스에 많은 관심을 가져달라”고 당부했다.

이건한 기자
sugyo@d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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